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넘어 방영 중단 요청 쇄도…국민청원 30만명 동의, 드라마 광고·제작지원 기업들 불매 타깃돼
전문가들 “상당수 협찬·광고주들 논란 예상 못했다면 더 큰 문제”, “이슈 관찰자 입장에서 이슈 제기자의 비판 포인트 바라봐야”
이슈 선정 이유
콘텐츠 시장에서 ‘소셜 민감도’는 필수 고려사항이 된 지 오래다. 광고·마케팅과 같은 상업 브랜드 활동 못지않게 대중문화 콘텐츠에도 달라진 시대정신과 세밀한 역사적 감수성이 요구되고 있다. 요즘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자 행동주의가 더욱 조직적이고 활발해지면서 유사시 이해당사자 못지않게 주변의 여러 이해관계자에게도 불똥이 미치고 있다. 전향적인 자세로 사전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건 요약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가 민주화운동 폄훼 등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지난 18일 첫방송 이후 방영 2회 만에 폐지 압력을 받고 있다. 설강화는 민주화운동이 거셌던 80년대를 배경으로 남파공작원과 여대생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인데, 간첩이 운동권 학생으로 위장했다는 왜곡된 주장에 힘을 싣는 쪽으로 드라마 내용이 해석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설강화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게시된 지 하루도 안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안티 여론’을 방증했다. 시청자들은 JTBC에 방영 중단 등의 압력을 행사하고자 OTT 독점 제공사인 디즈니플러스(+)에까지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드라마 제작지원을 하는 광고·협찬사 명단을 공유, 불매를 독려했다. 해당 리스트에 오른 다수 기업과 브랜드에서 사과문 발표와 함께 광고 송출 중단, 협찬 철회 등의 입장을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관련기사: 역사감수성 건드린 ‘설강화’, 콘텐츠 시장서 또다시 ‘뼈아픈 선례’ 남기나
현재 상황
설강화 논란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창작의 자유가 역사의 상처까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폐지가 결정된 전적이 있기에 ‘제2의 조선구마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JTBC는 오히려 강수를 두는 쪽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JTBC 측은 “방송 드라마의 특성상 한 번에 모든 서사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초반 전개에서 오해가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청자분들의 우려를 덜어드리고자 방송을 예정보다 앞당겨 특별 편성하기로 했다”며 2주차에 3회분 방영을 예고했다.
주목할 키워드
소비자 액티비즘, 위기징후, 이슈 제기자·당사자·관찰자, 브랜드 목적, 사회적 감수성
전문가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이중대 웨버샌드윅 코리아 대표
코멘트
김영욱 교수: 대선 정국에서 사회 전반에 정치성이 올라와 있는 것이 논란을 키우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허구의 주인공, 스토리에 기반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민주화운동 등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패러다임 변화적인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서로 반대 성향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 즉 시청자 입장에선 당연히 자신의 가치나 생각과 반하는 지점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며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사안을 분석해야 한다.
제가 생각했을 때 그 드라마가 왜 문제냐면, 어떤 식으로 보더라도 과거 우리가 간첩이라고 얘기했던 북한 공작원과 운동권 학생들 간 접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런 오해 때문에 고통 받았던 사람들이 제일 억울해 하고 우선적으로 주장하는 포인트가 ‘나는 간첩과는 무관하다’인데,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민주화운동이 일던 시대적 배경에서 갑자기 간첩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내니 황당한 거다. 우리사회에서 아직은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어떤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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