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대상의 문제 해결점 찾기가 새로운 전략 될 수도”
“PR 대상의 문제 해결점 찾기가 새로운 전략 될 수도”
  • 김경탁 (gimtak@the-pr.co.kr)
  • 승인 2022.05.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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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고진광 대표
“국적 취득 못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 특별한 배려 필요”
“용서와 화합의 열린 공간을 형성하는 것도 미디어의 역할”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난민 올라 돈도바, 글립 볼리네츠스키 씨와 아이 아론 볼리네츠스키 가족이 4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는 대한항공의 항공권 후원으로 이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난민 5명을 귀국하도록 주선했다. 뉴시스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난민 올라 돈도바, 글립 볼리네츠스키 씨와 아이 아론 볼리네츠스키 가족이 4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는 대한항공의 항공권 후원으로 이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난민 5명을 귀국하도록 주선했다. 뉴시스

[더피알=김경탁 기자] 러시아가 시작한 우크라이나전쟁이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쟁의 참상을 피해 우크라이나 주변국으로 피신한 난민들이 40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연일 급증하고 있다.

피난민들 중에는 국내 거주 고려인 가족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시절의 독립 운동가 후예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소외된 무국적 피해 동포들에 대한 귀국 주선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가 있어 주목된다.

더피알은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 고진광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40년 외길 NGO 대표’가 전해주는 기업 PR CCO(커뮤니케이션 전략 담당)들을 향한 고언을 들어봤다.

다음은 고진광 대표와의 일문일답.

- 이번에 100번째가 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인추협에서 특별 성명서를 발표했던데, 어떤 취지인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대한국민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100번째 맞이하는 어린이날을 즈음하여 이 어린이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국적은 속인주의에 의거하여 부모의 국적에 따라 어린이의 국적이 결정된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공부하는 많은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가 대한민국 국적의 어린이와 같은 권리와 대우를 받을 방안도 함께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들의 한국 귀국 주선운동을 주관하고 계시다. NGO로서 새로운 활동분야를 개척한 것이고, 인추협 같은 NGO가 정부기관과 기업, 국회, 그리고 교육기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처음으로 했다는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진행된 일인가.

“3년 전 고려인 후손의 아이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할 계기가 있었다. 일제 때 나라 잃은 사람들이 시베리아로 떠났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고려인들이었다. 고국의 언어도 잃어버렸고, 먹고 살기 바쁘게 지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들은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적이 없다. 후손들을 책임지는 고국의 역할이 부재되어, 현재 우리 단체가 나서서 후손들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 귀국 주선 운동은 우리 인추협이 인도적, 인간적 차원에서 중립적 위치에 있는 대한항공의 후원을 받아, 경기 물류고등학교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 측의 지원을 받아 모금운동을 추진하게 됐다. 한 가족이 4월 초 입국하였으며, 지난 4월 29일에도 모녀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외교적으로 우리 정부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당사국은 물론 미국, 유럽연합,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볼 때 선뜻 나서기 어려운 사안이다. 특히 대기업은 러시아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어서 매우 당황스럽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이에 정부나 기업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내 나라 내 국민은 내가 지킨다’라는 신념으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전세기를 띄워서라도 고국의 마음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심과 열정으로 해당 사안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자라나는 2세들을 위한 현재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더피알’ 같은 언론 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런 우크라이나 난민 후원사업 같은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사건을 많은 미디어에서 관심을 기울여주면 못할 일은 없다고 본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 행한 민간인 살해 같은 비윤리적 행위가 이슈다. 이제는 시민단체도 기꺼이 나서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향후 NGO의 역할 변화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영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일부 국가와 독일에[서는 프랑크프르트를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시민운동단체가 주축이 돼, 시민들과 반러시아 퍼포먼스를 거리에서 벌이면서 전세계에 비윤리성을 알렸다.

NGO의 역할에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국가 간의 전쟁에도 나서고 기업 간의 소송, 싸움에도 나설 NGO 고유의 영역은 제외하더라도 윤리문제, 교육문제, 환경문제 등은 인추협(인간성 회복 운동 추진협의회)이 인간성 회복 측면에서 적극 나설 것이다.”

- 한편으로, 이번 귀국 주선 운동 과정에 대한항공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NGO 일반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더 클 것 같은 국내 기업 CEO들에게 NGO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갖도록 할 복안에 대해 생각해본 것이 있나.

“그동안 기업들과 NGO들의 관계는 과거 크게 두 가지의 유형이었던 것 같다.

첫째, 어떤 사회적 이슈로 NGO가 어느 기업을 성토하면 이에 맞서 기업이 공권력에 호소하거나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일이 반복되던 유형이고, 둘째는 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해 NGO가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했던 유형도 있었다.

아시다시피 이제 ESG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S(사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접목점으로서의 NGO의 역할도 다시금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과거처럼 기업이 사회의 여론에 무관심한 채 사업을 진행하고,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금권과 권력으로 덮거나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리던 풍조를 이제 더 이상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기업이 사회적 이슈와 관련될 수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NGO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처음으로 등장한 우리나라 고유의 NGO는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하신 흥사단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후 시대의 요구에 따라 많은 NGO들이 110년의 역사를 함께 해오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일익을 담해 왔다.

이런 역사를 기업들도 깊이 인지해서,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일시적으로 NGO와 협력하고 관계를 끊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제반 사회적 문제들을 같이 고민하고 기업의 경영에 반영하는 지속적인 공존관계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최우선 목표로 하도록 이사회 등 주요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NGO의 의견이 검토되고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과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제고 기여 정도를 평가하여 발표하고 그 결과의 기업 신용등급에 반영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고진광 대표. 사진=인추협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고진광 대표. 사진=인추협

- NGO 분야에서 활동해오신 40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무관심한 노인 문제와 연계되는 소외계층 지원 및 6.25 참전유공자 지원 사회 공헌 활동을 언급하고 싶다.

정부나 기업들이 6.25 참전 유공자 어르신들 및 소외계층 노인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때인 1990년대 본 협의회에서 먼저 현장(봉천동 판자촌)을 방문해 난방 기구 수리 개선 및 도배 봉사, 연탄 나눔, 쌀 나눔 등의 구호 활동들을 시작하며 미디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안정된 우리 사회가 있기까지 어르신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감사함을 널리 알리고, 국가를 지킨 영웅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들의 문제를 야기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후원 활동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자발적 후원을 통하여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큰 부분임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 더피알의 핵심 독자는 PR 담당자들이다. NGO 대표를 오래 해온 경험에 비추어 이분들에게 코치해주고 싶은 내용이 있나.

“시민단체 대표로써 가져야할 기본적인 자세는 관찰력을 기반으로 한 생활의 메모이다. 버스 안에서, 식사 중에든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적 문제점이 불현듯 발견되기도 하고, 더 좋은 방향의 사회 활동들의 아이디어가 따라올 때가 많다. 반복적인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며 쉽게 잊혀지고 무뎌질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보다 다양한 관점을 손쉽게 키워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알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사전 지식 습득을 위한 공부는 필수다.

예를 들면, 국회나 사법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내가 PR하고자 하는 대상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기관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야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다.

PR하고자 하는 대상의 긍정적인 면모를 비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때론 발상의 전환으로 홍보하고자 하는 대상의 문제점을 직면하고 상대방 기관과 함께 해결점을 찾고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 또한 새로운 전략으로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또한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난해 5월부터 성폭력, 학교폭력 등과 관련한 진실화해상생센터도 운영 중이시다고 들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간 소통을 중재하면서 느낀 어려움이 있다면.

“폭력은 그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관해서 한편으로는 미디어가 더 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이고 편향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면 학교폭력 가해자는 진정성 어린 사과를 할 수 있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게 되고, 피해자는 자신에게 행해졌던 가해자의 폭력 형태를 계속되는 기사와 뉴스로 접할 때마다 더 큰 상처를 받으며 주저앉게 되어버릴 수 있다.

오히려 언론의 역할은 가해자의 진정어린 자기반성과 사죄를 끌어낼 수 있는 용서와 화합의 장을 펼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가해자가 행한 폭행에 대해 피해자의 서술에만 너무 치우치지 말고, 한 번쯤은 진정성에 기반해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입장 표현을 이끌어낸다면 어떨까. 피해자 입장에서 그런 기사를 마주하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엔 용기 있게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들임으로써 피해자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디어의 역할은 용서와 화합의 장의 열린 공간을 형성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는….

현재 인추협의 주요 활동은 사랑의 일기 운동, 학부모 운동, 사랑의 일기 연수원 및 사랑의 일기 학교, 6.25 참전 유공자 지원센터, 진실화해상생센터 등의 운영으로 사회적 갈등 해소를 통한 인간성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첫 시작은 1980년대 말 시작됐던 ‘매혈’ 열풍으로 피를 사고팔아 이익을 취하는 행태에 반대하는 헌혈운동이다. “생명을 돈을 주고 사고 팔 수 없다”는 의식 하에 황폐해진 공동선 추구의 신념을 갖고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라는 긴 단체 명칭을 정했다.

1990년 시작된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은 158명의 학생들로 출발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랑의일기 재단을 별도로 설립해 진행중이며 현재 600만 명의 학생에게 사랑의 일기장 보내기, 장학사업, 독서·글쓰기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은 범국민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재임 당시 특허청에 직접 협조를 요청해 ‘사랑의 일기’ 특허 출원을 지원하도록 했고, 김대중 대통령도 재임 시절 사랑의 일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2000년에 1만5000명의 전 세계 학생들과 함께하는 사랑의 일기 큰 잔치에는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함께 참석하며 기록의 소중함을 언급했고 이를 계기로 기록문화법의 중요성에 대해 새로이 알릴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 인추협은 대기업의 교복 가격 인상으로 인해 많은 학부모들이 어려움을 겪자,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라는 단체를 설립해 교복 가격 인하 운동을 펼쳤는데 당시 노 대통령에게 교복 가격 인하문제 해결 등을 요청하며 실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9년 사랑의 일기 가족 안전 한마당’ 세계 대회가 그해 6월 22일 서울시청광장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렸다. 대한항공과 한진이 후원하여 ‘전 세계 한민족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사단법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고진광)가 같은해 4월 시작한 ‘사랑의 안전일기 범국민운동’의 관심과 참여를 해외 한민족과 세계인들에게도 확산시켜 인류 공동체적 유대감을 높이고, 안전한 지구촌을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사진=인추협
‘2019년 사랑의 일기 가족 안전 한마당’ 세계 대회가 그해 6월 22일 서울시청광장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렸다. 대한항공과 한진이 후원하여 ‘전 세계 한민족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사단법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고진광)가 같은해 4월 시작한 ‘사랑의 안전일기 범국민운동’의 관심과 참여를 해외 한민족과 세계인들에게도 확산시켜 인류 공동체적 유대감을 높이고, 안전한 지구촌을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사진=인추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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