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 아니면 보도자료에 담을 수 없는 이유
범죄사실 아니면 보도자료에 담을 수 없는 이유
  • 양재규 (eselltree92@hotmail.com)
  • 승인 2022.03.17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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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규의 피알Law] 슬기로운 오보 대처법(20)
주목도 위해 수사방향과 다르게 만들어진 보도자료
공익적 동기 갖고 있더라고 책임 피할 수 없어

[더피알=양재규] 먹거리의 안전성은 중요한 알권리의 대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당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먹거리 관련 언론보도엔 유독 흑역사가 두드러진다. 공업용 소기름으로 라면을 만들었다고 해서 논란이 된 1980년대 ‘공업용 우지 파동’을 시작으로 1990년대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2000년대 ‘쓰레기 만두 사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이 사건들의 경우엔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먹거리의 유해성이 사실무근이었거나 몹시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언급할 ‘인산염 오징어채 사건’의 경우, 사건 자체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는 앞서 제시 한 각 시대별 사건에 견줄 바 아니지만 관련 판결(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9다282197)을 보면 오보 대응에 참고할 만한 진일보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사건의 경위와 핵심 판결 사항, 그리고 오보 대응 관련 팁을 차례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A해경은 지난 2013년 3월 ‘인산염에 불린 무허가 오징어 제조, 유통업체 검거’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인즉, B시 소재 C 운영의 무허가 식품 제조가공업체에서 중량을 부풀릴 목적으로 인산염을 희석시킨 물에 오징어를 담가 오징어채를 제조·판매했는데 이 제품에서 허용치보다 28배 높은 인산이온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인산염을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치명적인 인체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해설까지 친절하게 부가돼 있었다.

이 사건은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기사화됐다. 먹거리 안전성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간혹 ‘물 코팅 오징어’와 같은 재기발랄한(!)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공표된 자료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기사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특히 오징어채 제조에 사용된 인산염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점, 중량을 속이고자 했던 업자의 양심 불량 두 가지가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그런데 정작 이 사건에 대한 해경의 수사는 기사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C는 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른 ‘등록’만 마친 상태에서 오징어채를 제조·유통하고 있었는데 해경은 식품위생법에 따른 ‘영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무허가 식품제조’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무허가 식품제조 혐의로 기소했고 재판 역시 무허가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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