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단독보도 어물쩍 받아쓴 언론들 ‘주의’
남의 단독보도 어물쩍 받아쓴 언론들 ‘주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11.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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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위, ‘보도 표절 금지 위반’ 8개 매체 제재
패륜적 메시지, 폭행장면 여과 없이 실은 보도들도 심의대 올라

[더피알=문용필 기자] 국내 언론들의 ‘단독 경쟁’과 무분별한 받아쓰기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타 언론사의 단독보도를 베껴쓴 보도들이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하 신문윤리위)의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위가 발간한 ‘신문윤리’ 최근호(제262호)에 따르면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채 다른 언론의 단독보도를 인용 보도한 8개 언론사가 주의 조처됐다. ‘저작물의 전재와 인용’을 명시한 신문윤리실천요강 제 8조 중 ‘타 언론사 보도 등의 표절 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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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우선 한국경제는 ‘檢, 유시민 등의 여권인사 ‘청부고발 의혹’ 논란…윤석열 “모르는 일”’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지난 9월 3일 냈다. 이 기사는 뉴스버스가 단독보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인용보도한 것이었는데, 구체적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한 인터넷 언론매체’라고만 표기했다.

머니투데이의 경우, 9월 8일자 ‘‘고발사주 의혹 키맨’ 김웅 입에 쏠린 눈’이라는 기사가 도마에 올랐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의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를 인용 보도 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서‘라고만 표기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주의를 받은 한국경제의 기사 일부. 화면 캡처​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주의를 받은 한국경제의 기사 일부.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와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세계일보의 단독보도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구체적인 출처를 명기하지 않았다. 특히 동아일보의 경우 ‘한 언론’과 같은 표기도 생략하고 출처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서울신문은 의혹 보도의 출처를 세계일보가 아닌 ‘법조계’로 적시했다.

타사 보도사진에 자사 기자의 바이라인을 붙인 케이스도 있었다. 국민일보는 9월 7일자 1면에 ‘“접종완료 확인하세요”’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직장인들이 휴대전화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를 보여주는 모습이 담겼다. 타사 기자가 찍은 사진임에도 국민일보는 자사 기자의 바이라인을 달아 게재했다는 것이 신문윤리위의 설명이다. 해당 기사 역시 ‘주의’ 조처됐다.

신문윤리위의 ‘단골 심의대상’인 선정적 보도도 여전했다. 파이낸셜뉴스 등 14개 매체는 20개월 된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계부 관련 보도를 했는데 계부가 장모에게 보낸 패륜적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캡처 사진을 기사에 실어 경고를 받았다. 신문윤리위에 따르면 일부 매체는 캡처 사진 중 문제의 발언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화면을 싣지 않았으나 기사에는 구체적으로 밝혔다.

아시아경제 등 7개 매체는 지난 9월 6일 고교생 5명이 60대 여성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다 거절당하자 반말로 조롱하고 꽃으로 머리를 폭행한 사건 보도에서 폭행 영상을 함께 게재해 주의를 받았다. 자살 관련 보도에서 유서 전문이나 원문 일부를 게재한 연합뉴스 등 7개 매체도 주의조처됐다.

이와 관련해 신문윤리위는 최근 온라인 보도에서 나타난 일부 선정적 기사에 우려를 표하는 한편, 제재 수위 강화방침을 알리는 서한을 심의대상 95개 언론사 발행인들에게 보냈다.

신문윤리위는 서한에서 “자살 보도시 유서를 일부 공개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서는 대체로 감정이 불안한 상태에서 쓴 글이므로 공개할 경우 그 내용이 여과없이 전달될 수 있어 또다른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범죄행위를 재현해 선정적, 자극적 장면을 부각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영유아나 임신부, 노인 등 노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 묘사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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