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보도 품질 높이려면?
감염병 보도 품질 높이려면?
  • 한나라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11.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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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서 학술대회서 논의
답안 아닌 구체적 자료 제시…감시견 역할 외 안내견 역할 강조돼
인공지능 등 기술 활용하는 이론·방법 고도화해야

[더피알=한나라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 언론보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감염병 보도 문제를 놓고 언론학자들은 ‘지적중심’에서 벗어나 ‘해결지향’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울러 기술 발전 속에서 인공지능의 효율성과 인간의 정확성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미나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감염병 보도의 해결지향 접근: 과제와 전망’ 발제에서 “갈등유발형, 문제지향 보도는 언론수용자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부정적 세계관을 형성해 뉴스를 회피하도록 한다”며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결지향 보도는 언론이 해결책이나 답안을 제시하는 보도가 아니”라며 “문제를 드러낼 뿐 아니라 문제대응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보도하는 방식”이라고 이미나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사의 제공과 소비가 이용자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환경에서, 해결지향 보도가 기사 내용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해 충성도 높은 독자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기자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직무에 만족하게 되고 효능감이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언론은 ‘감시견’ 역할뿐 아니라 ‘안내견’ 역할도 중요하다”며 “해결지향 보도는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적 맥락까지 찾아야 한다. 노력, 시간을 들여 사실을 확인하고, 반대입장과 현장의 반응도 점검하는 등 언론이 원래 하던 것을 더 잘 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해결의 과정을 기록하고 매뉴얼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로 만드는 기사 문장, ‘의도성’이 관건 

자연어 생성을 통한 감염병보도 기사품질 측정의 원리에 대한 고찰

인공지능을 이용한 보도품질 측정방법도 제시됐다. 윤호영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자연어 생성을 통한 감염병보도 기사품질 측정의 원리에 대한 고찰’을 발제하면서 “인공지능으로 감염병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담고 있는 기사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영 교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문장과 사람이 쓴 실제 기사의 문장과의 유사성을 비교해 괴리를 찾을 수 있다”며 “컴퓨터가 만들어낸 기사 문장을 기사 품질의 판단 기준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다만, “기존 지도학습 방식의 인공지능 기계학습을 감염병 보도 기사의 품질측정에 적용하려면 먼저 대용량의 자료를 사람이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량의 품질 좋은 기사를 골라내야 하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비지도학습 방식으로 기존 보도된 기사들의 품질에 기반해 평균적인 수준의 기사 문장을 다양하게 만들어 앞으로 보도될 기사의 품질을 측정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윤 교수는 “기존 지도학습 방식으로는 품질이 높은 기사 자료를 대량으로 수집해 기사 품질을 판단해야 하지만, 새로 제시한 비지도학습 방식은 기존 보도된 기사들의 품질에 기반해 앞으로 보도될 기사의 품질을 측정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으로 평균적인 기사 문장을 만들어 보도 품질 측정에 이용하면 품질 좋은 기사를 사전에 선별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토론에서 박대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사 문장을 만들어 기사품질 판단기준으로 활용하겠다는 시도는 대단히 도전적인 과제”라며 “결국 관건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기사 문장이 인간이 작성한 기사품질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민 교수는 “뉴스 품질이 언론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개념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공지능이 보도 품질 측정에 더 적합할 수 있다”면서도 “딥러닝은 인간의 사고과정과는 구분되는 고유의 작동 원리가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만든 기사 문장이 의도한 품질의 기사를 만들어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론적 틀로서 ‘위험-기회 모형’의 가능성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보도품질 측정방법을 제시했다.

안도현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비친 그림자이다. 다양한 보도 품질의 판단기준 중에서 핵심 요소는 ‘있는 그대로’ 사회 현상을 전달해 공중으로 하여금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라며 감염병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틀로서 위험·기회 모형을 들고나왔다.

안 교수는 “바람직한 감염병 보도가 되기 위해서는 위해한 것에 대해서는 위험하다고 지각하도록 하고, 유용한 것에 대해서는 기회로 지각하도록 해야 한다”며 “언론보도의 선정성도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반영한다면 무조건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감염병 보도 준칙에 따르면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표현을 과장된 표현이라고 전제하고 있는데 이런 용어 자체가 과장된 것이 아니라 감염병의 위해성 정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때 과장”이라고 지적하며,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은 창궐이라면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보도 품질 측정을 위해 정확성, 관심성, 구체성 등 3개 지표를 제시했다. 안 교수는 “인간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품질 측정을 정밀하게 할 수 있지만, 대용량의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측정할 수 없고, 기계는 단순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측정할 수 있지만 사람만큼 정밀하게 품질을 측정할 수 없다”며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도학습과 비지도학습의 장점을 취한 반지도학습 방식의 문서분석 방법도 소개하면서 “위험-기회 모형을 적용해 씨앗 역할을 하는 주제어를 만들어 문서의 주제를 분류하면 대용량의 데이터에서 사람이 직접 분석할 수 있는 양의 문서를 추려낼 수 있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혁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저널리즘 품질에 대해서는 정확성, 일탈성, 독창성, 심층성 등 대단히 많은 기준이 제시돼 있다”며 “언론보도에 대한 집합 단위의 품질측정에서는 중요성과 관심 등 핵심 지표만 이용하면 되지만, 개별 기사 차원에서 기사 하나하나에 대한 품질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제시됐던 모든 품질 측정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감염병 보도 품질 측정’ 세션은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감염병 보도 품질 제고 해커톤: 텍스트마이닝과 해법중심 접근’ 사업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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