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한국기업 창업의 정신
ESG와 한국기업 창업의 정신
  • 권오용 (thepr@the-pr.co.kr)
  • 승인 2021.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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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용 한국 CCO클럽 부회장
기업의 역할, 사회적 존재로 인식…시대를 넘어선 경영철학 돋보여

[더피알=권오용] 한국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의 창업이념을 보면 ‘나라’의 존재가 매우 의미 있게 부각된다. 나라의 발전에 대한 창업주들의 철학은 기업의 역할을 사회적 존재로서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실천하는 큰 원동력이 됐다. 위기에 강한 한국경제의 진면목도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기업과 사회의 강한 유대와 일체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일본 히타치 공장이 40만평인데 그것보다는 커야 하지 않겠나?”. 1970년대 삼성전자가 수원에 새 공장을 세우려 할 때 공장부지가 너무 크다며 임원들이 반대하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한 말이다.

“우리가 사업을 했으면 언제고 일본 기업을 이겨야 될 거 아니가.” 그러면서 히타치보다 3만평이 더 많은 43만평을 밀어붙였다. 이병철에게 사업은 나라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나라가 잘되면 삼성은 망해도 좋다고까지 했다.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되는 길이다.” 울산 현대중공업의 담장과 지붕에 쓰여 있는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어록이다.

최종현 SK 회장이 운명 직전까지 혼신을 다해 집필에 매달렸던 책은 제목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는 방법’이었다. SK가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회사가 되는 방법이 아니었다.

일제하 무장독립운동을 했던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는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단지 그 관리를 내가 했을 뿐”이라고까지 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가 제약회사를 창업한 이유는 건강한 국민이어야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애국심의 발현이었다.

기업을 사회적 공기(公器)로 인식하면서도 한국 기업의 창업주들은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비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기에 더 큰 시장이 필요했고 정경유착의 굴레나 간섭이 없는 해외시장에서 오직 혁신만을 매개로 성공을 실현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표방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높은 효율을 지향하는 혁신의, 얼핏 보아 상충되는 두 개의 영역에서 세계가 놀랄 성과를 이뤄내는 것은 창업주들의 기업관, 경영철학의 산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태원 SK 회장은 ‘행복극대화’라는 생소한 화두를 그룹의 경영이념으로 도입하고 지배구조 개선, 사업구조 개편 등을 이에 맞춰 추진했다. SK가 ESG 경영에서 대표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ESG가 있어서가 아니라 시대의 조류를 10년 이상 앞서 꿰뚫어 본 최고경영자의 예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의 정의선 회장이 취임사에서 세계 몇 위의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인류의 행복과 미래의 책임을 외친 것도 시대를 넘어서는 경영 철학의 다짐이었다.

우리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ESG와 혁신의 성과는 한국경제를 진정한 성공의 길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무디스 ESG평가 1등급 획득,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등 최근 잇달아 날아오는 뉴스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하나하나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창업의 정신에 녹아 있는 사회적 책임에 세계를 무대로 한 혁신의 성과가 더해진다면 한국경제와 사회는 반드시 새로운 도약의 원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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