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의 노멀과 뉴노멀
기자실의 노멀과 뉴노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1.11.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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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팬데믹 이후 강제적 내근 맞은 언론계 혼란
출입처 기자실 폐쇄에 취재활동 위축, 위드코로나 속 회귀될까 변화될까
최근 일부 기관과 대기업이 기자실 재개 운영 방침을 밝혔다(자료사진). 뉴시스
최근 일부 기관과 대기업이 기자실 재개 운영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2월 방역작업을 실시한 서울시교육청 기자실. 뉴시스

“도대체 기자실은 언제 열린대?”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난주 모 언론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더피알 매체 특성상 기자실을 관리하는 기업 홍보실(커뮤니케이션팀) 상황을 좀 더 잘 알지 않느냐는 의중이 묻어 있었다. 바깥 현장을 누벼야 할 기자들이 1년 넘게 출입처에 제대로 출입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난감함과 피로감이 크게 느껴졌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며 갈 곳 없는 기자들의 방황이 꽤 길어졌다. 외부 출입처가 활동 거점인 기자들이 ‘강제적 내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일단 기사 쓸 장소를 물색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부득이 출입처 근처 카페를 배회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기자 인맥을 발휘해 ‘남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언론사 내부에서 기사 쓰는 게 어색한 정도를 넘어 여러모로 부담스럽고, 재택의 의미를 살려 집에선 하기엔 도무지 일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활동성이 몸에 밴 기자의 습성이 코로나 적응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기자실 폐쇄로 인한 기자들의 ‘탈출입처 장기화’가 개인기로 먹고 사는 기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기사 퀄리티 저하로도 이어진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11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고도 기자실 재개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일부에선 코로나 핑계로 기업들이 ‘성가신 관리’를 피하고자 일부러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안정되게 일할 곳을 찾는 기자들의 현실적 필요가 채워지지 않기에 제기되는 불만이었다.

그나마 11월 셋째주 접어들며 일부 기관 및 대기업이 기자실 재개 운영 방침을 밝히며 숨통을 틔워줬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 소식이 이른바 지라시 형태로 빠르게 공유될 정도로 관심사였다. 기자들의 활동 공간을 명확히 구분 지어 놓은 기자실이 오히려 기자들의 운신을 가볍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새삼 재확인되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기자실이 언론사 취재활동을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의미로 기자들을 위한 업무공간이자 편의시설이 되고 있지만, 사실 기자실은 출입처가 되는 조직의 필요로 인해 만들어졌다. 소수의 언론사 기자들만 상대해도 미디어 관계가 커버되던 시절에 홍보실(인)의 가시권 안에서 루틴하게 기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수단이었다. 온라인·모바일이 발달하기 전엔 기자들과 자연스레 면을 트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친밀도를 쌓으며 업계 안팎의 동태를 파악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진작부터 상황과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일단 기자들이 고정된 출입처에 굳이 걸음하지 않아도 출입처 소식은 얼마든지 실시간으로 알고 제때 소화 가능하다. 그들만의 배타적 정보는 비대면으로 모바일 안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필요시 ‘맨투맨’으로 전달, 조율한다. 웬만한 자료도 기사 작성 시간에 무리 없이 사전에 다 이메일로 전달받고 온라인·모바일로 소통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기자실은 그 일을 하는 데 편리하고 익숙한 물리적 공간일 뿐이다. 한편에선 기자(언론)를 거치지 않고도 외부와 소통하는 온라인 기반 온드미디어(기업 뉴스룸) 구축과 활용이 빠르게 보편화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오프라인 기자실은 옛 방식대로 관성적으로 유지되는 실정이다. 물론 기자실 운영에 큰 거부감이나 부담이 없다면 운영 주체나 이용 주체에게 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비슷비슷한 기사가 쏟아지고 출입처 기자실 드나듦이 현장 취재가 되는 언론계 풍토가 만들어지는 데 일조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각계에서 기존 규칙이나 관행, 질서를 바꿔 ‘뉴노멀’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기다. 과거엔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변화와 혁신이 코로나로 강제적으로 수용되면서 일하는 방식에서도 ‘온-오프라인’, ‘오피스-탈오피스’가 하이브리드형으로 접목, 정착되는 등 벌써부터 뉴노멀이 ‘노멀’이 되고 있다.

기자실 역시 필요성 내지 효용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래야 남의 회사 ‘셋방살이’에 익숙해진 기자들 역시 디지털 전환기에 맞는 뉴노멀로서 새로운 취재 스타일을 고민하게 될 것이고.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 기자회견을 한 기업의 시도가 실험 수준을 벗어나는 때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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