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한 ‘쿨 브랜드’ 시대가 온다”
“대체 불가한 ‘쿨 브랜드’ 시대가 온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11.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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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 그룹장

[더피알=정수환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내년 트렌드를 조망하는 서적들이 쏟아지며 연말이 다가옴을 알린다. 수많은 트렌드북 속에서 눈길 가는 저자 이름이 있다. 다름 아닌 광고회사 이노션월드와이드(이하 이노션)이다. 광고회사가 트렌드북을 낸다는 것이 얼핏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을 가장 민감하게 주시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광고회사가 바라보는 2022년 트렌드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난 1년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2>를 펴낸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 그룹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김나연은...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마케팅전공으로 본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노션월드와이드에서 전략 서비스 조직인 인사이트그룹을 이끌고 있다. 사진: 이노션월드와이드 제공

이노션이 레드오션이 된 트렌드북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광고회사는 소비자 가까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조직이잖아요. 저희 역시 소비자,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해 꾸준히 연구를 해왔고, 저희가 연구한 결과물들을 광고나 마케팅PR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이노션의 관점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트렌드 이면의 원인을 분석해 마케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격변이 일어났던 2020년을 제외하면, 트렌드라는 것이 흐름이기 때문에 전년과 큰 변화가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특히 올해는 더 트렌드 변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유독 올해가 정체됐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2020년에는 코로나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좌충우돌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기업들도, 사람들도 어느 정도 생존법을 찾아 좀 더 안정된 시기를 보내고 있고요. 트렌드 역시 2020년에 대두됐던 것들이 2021년 들어 ‘진화’나 ‘심화’의 형태로 이어져 안정된 모습을 보입니다. 가령 저희가 2020년 말에 제시했던 ‘전지적 자기관리’ 키워드는 올해 ‘아무튼 멘탈케어’로, ‘소환 놀이’ 키워드는 ‘추억 이즈 백’ 등으로 심화된 것이죠.

정체돼있는 것 같지만 2021년은 상당히 다이내믹하기도 했습니다. 연초에 클럽하우스가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면서 오디오 소통이 대세가 될 것이라 했지만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트렌드가 됐잖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은 온 세상이 메타버스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놀이와 일상, 세상, 마케팅 4가지 분야에서 총 16개 트렌드를 제시해주셨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트렌드를 몇 개 꼽아주신다면.

우선 7080을 넘어 2000년대로 넘어온 ‘레트로’를 좀 더 주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도 SG워너비를 필두로 다양한 2000년대 복고 콘텐츠가 부상했습니다. 싸이월드가 부활하면서 또 새로운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바뀌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밖에 잘 안 나가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마케팅에 투자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 이미 예전에 한 번 화제가 됐었던,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레트로 콘텐츠들이 기업의 마케팅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환경적으로 불안한 상황이기에 옛 콘텐츠를 찾아 심리적인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공간을 새로 고침하는 ‘네오 스페이스’ 트렌드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가 되면 영업 제한이 풀리고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긴 하겠지만, 코로나를 경험한 시점에서 소비자들은 ‘내가 꼭 가야 될 공간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공간으로 갈 당위를 만들어주는 것이 요구됩니다.

‘쿠키리스’ 시대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2023년부터 쿠키 지원이 중단되면서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인데요. 소비자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두되는 한편, D2C(Direct to Consumer) 쇼핑몰을 만들어 직접 소비자 데이터를 모으려는 나이키 같은 기업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합니다.

지천에 있는 것이 데이터고,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모두가 얘기하지만 쉽진 않아요.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를 막는 법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거든요. 기업은 더 알아내려 하고, 소비자는 계속 막으려는 싸움이 지속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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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하신 트렌드를 바탕으로, 최근 주목하는 브랜드가 있다면요.

너무 많은 곳에서 주목받고 있지 않나 싶긴 한데요(웃음). 그래도 무신사를 꼽고 싶네요. 트렌드 북을 펴내면서 말미에 브랜드의 ‘쿨함’에 대해 논하는 스페셜 리포트를 별책부록처럼 넣었는데요. 소비자들에게 어떤 브랜드가 쿨하다고 생각하는지 주관식으로 물어 나온 답을 분석한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조사 결과, 무신사가 삼성, 애플, LG, 나이키, 아디다스 등 엄청난 브랜드 사이에서 9위를 차지했더라고요.

그럴 만도 한 게, 무신사의 행보가 상당히 재밌어요. 유통 플랫폼이지만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의류 브랜드를 만들어 제조업에도 진출하고, 모두가 온라인 플랫폼에 열을 올릴 때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기도 했죠. 소비자들이 놀 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건 당연하고요. 이런 특이한 행보들이 젊은 친구들에게 잘 어필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 위상이 점점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케팅 강자로 거듭나고 있는 삼성전자도 새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가 스페셜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쿨한 브랜드를 물어볼 때 당연히 많은 사람이 애플을 얘기할 것이라 예상했는데요, 삼성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더 높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싶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죠. 최근에도 메종키츠네(Maison Kitsuné) 등 요즘 가장 힙하다는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고요. 화제가 되는 인물은 바로바로 광고에 활용하더라고요. 투고 서비스, 언팩 행사 등 자동차 회사들이 할법한 신선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기도 하고요. 기술력이 좋은 브랜드로만 생각했었는데, 마케팅에서도 앞서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쿨함’에 주목하신 건가요. 요즘 잘 쓰지 않는 말이라 그런지 생소한 느낌입니다.

소비자 조사를 할 때, 보통 최선호 브랜드를 물어요. 그리고 브랜드를 왜 좋아하냐고 질문하는데요. 소비자들은 기능, 디자인, 가격 등 다양한 이유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가 붙는 브랜드들은, 추후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는 브랜드들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어요. 가령 연비나 성능이 좋아서 어떤 브랜드의 자동차를 이용한다고 했을 때, 다른 브랜드에서 더 좋은 조건을 내건 차를 출시하면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유 없이 ‘그냥’ 좋아할 수 있는 소비자, 즉 팬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고, 이를 ‘쿨’하다고 본 것입니다. 왜 그 브랜드가 좋냐고 했을 때, 그저 쿨해서 좋다고 답하면 게임 끝이라는 얘기죠.

물론 말씀하신 대로 쿨하다는 말이 예전처럼 많이 쓰이는 말이 아니긴 한데, 쿨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가 참 많더라고요. 자유롭고, 규정을 탈피하고, 고정관념을 깨고, 멋있고, 세련되고. 이 모든 의미가 ‘쿨’로 귀결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쿨한 브랜드가 무엇인지 묻는 작업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서베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준점 역할하는 브랜드 컬러 정립해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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