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손해볼라…신문사들 부랴부랴 ‘독자위 정비’
정부광고 손해볼라…신문사들 부랴부랴 ‘독자위 정비’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12.17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부터 인쇄매체 집행기준에 포함 적용
아예 없거나 유명무실한 신문들 ‘위원 모셔오기’ 바람
“자사 보도 비판과 다양한 의견 수렴하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더피알=문용필 기자] 새로운 정부광고 집행기준에 편집‧독자위원회가 포함되면서 일부 신문사들이 부랴부랴 ‘구색 갖추기’에 나서고 있다. 위원회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것이 패널티로 작용해 정부광고비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독자위 취지 자체가 ‘정부광고 수주’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이 벌써부터 나온다.

문체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정부광고 인쇄매체 집행기준을 보면, 기존의 부수량을 대신해 열독률뿐 아니라 편집‧독자위원회 설치 및 운영 여부도 핵심지표다. 언론중재 결과와 자율심의 결과 등과 함께 해당 언론사의 신뢰성을 보겠다는 취지다. 정부광고 개선안은 내년도에 바로 적용되는 만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미흡할 경우 바로 광고비 수주에 영향을 주게 된다.  

▷관련기사: ‘좋은 언론’ 골라내려는 정부광고 개선지표, 맹점도 보인다

현재 중앙지로 분류되는 일간 종합·경제지는 물론 지역 유력지들도 대부분 독자위 혹은 편집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면 등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회의 결과를 자사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조순형 전 국회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독자권익위원회가 활동 중이고, 한겨레는 언론전문가인 김민정 한국외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을 초빙해 열린편집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만 한다면 정부광고 경쟁에서 기본점수는 따고 들어가는 셈. 하지만 독자위가 유명무실하거나 아예 만들어지지 않은 신문사들도 있다. 겉으로는 크게 문제 없어 보이지만 제대로 독자위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자위가 없거나 부실한 언론사들이 뒤늦게 ‘위원 모셔오기’에 부산한 움직임이다. 비교적 전문성을 담보하면서 ‘중립적 포지션’으로 인식되는 학계 인사들이 일차 대상이다. 지면이나 기획, 기사를 평가하는 자리다보니 언론학을 전공한 대학교수들도 선호된다. 

다만, 언론계 한 관계자는 “일반 독자보다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을 주 대상으로 하는 신문의 경우엔 독자위에 (외부 전문가보다는) 이해당사자들이 모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광고 집행을 위한 정부조사가 이미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 올 때 ‘닥쳐서’ 위원회를 세팅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문체부의 지표 도입 의도는 물론이고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일종의 옴부즈만 역할을 하는 독자위나 편집위의 본래 취지 자체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물론 독자위나 편집위 운영에 큰 점수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가 공개한 지표 합산 방식에 따르면 편집‧독자위 설치여부는 항목별로 1점씩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독자위 설치에 1점, 운영 여부에 1점을 각각 주는 형식이다. 각 배점 구간별로 5점과 3점씩이 주어지는데다가 광고주의 시선이 많이 쏠릴 것으로 보이는 열독률과 언론중재 결과에 비해선 점수가 높지 않은 편이다.

새로운 인쇄매체 정부광고 집행 지표. 문화체육관광부
새로운 인쇄매체 정부광고 집행 지표. 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지표합산에서의 비율 산정은 광고주가 되는 각 부처나 기관, 지자체들의 재량이다. 만약 열독률 등 다른 지표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독자위 운영 여부로 광고수주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광고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신문사 입장에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열독률이나 매체 인지도가 비등한 각 지역 신문들 경우엔 지자체 광고를 수주하는 데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중견 언론인은 “(통상적으로) 독자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에 유독 교수들이 많은 것은 이들의 역할을 떠나 상징적 권위를 빌려 위원회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며 “신문의 독자위 구성 및 운영은 정부광고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사 언론보도 비판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질을 짚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