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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 누구를 위한 ‘보편적 시청권’인가
OTT 시대, 누구를 위한 ‘보편적 시청권’인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8.11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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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일부 종목 중계편중 도쿄올림픽서도 되풀이
미디어 환경·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 TV 중계 의미 점점 퇴색
국민 ‘볼 권리’와 미디어 공정경쟁 아우르는 묘안 찾아야
지난 8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 뉴시스
지난 8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 뉴시스

“국민관심행사 등에 대한 중계방송권자 또는 그 대리인은 일반국민이 이를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방송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여야 한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2007년 만들어진 방송법 제 76조 3항의 내용이다. 여기서 ‘국민관심행사’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각종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의미한다. 특히 올림픽과 월드컵의 경우엔 전체가구의 90%가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수와 논란 끝에 지난 8일 폐막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보편적 시청권은 그대로 적용됐다. 수십년 간 그래왔듯 이번에도 ‘무료방송’인 지상파 3사가 나란히 중계에 나섰다. 지상파는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까지 계속 중계를 맡게 된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과연 ‘보편적 시청권’에 타당한 중계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시청자가 많은 종목, 혹은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우르르 몰려가는 편중현상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재현됐다.

지상파가 운영하는 스포츠 전문 PP와 온라인 채널을 통해 다양한 종목을 선보였다곤 하지만 보편적 시청권의 근거가 될만한 지상파 채널에선 3사가 똑같은 경기를 내보내는 모습이 비일비재했다. 그 시간엔 2개 채널을 보유한 KBS에서만 다른 경기를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순차편성’을 권고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악순환이 올림픽 때마다 반복되는 상황에서 과연 보편적 시청권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권리까지 빼앗아간다는 불만도 나올 만하다. ‘획일화’된 콘텐츠만 방송하는 것이 ‘보편적’의 개념이 아닐 텐데 말이다.

오히려 보편적 시청권이 지상파의 방어논리처럼 쓰인다는 느낌도 든다. 지난 2019년 지상파를 제치고 유료방송인 JTBC가 2026~2032년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확보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는 ‘보편적 시청권 훼손’을 명분으로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에 JTBC는 ‘2016년 기준으로 가구 중 95.6%가 유료방송을 통해 TV를 시청한다’고 맞섰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유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의 단독 온라인 중계권 확보가 유력하다는 뉴스가 나오자 벌어진 일이다. 결국 쿠팡플레이는 중계권을 포기해야 했다. 물론 쿠팡을 향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이 크게 작용했지만, 다른 사업자라고 선뜻 중계권을 독접할 수 있었을까? 이쯤 되면 보편성에 대한 논리가 공정한 미디어 시장의 경쟁을 가로막는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무엇보다 이제 TV 앞에 앉아 올림픽을 보는 시청자들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코드커팅’ 이라는 용어가 새삼스러울 만큼 영상 콘텐츠는 모바일 소비로 기운지 오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같은 스포츠 이벤트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같은 흐름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지난 5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의 도쿄올림픽 시청률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때보다 45%가량 감소했다.

반면 NBC의 OTT 플랫폼인 피콕(Peacock)은 올림픽 후광효과를 톡톡히 봤다. 앱 분석회사인 ‘앱토피아’에 따르면 지난 7월 피콕의 앱다운로드 수는 전월 대비 96%나 증가했다. ‘올림픽 독점 OTT’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우리나라는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올림픽을 온라인 서비스한 OTT 플랫폼 중 웨이브(waave)에 따르면 평소에는 라이브보다 VOD 시청량이 압도적이지만, 올림픽이 시작되자 라이브 채널 시청 비중이 36% 수준으로 올라갔다. 올림픽을 중계하는 지상파 3사의 라이브 시청 비율도 37.98%에서 50.36%로 상승했다고 한다.

모바일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가 변하지 않는 한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질 터다. 상황을 감안하면 보편적 시청권의 의미는 점점 퇴색하지 않을까. 이미 글로벌 OTT들은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나 리그를 독점중계하고 있다. 그것도 유료로. 국내에서도 티빙이 최근 롤랑가로스(프랑스 오픈 테니스)와 유로2020같은 대회를 온라인 독점중계한 바 있다.

물론 미국 등 해외 시장에 비해 국내 시청자들이 유료방송 콘텐츠에 아직은 익숙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대한 국민정서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어려운 시기마다 감동을 주고 국민을 하나로 모은 원동력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보는 국민 눈높이는 이전과 다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래 금메달 수는 가장 적은 대회였지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잠시였고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기량을 펼친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젠 국위선양이 아닌 축제라는 관점에서 스포츠 이벤트를 바라본다는 사실이 이번 올림픽에서 증명된 셈이다.

보편적 시청권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갈 필요가 있다. 아예 없애고 ‘무한경쟁’ 혹은 ‘무한 유료화’의 길로 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제적으로 유료방송 결제가 어려운 국민들의 시청권은 보호해줘야 할 것이다.

다만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명분에 막혀 방송사들이나 OTT들의 경쟁이 가로막힌다면 오히려 미디어 산업의 ‘독’이 될 수도 있다. 경쟁이 없는 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볼 권리’를 지키면서도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킬 묘안을 업계와 관계기관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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