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기후변화에 관심 쏟는 해외 언론들, 그런데 국내는?
작정하고 기후변화에 관심 쏟는 해외 언론들, 그런데 국내는?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11.1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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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워싱턴포스트 등 COP26 코너 마련하고 심층보도
국내 언론은 별도 섹션 찾아보기 어려워…파편적 접근 많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쉬이벤트캠퍼스. 뉴시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쉬이벤트캠퍼스.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난달 말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6)가 종착역을 향해 가는 중이다. 갈수록 심화 되는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중요성이 작지 않다. 이를 방증하듯 주요 국가의 정상들이 글래스고를 찾았다.

당연히 전 세계 언론들도 COP26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해외에선 주요 언론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탄소중립 필요성을 각국 시민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책임감을 인식하는 듯 남다른 행보에 나선 외신들이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뉴스 메인 페이지에 큼지막한 COP26 코너를 마련했다. 해당 섹션을 클릭하면 페이지 상단의 ‘기후’ 탭과 연결된다. 영국을 대표하는 신문 가디언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디언은 지난해 화석연료기업의 광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에 몸소 도전하는 등 ‘친환경 언론’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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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뉴스를 생산하는 건 여타 언론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별도 코너를 마련했다는 건 그만큼 독자들에게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COP26에서 나오는 주요 이슈와 아젠다를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비롯해 심층보도나 전문가 코너, 데이터 저널리즘 같은 다양한 요소가 포함됐다.

영국의 가디언지 웹사이트에 마련된 COP26 코너, 화면캡처
영국의 가디언지 웹사이트에 마련된 COP26 코너, 화면캡처

BBC의 COP26 코너에선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뉴스수용자의 이해를 돕는 해설 기사들도 볼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 ‘미래’ 카테고리를 마련해 다양한 의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디언은 지구 온난화의 최전선 현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전문가들의 오피니언 코너를 개설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기후와 환경’ 섹션을 통해 COP26 관련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COP26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사항들을 FAQ로 모아두고 그 중요성을 쉽게 설명하는 코너가 눈에 띈다. 아울러 기후·환경분야 기자인 맥신 조슬로우(Maxine Joselow)가 만드는 ‘The Climate 202’라는 뉴스레터를 발간 중이다. 뉴욕타임스 역시 뉴스레터 ‘Climate Flow’(기후 흐름)을 통해 COP26 관련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아시아 언론 중에는 일본의 공영방송 NHK의 행보가 눈에 띈다. 뉴스 메인 페이지에 마련된 NHK의 COP26 코너는 최신뉴스와 ‘COP26 초점’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최신 뉴스에서는 글래스고에서 들려오는 소식과 함께 일본 국내에서의 관련 뉴스들을 다루고 있다. 초점은 말 그대로 COP26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포인트들을 짚어내는 것이다. 

강력한 유료 회원제(paywall)를 도입하고 있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사의 COP26 관련 온라인 기사들과 기후 보도를 지난 3일(현지시간) 무료로 읽을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후 원래대로 유료기사로 돌아가긴 했지만 기후변화 관리를 테마로 만든 스페셜 리포트는 여전히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와는 별도로 파이낸셜타임스는 온라인상에 COP26 사이버 전시관을 마련했다.

파이낸셜타임즈가 만든 COP26 온라인 전시관. 화면캡처
파이낸셜타임즈가 만든 COP26 온라인 전시관. 화면캡처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중요 아젠다를 대하는 해외 유수 언론의 이같은 노력과 움직임에 비해 한국의 언론들을 살펴보면 온도차가 크다. 국내 종합일간지와 뉴스통신사, 그리고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들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별도의 COP26 코너를 개설한 곳을 찾기 어렵다.

기후변화 전담팀을 구성할 만큼 환경문제를 중요 테마로 다루고 있는 한겨레의 ‘글래스고 통신’ 정도가 눈에 띄는데, 이 역시 COP26 관련 소식을 모두 아우르는 섹션이라기 보단 취재기자들의 현지 리포트와 인터뷰 등을 모아놓은 연재 코너 성격이 강하다. 

KBS의 경우 ‘기후는 말한다’는 코너가 뉴스 페이지에 마련돼 있지만 현재 진행중인 COP26 뉴스는 찾아볼 수 없었고, 마지막 업데이트된 리포트는 지난 9월 초에 나온 것이었다. 환경이나 기후 섹션은 있지만 있지만 오늘의 날씨 등 생활뉴스가 포함된 언론사 웹사이트도 있었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경재계 핵심 화두로 부상하면서 기업의 ESG 움직임을 다룬 기사들이 쏟아졌고 심지어 언론사가 주관·주최하는 관련 포럼들이 앞다퉈 개최됐지만, 정작 글로벌 환경 어젠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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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낮은 관심도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은 또 있다. 지난해 세계 주요 언론들이 모여 만든 글로벌 협력체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가 바로 그것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가디언, 리베라시옹 같은 뉴스통신·신문사들과 ABC, CBS, NBC, RAI, 알 자지라같은 뉴스채널들이 여기에 속해있다. 파트너십을 맺은 매체와 유관단체만 500여개가 넘는다.

그런데 국내 매체는 3개(TBS, 동아사이언스, 뉴스트리) 뿐이다. 이른바 메이저 신문이나 방송사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나 영국 등과는 숫자로 비교할 수 없을 뿐더러, NHK와 아사히신문 등 굵직한 이름이 올라있는 일본과도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이같은 단면만으로 국내 언론들이 기후변화 문제와 아예 담을 쌓고 있다고 판단할 순 없다. 국내외적 환경 이슈가 꾸준히 보도되고 있긴 하다. 일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분석 사이트 빅카인즈에 ‘COP’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번 총회가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14개 국내 주요 언론(종합지 10개, 지상파 3개, 보도전문채널 1개)의 기사들을 살펴보면 총 556개의 기사들이 검색된다. 언론사당 평균 40개의 기사가 생산된 셈이다.

문제는 보도의 ‘깊이’다. 검색된 기사들의 상당수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같은 유력 인사들의 발언들을 위주로 한 보도들이다. 이른바 ‘워딩’ 위주의 파편적인 스트레이트 기사들이 COP26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총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관련 기사나 현장에서의 각국 정상외교 등 COP26의 본질과는 괴리감이 있는 보도들도 적지 않았다. COP26이 단순 언급된 기사들도 섞여있었다.

이러다 보니 총회에서 논의된 의제들을 주제로 하거나 이를 심층 분석, 해설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나와 우리 가족, 주변인들 삶의 문제로 점점 더 다가오는 기후변화의 파고 앞에서 한국의 언론들은 유독 느긋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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