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위기, 위기, 위기… 그 이후
남양유업의 위기, 위기, 위기… 그 이후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1.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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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축소된 커뮤니케이션실, CCO 직급도 하향
2013년 110만원대 주가→20만원대로까지
줄어든 매출과 영업익, 경쟁사에 역전 당해
2013년 5월 16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 남양유업 천안 신공장에서 열린 자정결의대회 모습.
2013년 5월 16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 남양유업 천안 신공장에서 열린 자정결의대회 모습.
[더피알=안선혜 기자] 커뮤니케이션의 진정성이란 단순 말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실질적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 여러 기업들이 이러저러한 이슈 사안에 직면하곤 하지만, 남양유업만큼 장기적으로 부정 인식을 안고 간 곳을 찾기는 드물다. 오래도록 방치한 기업의 평판이 기업 존폐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지금 목도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① 8년 전 ‘갑질’이 장기화된 이유
② 위기 그 후…조직, 매출, 주가 변화

남양에서는 2013년부터 대리점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논의 안건을 개선해 영업정책에 반영하는 상생회의를 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이영훈 KPR 전무는 외려 “상생협의체가 작동한다고 이야기하나 통하지 않았던 건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납득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지속적으로 부정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내부 문제가 무엇이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어떤 노력을 했고, 이 노력이 진정성을 인정받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파문 이후 홍보실에도 많은 부침이 있었다. 당장 몇 년 간은 내부적으로 관리 가능한 부정 이슈로 여겼다가 바뀌지 않는 회사의 기조에 실망한 직원들이 전부 떠났다는 전언이다. 남양유업 홍보실은 2013년 이후 이례적으로 팀 전체가 100% 턴오버(turnover)되는 일을 여러 번 겪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시 홍보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다 이직했다”며 “처음 몇 년 간은 당장 힘들긴 해도 퇴사할 생각을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들 애사심도 강했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것저것 건의하고 보고서도 올리면서 엄청 노력했지만 회사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결국 모두 떠났다”고 말했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보다 강력하게 사회적 책임 이행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지만, 이런 시도들이 번번이 좌절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팀장, 본부장, 실무진의 퇴직이 줄줄이 이어지며 2017년 홍보팀 전원이 물갈이됐다. 새로운 경력직을 뽑았지만, 1년이 안 돼 다시 이직했고, 2018년 다시 외부 경력직을 채용했지만 역시 1년여 만에 이탈했다. 결국 남양유업 홍보본부는 홍보 업무를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내부 사람들로 채워졌다. 기존 경험을 토대로 업무적 지식을 전달해줄 사람이 없다 보니 업무 수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갑질 사태 이후 여론을 민감하게 읽어내고 그에 따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홍보실에 그만한 권한이 주어지기 어려웠다는 점도 패인 요소 가운데 하나다. 남양유업 홍보실은 성장경 전 홍보총괄 전무 이후로 부장급이 실장을 맡아왔다. 외부 직함은 이사지만, 내부적으로 임원 대우를 받는 건 아니다. 그만큼 어떤 권한을 갖고 회사 중요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자리였다는 의미기도 하다. (흔히 지적받는 VIP의 제왕적 의사결정 구조는 우선 논외로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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