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 비전’ 발표 직후 떠오른 달팽이, 왜?
현대차 ‘수소 비전’ 발표 직후 떠오른 달팽이, 왜?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09.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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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현대차 수소에너지 로드맵 정면 비판
수소 차량 운영 시 에너지 효율 40% 선…친환경·경제성 모두 미흡 주장
현대차 “‘궁극의 친환경차=수소차’ 전문가 의견도…선도기업 선점 효과”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이 지난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수소연료전지 적용 계획을 밝혔다.

“2028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초로 모든 상용차 모델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할 계획입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7일 처음으로 수소 관련 글로벌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며 발표한 내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서 “지난 20년 간 대규모 자원과 인재를 투입해 수소기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힘썼다”며 “204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수소 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란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수소 사회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현대차가 변화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버스, 트럭 같은 전 상용차 라인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고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2040년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란 타이틀까지 붙여 그룹 차원의 비전을 대내외에 천명했지만, 행사 직후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또 다른 그림으로 현대차 로드맵을 문제 삼아 눈길을 끌었다. 

그린피스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 ‘불타는 세계, 수소에 빠진 느림보 현대’라는 플래카드를 써 붙인 달팽이 풍선을 띄워 현대차의 ‘수소 비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대차의 탈(脫)내연기관 일정이 느리다는 지적, 오랜 기간 주력하고 있는 수소차가 실상 ‘무늬만 친환경차’라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린피스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 띄운 현대차 비판 달팽이 풍선.
그린피스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 띄운 현대차 비판 달팽이 풍선.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는 지난 7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IAA Mobility 2021)에서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메스세데스-벤츠, 볼보 등이 2030년까지 전 출시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폭스바겐, BMW, 포드 등은 완전한 전환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다.

대신 현대차의 경우 2035년부터 유럽, 2040년부터 미국·중국·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생산·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그린피스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조기 탈내연기관 선언을 미룬 채 수소사회 비전을 발표한 것이라며 이슈파이팅에 나선 것이다.  

특히 수소차의 경우 수소 연료 생산과정이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고, 자동차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을 때 굉장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성과 경제성 모두 떨어진다는 게 그린피스 측의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선 천연가스를 고온 고압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때문에 친환경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의미에서 ‘그레이 수소’(Gray Hydrogen)라 불리기도 한다. 대안으로 수소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블루 수소’를 언급하지만, 이 역시 그레이 수소 대비 10%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가질 뿐이라는 연구 결과(미국 스탠퍼드대, 코넬대 공동 연구)가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태양열이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 수소’ 생산이 권장되고 있지만, 이 또한 수소차 연료로 활용될 경우 에너지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그린수소로 차를 움직이더라도 절반 이상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여타 완성차 회사들도 이런 점을 인식해 수소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그린피스가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차량 유형별 에너지 효율 비교 인포그래픽.
그린피스가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차량 유형별 에너지 효율 비교 인포그래픽.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했을 때 전기차가 에너지 효율이 86%라면, 그린수소는 41% 수준이다. 생산된 전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때 에너지 소모가 한 차례 일어나고, 이후 자동차 동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또 열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소 연료전지차가 비효율적이더라도 나름대로 역할이 있지만, 문제는 배터리가 싸지고 성능이 좋아지면서 그린수소를 만들 전기로 전기차 충전을 바로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대형 트럭 외에 승용차나 SUV 시장에서는 평가가 이미 끝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수소차 연구에 매진해온 현대차 입장에서는 뼈 아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성이 없다면 전세계 국가에서 (수소 인프라 구축을) 미래 전략 사업으로 지정을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든 선진 국가는 (수소차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궁극의 친환경차는 수소차라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도 있다”면서 “(현대차는) 실제로 전기차를 더 많이 팔고 있지만, 보다 친환경적인 차가 수소차라고 판단하고 선도기업으로서 선점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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