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음주운전으로 날아간 현대차 ‘올림픽 후광’
오너家 음주운전으로 날아간 현대차 ‘올림픽 후광’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8.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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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양궁 ‘金잔치’로 후원사인 현대차 노력도 조명
정의선 회장 장남 음주운전 사건 물의, 기업 잘못 아니지만 ‘올림픽 효과’에 찬물
지난달 30일 2020도쿄올림픽 양궁경기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뉴시스
지난달 30일 2020도쿄올림픽 양궁경기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효자종목’ 역할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며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오랜만에 환호케 했다.

대표팀의 화려한 성과 뒤에는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들이 눈부신 결과로 이어지면서 현대차는 자연스럽게 ‘올림픽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후원종목의 선전이나 용품 후원 등으로 조명 받은 기업은 여럿 있었지만 현대차만큼은 아니었다.
 

이번 올림픽은 특히 정의선 회장의 PI(IPresident Identity)에도 적잖은 도움이 됐을 터다. 경영활동으로 바쁜 대기업 총수임에도 정 회장은 직접 도쿄까지 날아가 선수들을 응원했고, 이런 모습이 중계방송을 타면서 시청자에게 각인됐다. 그리고 많은 언론들이 정 회장과 현대차의 ‘양궁 사랑’을 기사화했다.

이쯤되면 현대차 입장에선 스포츠 후원을 통한 홍보효과로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상황. 실제로 현대차는 올림픽이 끝난 후 ‘양궁 대표팀 환영회’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종목 발전을 위한 자사의 노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 회장에 대해선 “주요 국제경기 때마다 현지에서 직접 응원을 펼치며 선수들의 힘을 북돋우는 한편 선수들이 조금의 불편함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심히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물 들어올 때 힘껏 노 젓는 것’이 PR이나 마케팅에 필요한 것인 만큼 일견 당연한 행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정 회장의 장남이 새벽에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도로 시설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강경해진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사회지도층 혹은 부유층 인사와 그 가족들에 대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점점 강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50여년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대표 자동차기업 오너가의 일원이 다른 것도 아닌 음주운전을 저질렀다는 점은 기업이미지에도 적잖은 ‘먹칠’이 될 터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해외 언론에서 토픽감으로 다룰만한 뉴스다.

사건의 성격상 단기간에 잊혀질 일도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 당사자는 약식기소된 상태. 이른바 ‘재벌가’ 일원이 사회적 물의를 빚을 때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세간의 인식이 깊이 깔려있는 상태에서 향후 사법적 처벌 수위를 두고도 온갖 설왕설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금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코로나 시국’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잘못인 만큼 기업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정 회장은 물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잘못한 일도 아니다. 게다가 ‘오너(가) 리스크’는 기업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만큼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현대차 이미지와 분리해서 봐야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과 평가가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작동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오너가 일원의 잘못된 언동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케이스들을 수없이 목도했다. 그리고 상처 입은 이미지를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PR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대차가 5년 만에 얻게 된 ‘올림픽 후광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엔 머쓱해진 상황이 됐다. 아니, 오히려 후광효과는 고사하고 애먼 불똥이 튀지 않도록 동분서주해야 하는 국면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V80 차량을 몰다가 사고를 냈으니 GV80은 뜻하지 않게 불미스러운 일에 엮여 버린 꼴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GV80을 홍보하기 위해 집행한 광고비를 생각해도 뼈아플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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