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공황장애를 다루는 법
미디어가 공황장애를 다루는 법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21.09.07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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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기안84 왕따 논란 올라탄 ‘개인사 소환’
비판 가장한 클릭장사, 레이블링 강화
몰래카메라 콘셉트로 '왕따 논란'에 휩싸인 MBC '나혼자 산다' 방송 한 장면.  

[더피알=유현재] 지난달 일이다. 이미 꽤 여러 번 구설에 올랐지만 관찰 예능의 강자로 굳건히 방영되고 있는 MBC ‘나혼자 산다’에 다시 한번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주요 인물인 기안84가 10년간 연재한 웹툰의 최종 마감을 두고, 이를 기념하고 격려·축하하기 위해 전체 출연자가 오랜만에 모두 모여 MT를 떠난다는 설정이었다.

프로그램 원년 멤버로서 최근 복귀한 방송인 전현무가 기안84의 여행 메이트로 먼저 등장했다. 그런데 기안84와 만나 그가 건넨 말은 “사실은 우리 둘만 가는 거야! 서프라이즈!”였다. 일종의 몰래카메라 콘셉트로, 기안84를 위해 기획된 MT에 자기 혼자만 오게 된 나름의 이유를 주저리 밝힌 것이다. 실망한 기안84의 ‘찐’ 표정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고, 재미도 없고 신박하지도 않은 상황 설정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불만을 전달했다.

제작진이 예상치 못한 부정적 반응이 다수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다뤄졌으며, 급기야 ‘기안84 왕따설’이 한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프로그램 방영 수일 후 제작진은 해당 회차의 줄거리와 구성에 불편을 느낀 분들에 사과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고, 그제서야 시청자 불만이 서서히 잦아드는 분위기다.

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 논란의 본질은 기획 감수성이 아쉬워 보이는 제작진의 억지 설정과 기안84라는 인물의 좌충우돌 일상에서 비롯됐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여러 뒷말을 낳았지만 예능의 속성상 일부 노이즈가 있다 해도 새로운 스토리로 이슈가 덮이며 해프닝 정도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헬스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일인으로서 이번 사안을 다루는 일부 언론과 미디어의 방식에 대해 논의할 필요를 느낀다.

기안84는 이미 여러 해 동안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를 함께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 얼마 동안 치료하고 약을 복용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 꽤 상세하게 밝힌 바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일류 웹툰 작가로 약속된 기한을 맞추며 끝없이 창작물을 생산하는 한편, 자신의 질환에 대한 꾸준한 치료를 병행하며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방송에 등장하는 노력 그 이상으로 ‘처절하게’ 말이다.

그런데 기안84와 관련된 ‘거리’만 있으면 어렵게 털어놓은 정신적 불안감 등 그의 아픈 독백이 강제 소환된다. 미디어를 통해서다. 어떻게든 흥미성·자극적 기사를 만들어 내려는 속물적 접근들이 꽤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공황장애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에 대해 제작진이 무리수 설정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기안84의 다양한 개인사를 다시 한번 ‘정리’ 수준으로 기사화하는 언론들이 있었다. 공황장애를 앓는다고 말했던 그 사실 자체가 다시 한 번 스낵처럼 소비될 것이라 예상하며 찍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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