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라고요? 저희는 ‘브랜드 빌더’입니다”
“광고회사라고요? 저희는 ‘브랜드 빌더’입니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11.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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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디블렌트 도형주 기획본부장

[더피알=정수환 기자]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꽤 오래 전부터 ‘광고 무용론’이 대두됐다. 다양한 채널로 소비자 시선이 분산된 만큼 예전처럼 광고적 효과를 보는 시대는 진작 지났다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디지털 전환기를 거치며 광고회사 역시 생로를 다양하게 모색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를 넘어 브랜드 성장을 도모하는 ‘브랜드 빌더(Brand Builder)’로서 차별화 전략을 얘기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독립광고사인 디블렌트(D.BLENT).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미디어로 여겨 브랜드가 돋보일 수 있게 하고, 그렇게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만)를 공략하겠다’는 목표 아래 움직이는 중이다.

“(아마) 론칭 캠페인을 가장 많이 한”, 그리고 “파트너들의 성공적인 론칭 캠페인이 독립광고회사의 사명”이라고 셀프PR하는 이 회사의 도형주 기획본부장을 만났다.

도형주는…중앙일보 조인스닷컴, LG애드(현 HS애드), 아이마켓코리아 등을 거쳐 BBDO코리아 디지털 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디블렌트 기획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도형주는…중앙일보 조인스닷컴, LG애드(현 HS애드), 아이마켓코리아 등을 거쳐 BBDO코리아 디지털 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디블렌트 기획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국내 광고 시장은 인하우스(대기업 계열 광고회사) 영향력이 크고, 그만큼 독립 에이전시에게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잖습니까. 어떤 가능성을 보고 디블렌트에 몸 담게 되셨나요. 

이전 직장이 BBDO코리아라는 글로벌 광고회사였어요. 당시 화장품 브랜드와 관련된 작업들을 주로 진행했는데요. 당연히 다른 광고회사가 어떻게 화장품을 표현하는지도 유심히 살펴봤어요. 그런데 XYZ라는 화장품 회사 광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식빵에다가 수분크림을 발라서 토스트기에 굽는 영상이었는데요. 정말 파격적이었습니다. 보통 화장품 광고는 우선 예뻐야 하고, 기분 좋은 소리로 3일 후에 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그런 문법을 깨버린 거죠. 당신의 피부가 어떤 방식으로 달라질 거라고 탠저블(tangible)하게 광고를 통해 보여주더라고요.

어디서 만들었는지 봤더니 디블렌트였습니다. 죽비를 맞은 느낌이 들면서 이런 애들이 시장에 나오면 우린 다 죽겠구나 싶었고, 동시에 이곳에 있으면 업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누가 꾸준히 일을 제공해주는 안정된 환경이 지겹기도 했습니다. 진짜 야생에 뛰어들어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래서 당시 BBDO코리아에서의 디지털 본부장 직함을 내려놓고, 디블렌트 팀장으로 오게 됐습니다.

물론 와서도 엄청 고생했어요.(웃음) 일단 처음 만나는 광고주들이 많았고요. 디블렌트가 아마 가장 론칭 캠페인을 많이 한 회사일 거예요. 이전 직장에서는 제가 아는 광고주들이 많았었고, 그 사람의 성향, 뭘 좋아하는지, 술버릇은 뭔지까지 속속들이 다 알았는데, 여기서는 다 처음 만나는 신규 개발 광고주들뿐이었죠.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은 정말 즐거웠고 해냈을 때의 성취도 크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지금 4년째 디블렌트에 다니고 있습니다.

직함을 보니 본부장이신데, 팀에서 본부를 이끌게 되신 거네요. 고속 승진인지, 아니면 내부에 어떤 변화가 있는 건지?

디블렌트가 매년 성장하면서 기획팀도 여섯 개 팀으로 늘어났습니다. 관리해야 할 광고주들도 늘어났다는 뜻인데, 각 팀이 각각의 광고주와 각각의 캠페인들을 관리하느라 너무 바빠요. 뒤집어서 얘기하면 통합적인 틀에서 해당 캠페인의 기대효과, 앞으로 소비자가 가지게 될 베네핏(혜택), 또는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고 함께 고민할 틈이 없다는 말이죠. 그게 항상 아쉬웠어요.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6개의 기획팀을 아우르는 본부가 생기게 됐습니다.

또 디블렌트의 경우 ‘광고대행사’를 넘어서려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대행이라는 말 자체가 ‘내가 하기 귀찮은 일들을 누군가 대신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있는데요. 저희는 광고회사라고 포지셔닝해 그런 수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브랜드들이 빌드업(build up)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빌더’로 나아가고 싶은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비전들을 현업 팀장들에게 맡기게 되면 지장이 생기겠죠. 또 광고주 입장에서는 당장 의뢰한 캠페인이나 잘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먼 미래를 이야기하니 부담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본부로 개편하면서 이런 지점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입니다.

브랜드 빌더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

브랜드는 완벽할 수 없고, 결국 브랜드에게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는 거죠. 이런 점들이 해결돼야 브랜드도 빌드업 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브랜드 빌더고요. 

단순히 통합적으로 IMC 캠페인을 하겠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에요. 소비자가 느끼는 페인 포인트는 날마다, 해마다 바뀌고요. 브랜드가 생성을 넘어 성장, 소멸되는 순간까지도 계속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를 캐치하고, 그때마다 솔루션을 제시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앞으로 광고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요즘에는 광고회사가 어느 순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광고주들이 모든 걸 직접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돼버렸어요. 결국 광고주가 할 수 있는 귀찮은 일들을 하는 대행 개념이 아닌, 본인들이 못하는 일을 해주는 브랜드 빌더의 관점을 갖는 회사가 이런 격동의 시기에도 생존할 수 있다고 봐요. 한 가지 어필을 더 하자면, 디블렌트는 그런 브랜드 빌더들이 모여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말씀하시는 내용이 매우 공감됩니다. 그래서 저희 더피알도 커뮤니케이션 업계와 몸 담은 선수들의 전문성을 좀 더 강조하자는 의미에서 ‘대행사’라는 말 대신 ‘회사’라는 말을 쓰려 하는데요. 이런 생각이 요즘 에이전시 전반의 화두인 건가요. 

완전히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도 광고대행사적 관점에서 뭘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거라 생각해요. 다른 회사 대표님들 인터뷰나 기사를 보면 ‘데이터 드리븐’이란 말을 굉장히 많이 하시잖아요. 이건 앞서 말한 브랜드 빌딩을 하기 위한 툴(tool)인데 말이죠.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없어요. 대행사로서 실무적으로 데이터 드리븐을 하는 건 물론 좋은 일이지만 이게 다가 되면 안됩니다.

그리고 요즘 광고주 사이드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들을 뽑기 시작했는데요. 이 말인즉슨 퍼포먼스 광고를 통해 쌓이는 데이터들에 대한 오너십을 광고주들이 갖고 싶어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본인들이 애써 돈 들여 만든 데이터를 남의 손에 맡기기 싫다는 것이죠. 이런 흐름이 대세가 되면 광고대행사들은 점점 데이터 드리븐이 어려워지는데, 그럼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하나요. 그래서 데이터 드리븐은 수단이 돼야 하고, 궁극적으로 광고주와 우리 회사가 함께해야 하는 이유는 (광고) 대행이 아닌 브랜드 빌딩을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시대가 왔습니다.

한 가지만 더 첨언하면, 요즘 광고주들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들이 굉장히 많고 웬만한 건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데이터 잘 쌓아요’ 정도의 얘기로는 넘어오지 않아요. 이제는 광고주가 보지 못하는 지점들을 이야기해야 어필이 가능해요. 광고주는 메이커(maker)이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밖에 보지 못하고, 또 이를 충실하게 보는 게 광고주의 역할입니다. 따라서 광고회사는 제품이 왜 불편한지, 이 제품이 갖고 있는 속성 중 어떤 포인트로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지 등 소비자 사이드에서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독립적으로 구분돼 왔던 광고와 마케팅, 브랜딩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뚜렷해지는데요. 확실히 예전에 비해 업계 전반에서 경계가 사라지고 있고, 그 흐름이 가속화되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터치 포인트가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예전을 생각해 보세요.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터치 포인트는 TV광고, 혹은 BTL 캠페인 위주였죠. 매장 디스플레이를 열심히 꾸며 출퇴근길에 오가는 사람들이 보고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포함해서 버스·택시광고 등 우리가 돌아다니면서 보는 모든 것들이 터치 포인트가 됐잖아요. 즉 소비자가 보는 것,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모두 미디어가 된 셈이죠. 그러다 보니 광고회사에서도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없게 된 것입니다. TV에 광고 한 번 걸고 3개월 노는 방식이 아니라 매일매일 상황에 따라 새롭게 콘텐츠를 생산해내야 해요. 또 각 매체에 맞는 문법을 다 공부해야 하고요. 가령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은 밤에 보고 페이스북은 낮에 본다고 했을 때, 이런 성향에 맞춰 인스타그램에는 감성적인 광고를, 페이스북에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광고를 거는 식입니다.

“소비자의 불편함이 곧 트렌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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