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 과정에 ‘국민 알권리’는 실종
언론중재법 개정 과정에 ‘국민 알권리’는 실종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08.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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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여야 당대표 출연 100분 토론 급무산
편성 바꿔가며 토론장 마련한 방송사에게도 민폐
정치적 명분이나 이해관계가 ‘국민 알권리’ 보다 우선할 순 없어
MBC '100분 토론'에서 방송될 예정이었던 '여야 대표의 언론중재법 토론' 예고편. 유튜브 화면 캡처.
MBC '100분 토론'에서 방송될 예정이었던 '여야 대표의 언론중재법 토론' 예고편. 유튜브 화면 캡처.

[더피알=문용필 기자] 8월 30일 밤 방송이 예정돼 있던 MBC ‘100분 토론’이 갑작스레 결방됐다. 이날 방송 주제는 정치권과 언론계의 ‘뜨거운 감자’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출연해 토론할 예정이었지만 토론은커녕 방송 자체가 무산됐다.

▷먼저 보면 좋은 기사: [미디어톡]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에 묻힌 본질을 본다

여야는 결방 이유를 두고 상대를 향해 ‘네 탓이오’를 외쳤다.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준석 대표가 생방송 시작 30분 전에 일방적인 불참통보를 했다”며 “이 대표가 언론과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가벼운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의 출연은 공개토론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지는 취지였다”며 “민주당의 입법 강행과 독주로 인해 (토론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토론 당일 이 대표가 “무리하게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이 토론은 무산될 것”이라고 말했기에 그 말을 지켰다는 것이다.

현안에 대한 여야대표의 공개토론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닌 데다가 워낙 예민한 시점인 만큼, 책임을 떠넘기는 여야의 태도도 일견 이해는 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책임소재가 아니라 TV토론을 통해 국민에게 법 개정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확히 설명할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찬반 여부를 떠나 언론중재법 개정은 쟁점 사안이 많다. 해석도 분분하다. 그만큼 수많은 보도와 각계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법이란 게 대부분 그렇듯 전문가의 도움이나 별도의 공부가 없다면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언론이나 미디어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국민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언론보도나 유관단체들의 성명만으로 언론중재법 손질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는 건 한계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언론들은 법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과 논조에 맞는 방향으로 기사와 논평을 쏟아냈다.

때문에 이번 토론이 여야 대표가 직접 나와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자당의 입장과 관점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설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무산이 아쉽기만 하다. 여야가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라는 측면을 더욱 크게 상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 일로 여야는 MBC에도 민폐를 끼쳤다. 원래 ‘100분 토론’이 방송되는 시간은 화요일 밤 11시 30분. 편성까지 바꿔가며 여야 대표들에게 토론의 장을 마련해 준 셈이다. 물론 MBC 입장에서도 정치·시사에 관심이 큰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테지만 갑작스럽게 토론이 무산되면서 해당 시간대 편성공백이 초래되는 웃지못할 상황에 처했다.

결국 MBC는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스페셜 편으로 이를 메워야 했다. 하지만 여야 양당은 방송사에 대한 사과보단 ‘네탓 공방’이 우선인 듯한 모습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경시하면서 공공재인 전파만 괜히 낭비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야 극한대치로 인한 파국은 면했다는 것이다. 여야는 언론중재법을 다음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하고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당 간의 논의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직 20일 넘는 시간이 남은 만큼 이 기간 동안 여야 대표 TV토론이 다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언론중재법의 본질은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자 구제에 있다. 언론계와 정치권의 이해관계만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떠한 정치적 명분이나 이유도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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