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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 알면 리스크·기회관리 다 가능”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 알면 리스크·기회관리 다 가능”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정리-한나라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10.0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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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김정남 오클라호마대 교수

[더피알=강미혜 기자] 블라인드는 어쩌다 기업의 공포 대상이 됐을까. 직장인은 무슨 불만과 애환이 그렇게나 많을까. 바가지가 안에서 새지 않고 바깥에서 갈라지는 이유는 뭘까. 경영진은 영원한 꼰대고 MZ세대는 답없는 혼종인 걸까. 사내컴이 중요하다면서 사내컴 담당자들은 왜 사내에서 힘을 받지 못할까. 직원은 관리의 대상일까 관계의 주체일까.

화상으로 만난 김정남 오클라호마대 교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으로 풀어냈다.

김정남 교수
김정남은... 오클라호마 게이로드 패밀리 전략커뮤니케이션 교수로 공중의 커뮤니케이션 행동이 조직 및 시민 사회에 끼치는 긍·부정적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공중의 정보 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해결 상황이론’ 등을 PR, 전략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해왔다. 2020년에는 ‘공중행동’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PR협회(PRSA)에서 ‘잭슨앤와그너 행동과학상’을 수상했다. 사회 현상을 탐구하는 국제 연구자 네트워크인 ‘달리연구소(DaLI lab)’를 창설, 현재까지 ‘공중행동’을 개인적·사회적 차원과 연결 지어 개념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19년 아티클을 통해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셨습니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이 개념을 기업 경영과 커뮤케이션 전략 차원에서 강조하게 됐나요.

2006년 ‘문제해결 상황이론’(Situation Theory of Problem Solving, STOPS)을 만들었습니다. 개인의 정보행위 동인과 기제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인데요. 정보행위라는 이론적 렌즈를 끼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임직원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저는 기업의 위계조직과 업무소통 절차에 따른 공식적인 정보유통과는 별도로 그 물밑에 병존하는 비공식적이고 다른 차원의 작동방식을 지닌 정보교류가 있다는 점에 착안,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이라는 비유적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2016년경 이시혁 더큐(theQ) 대표께서 제 연구들에 관심을 가지셔서 2019년 경영전문지에 스페셜 리포트를 함께 게재하게 됐고요.

연구과정에서 조직의 리더, 관리경영자, PR 매니저들이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정보가 기업운용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년 전 이를 개념화하고 대안을 모색한 저희의 노력이 공감대를 얻는 기반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블라인드 등의 익명 앱을 달구는 수많은 글, 이야기가 언더그라운드 정보의 일부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익명 채널을 직접적으로 개입·관리하기보다 모니터링(monitoring)과 리스닝(listening) 대상으로 삼을 것을 강조하는데요. 모니터링 및 리스닝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어떤 행위가 수반돼야 할까요?

저 역시 전문가들 의견에 깊이 동의합니다. 이 채널의 특징은 자발적이고 여과 없는 이야기가 오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누군가 모니터링한다거나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보행위자들은 더 깊은 땅속으로 옮겨 더욱 부정적인 정보를 거래하게 될 겁니다.

모니터링과 리스닝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알게 된 정보와 그 정보를 발생시킨 사람의 의도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즉, 특정 정보가 문제의 조짐이라면 그 문제를 캐치해 정보생성자 뜻에 맞춘 해결이 뒤따라야 하고, 뭔가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라면 이를 건설적 결과로 만들어가는 조직 차원의 후속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PR 기능을 크게 리스크관리(Risk Management)와 기회관리(Opportunity Management)로 대별할 때,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을 주목하고 이해하면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해요. 그런데 한국 기업에서는 PR이 유독 전자인 수비 형태에 편중돼 있어요. 경영자들이 평소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위기 상황에선 PR담당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기회관리에 필요한 구슬(정보)이 서말 있어도 좀처럼 꿰지 못하는 리더십이 태반입니다.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의 속성을 경영진에게 이해, 학습시키려면 무엇보다 PR조직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적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해요.
 

요즘은 사내 소통,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면서 흔히들 팬데믹으로 인한 물리적 단절과 MZ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대의 부상을 주 이유로 들곤 합니다. 적절한 원인 진단일까요.

한 가지보다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겁니다. MZ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대는 한국 역사 이래 가장 부유하게 자랐지만, 상당수가 직장을 구하고 독립한 이후부터 생활 수준이 급락하곤 합니다. 고용불안정과 비인간적인 디지털화, AI 자동화의 위협과 함께 물리적 자본을 축적하기도 전에 방 한 칸 마련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고통스러울 수밖에요.

이런 상태에서 현재 조직이 겪게 되는 블라인드 폭로나 투명성 요구 등의 이슈를 단지 MZ의 독특함에 돌리는 것은 문제해결에 그리 도움 되지 않습니다. 문제를 ‘의인화’해서 접근하고 사람들에 귀인시키면, 사람들을 교정하려 하거나 제거(해고)하는 식으로 해결하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PR과 HR의 차이점이 여기서 발견됩니다. 이슈나 위기가 임직원발 정보행위로 발생했을 때 HR은 기업기밀에 대한 조직 충성심이 결여된 사원을 선발했다고 해석하겠지만, PR은 그 임직원이 그렇게 하기까지의 상황, 동인, 배경을 알아보고 그 환경, 요인, 배경에서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나’를 중시하고 ‘개인’을 강조하는 MZ세대를 흔히 모래알 같다고 표현합니다. 기업이 임직원을 선발하고 조직화해서 업무를 수행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모래알 같은 개인을 하나의 상자에 담는 식이죠. HR적 마인드로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선발, 분류, 배정해서 그 ‘틀’ 안에 가둬 놓습니다. 그러나 튀어나오는 모래알을 응집시키려면 무언가 매개체가 필요해요. 비유하면 수분을 충분히 줘야 합니다. 물기가 유지되는 동안만 그 응집력이 유지되니까요.

저는 이런 수분 역할을 하는 것이 임직원 개개인의 ‘바람’과 ‘이해관계’를 존중·보존하게 돕는 ‘정보제공’과 커뮤니케이션의 끈질긴 노력이라고 봅니다. 성과급 논란을 겪었던 SK하이닉스를 예로 보면 4년차 직원이 CEO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요구한 것은 ‘투명한 정보제공’이었습니다. 현재의 임직원들, 특히 MZ세대는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정당한 보상체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경영진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잘못을 바로잡는 실질적 행위에서 느낍니다. 이러한 행위와 정보제공이 단발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모래알 같은 임직원들이 하나의 조직으로 퍼포먼스를 보이고 성과를 내는 것이고요.

많은 기업이 소통을 강화한다는 목적하에 여전히 전통적 방식대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나 콘텐츠 개발, 사내 캠페인 등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소속감을 높이는 차원에서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 반문하는데, 그런 활동이 실제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기획자들의 기대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징을 통한 전통적 소통 접근은 일하기 좋은 백그라운 뮤직 정도로 생각하는 게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닿을 수는 있지만 온전히 그 메시지가 전달되기는 힘들다는 뜻이죠.

아젠다세팅 이론은 오디언스의 생각을 바꿀 만큼 미디어의 지배적 효과가 없다는 반성에서 시작합니다.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를 말해주진 않지만, 무엇에 대해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 about)를 정하는 데 영향을 줍니다.

사내컴에서도 채널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 최소한 ‘직원들이 고민할 안건’을 설정하는 효과는 있어요. 가령 보상금·성과급 지급도 단순히 통보하는 게 아니라 임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최소한의 교집합을 찾아 수렴하면 100%의 만족을 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2차적인 언더그라운드 시장에서의 이슈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사전에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최소한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상태는 만드니까요.

그래서 사내 메시지가 나가는 시점이 종료가 아니라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내 방송/채널을 통해 아젠다에 대한 문제인식을 높이고 이후 참여와 해법의 모색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크게 가치 있다고 봅니다.

▷“‘아수라장’ 익명게시판이 사내컴에 유효하려면”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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