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대통령 후보 부인의 사과회견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대통령 후보 부인의 사과회견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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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 ‘경력 부풀리기’ 의혹 관련해 입장 밝혀
대국민 사과 불구 구체적 해명 없고 ‘남편과의 추억’ 언급 많다 비판…온라인 커뮤니티서 풍자도
전문가들 “사과 대상이 누구인지 잘 이해못하는 듯…잘못 확인도 없어”, “사과문 원칙 적용할 문제 아냐…기자회견 대응이 전략적 의도에 부응했느냐 여부 놓고 판단했을 것”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는 김건희 씨. 뉴시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는 김건희 씨. 뉴시스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이슈 선정 이유

사과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면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나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공당의 대통령 후보의 가족이 물의를 일으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다면 사과의 톤앤매너는 국민들에 더욱 예민하게 다가올 수 있다. 정파적인 입장을 떠나 사과 커뮤니케이션의 ‘해야할 것(dos)’와 ‘하지말아야 할 것(don’ts)’를 지켰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사건 요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이력서 경력 부풀리기’ 논란과 관련,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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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선 김 씨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어나갔다.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진작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다”고 한 그는 첫 만남과 인상, 따뜻한 면모, 아이를 잃은 경험 등 과거 윤 후보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입장문을 읽으면서 김 씨의 목소리는 간간히 울먹거리기도 했다.

김 씨는 과거 대학 겸임교수 지원과정에서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 혹은 부풀려 기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와 관련,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거나 설명하진 않았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면서도 “부디 용서해 달라”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 “남편에 대한 마음을 거두지 말아달라” 등의 표현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회견장을 나섰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고 대신 국민의힘 부대변인이 그 역할을 맡았다.

현재 상황

국민의힘 인사들은 김 씨의 사과 기자회견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후보자 배우자의 용기는 각자가 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9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말 남편을 지지해 달라는 아주 감동적인 선거운동을 한 것 아닐까”라며 “그런 회견문을 만약 제가 검토했다면 적극 찬성했을 것”이라고 김 씨를 옹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김건희 씨의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오늘의 사과가 윤석열 후보 부부의 진심이길 기대한다”는 짤막한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윤 후보의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는 29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있는 대로 다 내놓고 사과를 할 때는 뭘 잘못해야 사과하는 거지 여하튼 내가 모르겠는데 사과를 원하니까 해줄게, 뭐 이런 건 조금 좀 국민들 보시기에 불편하시겠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김 씨의 기자회견을 풍자한 영상이 올라왔다. 김 씨가 남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대목에 신승훈의 노래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배경음악으로 깐 것.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삽입곡인 이 노래는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해 애틋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여권 지지자로 알려진 이 곡의 작곡가 김형석 씨는 SNS에 ‘저작권 사용을 허합니다.ㅎ’라는 글을 남겼다.

주목할 키워드

사과 커뮤니케이션, 감성 호소, 사과 대상, 기자회견

전문가

이현우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코멘트

이현우 교수: 사과는 어떤 이야기를 어느 타이밍에 하느냐가 중요한데, (입장문에서) 국민에 대한 사과는 일부분이고 대부분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엿보인다. 사과 대상이 누구인지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감정을 소구한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정말 ‘잘못했다’ ‘죄송스럽다’는 감정이 (국민들에게) 전달됐어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

상황과 맞지 않고 뜬금없는 가정사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국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사과문이 아닌가. 좀 더 정리된 사과문을 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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