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에선 모두가 크리에이터, 현실적 한계 없어요”
“제페토에선 모두가 크리에이터, 현실적 한계 없어요”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2.02.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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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들여다보기①] 이소담 제페토 크리에이터
인형 꾸미는 리페인터로 활동하다 무한 생산 가능한 제페토에 끌려
제페토는 다양한 수익 창출 창구…맵 PPL도 존재

[더피알=한나라 기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연일 이어진다. 기업의 마케팅부터 교육, 가상 부동산과 NFT 등 가상 자산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이미 메타버스 세상에 사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달리 막상 주위를 둘러보면 ‘메타버스’와 무관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현상’을 바라보는 이들이 아닌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찐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특히 메타버스 안에서도 유행을 만들고 이끄는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크리에이터, 혹은 인플루언서 활동에 특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와 이프랜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들을 만나 메타버스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제페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소담씨. 본인 제공​
​제페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소담씨. 사진 이소담 제공.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에선 인형새댁, 제페토에서는 dol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페토 크리에이터 이소담이라고 합니다.

‘메타버스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낯선 분들이 많습니다. 현재 활동하시는 제페토 크리에이터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대단한 인증이나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건 아닙니다. 제페토 내에서 맵이나 아이템을 만들어서 하나만 통과시켜도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을 수 있어요. 제페토를 배경으로 한 영상만 꾸준히 업로드해도 자신을 크리에이터로 정의한다면 제페토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죠. 모두가 유저이자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크게 아이템 판매, 월드 제작, 영상 촬영, 아바타 커스텀과 리터칭, 인플루언서 활동 등이 있어요.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아바타 아이템 판매인데요. 템플릿을 이용하는 방법과 직접 3D 모델링을 하는 방식이 있어요. ‘월드’라 불리는 맵을 만드는 활동도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제페토빌드잇’이라고 마치 레고 블록을 쌓듯이 쉽게 조립해서 맵을 만들 수 있어요. 다른 방법은 코딩을 기반으로 로블록스처럼 맵을 만드는 거예요.

또 영상 작업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조금 막연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제페토 아바타와 월드를 활용해서 영상을 제작한다고 보면 됩니다. 제페토에는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게 하거나 아이돌 춤을 추게 하는 등 아바타에 여러 동작을 시킬 수 있어요. 여러 개의 포즈를 엮어서 움직임을 표현하고 영상으로 만드는 거죠. 영상 장르의 한 갈래로 제페토 드라마라고, 마치 작가처럼 스토리를 짜고 아바타에 연기를 시키는 분들도 있고요.

커스텀 작업은 제페토 아바타를 다른 형태로 바꾸는 일이에요. 늘씬한 심즈 캐릭터처럼 아바타 몸매를 바꾸는 작업이죠. 아바타 사진에 그림을 그리고 꾸미는 리터칭도 있어요. 커스텀은 실제 아바타를 바꾼다면 리터칭은 아바타의 사진 위에 덧그리는 방식이에요.

아바타 리터칭 모습. 사진 이소담 제공.

이전에는 인형을 꾸미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인형 리페인터’로 활동하셨는데요. 제페토 크리에이터로 전업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 제페토를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전에 하던 일의 전망이 좋지 않다고 느꼈어요. 수작업이다 보니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딱 일한 만큼만 벌 수 있다 보니 대량으로 작업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던 와중에 메타버스와 제페토를 접하게 됐어요. 아이템도 제작해 판매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됐고요.

저도 처음에는 아바타용 아이템을 만드는 일로 단순하게 접근했는데, 아바타 커스텀과 리페인팅, 영상 제작 등 제페토 내에서 많은 것들 할 수 있더라고요. 기존에 제가 하던 일이랑 무척 비슷해서 약간 경계 없이 넘어간 편이에요. 제가 아예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면 관심이 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페토 크리에이터로서의 여러 활동을 설명해주셨는데, 소담씨가 구체적으로 수익을 내는 일은 어떤 작업들인가요?

(일단) 저는 의뢰와 강의, 인터뷰 등을 를 통해서 수익을 일정 부분 얻고 있어요. 특정 아이템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나 홍보 영상 의뢰가 종종 들어오기도 하고요.

제페토 안에서의 수입은 제페토 화폐인 젬(Zem)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얻어요. 직접 제작한 아바타 옷을 판매하거나 (인플루언서의 경우) 라이브 도중 후원을 받기도 합니다. 직접 코딩해 만든 월드 내의 아이템을 유저가 구매하면 또 젬을 얻을 수 있어요

이외의 방법은 모두 제페토 외부에서 나는 수입이라고 보시면 돼요. 제페토 안에서는 빌드잇 제작맵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맵에 대한 외부 수요는 많은 편입니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포트폴리오를 보시고 연락을 주셔서 맵을 만들어달라고 의뢰가 와요.

그리고 PPL도 있어요. 제페토 내에서 팔로워가 천명만 넘어도 쉽게 들어오는데요. 어떤 기업이나 기관에서 월드를 만든 뒤에 그곳에 와서 노는 모습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인증만 해도 돈을 주는 ‘월드플레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일반 인플루언서들이 진행하는 협찬이나 광고처럼요.

여러 작업을 하시다 보면 제페토 안에서의 트렌드 파악도 필수적일 것 같은데요. 소담씨의 방법이 있나요?

제일 쉬운 방법은 추천 피드를 보는 거요. 아바타들의 스타일과 의상, 콘텐츠 등을 볼 수가 있고요. 또 콘텐츠마다 인기 카테고리가 다 모아져 있거든요. 인기 아이템과 인기 월드를 보면서 ‘이런 게 유행이구나’라고 알 수가 있어요.

아바타의 패션 트렌드는 현실과 비슷한데 극한의 정도까지 가는 느낌이 있어요. 현실에서는 피부가 하얘지고 싶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데 제페토 내에선 완전히 새하얗게 만들 수도 있어요. 실제 얼굴 크기를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제페토에선 16등신이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아이템과 맵을 만들 때 이런 트렌드를 당연히 참고하긴 하지만, 꼭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유행한다는 건 그만큼 그런 스타일로 만드는 월드 제작자 혹은 아이템 판매자가 많다는 의미잖아요. 그래서 유행에 동의하기 어려운 분들은 자신만의 길로 가도 괜찮다고 봐요.

제페토를 이용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 사람의 취향은 정말 다양하잖아요. 유행과 완전히 다른 걸 만들어도 거기에 대한 수요가 있어요. 모두가 유행에 동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잘할 것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아이템이든 월드든 영상이든 계속 자신만의 스타일을 아카이빙하고 쌓아 나가야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되니까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여전히 ‘게임’이나 ‘학생들이 노는 곳’이라는 인식이 존재합니다. 메타버스에서 실제 활동하시는 입장으로서 이런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페토는 아바타를 커스텀하고 꾸미는 요소가 굉장히 잘 마련돼있어요. MZ세대가 자신의 개성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기에 한해선 쉽게 돈도 지불하는 편이잖아요. 이 세대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한 판이 너무 잘 깔려있는 거죠.

제가 느끼기에는 현존하는 게임 중에 가장 트렌디한 의상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 같거든요. 꼭 어린 분들뿐만 아니고 패션에 관심이 있는 20대분들도 되게 많이 하세요. 명품 브랜드도 많이 들어와 있고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리시한 의상들도 쉽게 볼 수 있어요. 아이템 시장이 엄청 커졌어요.

또 크리에이터들이 수익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많아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은 수익을 얻는 창구가 조회수 수익이나 광고밖에 없다 보니 일반인들이 돈을 벌기 쉽지 않잖아요. 그에 비해 제페토는 부수입을 벌어갈 가능성이 많아요. 메타버스는 애착을 가지고 오래 머물수록 여기에서 지출을 더 많이 하는 가상공간이잖아요.

이소담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제페토 아이템들의 착용 모습. 사진 이소담 제공.

기업 담당자분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해야 된다면 어떤 점들을 염두에 두면 좋을까요.

메타버스를 잘 아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기업이 제페토와 공식적으로 협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음알음 개인 크리에이터한테 연락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크리에이터들) 정보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제페토내에서만 좀 알려지신 분들도 있고요. 그렇다면 차라리 전문 에이전시를 거치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일을) 진행하실 때는 최대한 자율성을 주는 걸 추천해요. 굉장히 젊고 감각이 톡톡 튀는 플랫폼인데, 터치가 들어오면 걷잡을 수 없이 궤도에서 벗어나게 되잖아요. 그냥 전문가들에게 믿고 맡기면 좋겠다 말씀드리고 싶네요. 훨씬 더 많은 존중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앞으로 제페토 크리에이터로서 소담씨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눈에 보이는 영역은 다 해보고 싶어요. 라이브나 코딩 기반 월드 제작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고요. 아이템을 조금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사실 좀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못 만들었거든요. ‘doll’이라는 사람의 아이템은 이런 색깔을 갖고 있구나 짐작할 수 있을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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