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생긴 비스포크, 삶에 맞게 진화
자신의 특성을 반영하여 색상을 입히다

[더피알=박재항] 한국에 처음 온 미국 친구를 데리고 한정식집에 갔다. 수십 가지 반찬이 오밀조밀 바닥을 보기도 힘들게 메운 상을 보고 그가 감탄을 했다.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며 맛을 보던 그가 해파리 냉채는 못 먹겠다고 했다. 자신은 해파리는 먹어본 적 없고, 먹는 거라고 감히 시도도 못하겠다고 했다. 그에게 말했단. “이봐, 자네는 젤리(jelly)를 먹지? 물고기(fish)도 좋아하잖아? 그런데 왜 해파리(jellyfish)는 못 먹겠다고 그래?” 옆에서 얘기를 듣던 선배가 “네가 이제까지 한 말 중 가장 스마트했어”라며 칭찬을 해줬다. 체념의 심정이 깔린 웃음을 껄껄껄 짧지만 굵게 뱉은 미국 친구는 해파리 냉채를 크게 한 젓가락 집어 먹었다.
‘jellyfish’라는 해파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벌인 언어 유희였다. 한자어를 가지고 이런 놀이를 많이 하는데, 글자를 깨뜨린다고 해서 ‘파자(破字)’라고 한다.
‘삼국지연의’에서 파자를 보여주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조조가 우유를 재료로 한 타락죽을 선물로 받고, ‘一合’(일합)이라고 글씨를 쓴 후에 덮어 놓고 나갔다. 신하들이 조조의 의도가 무엇인지 설왕설래하는데, 똑똑하기로 유명한 양수라는 인물이 ‘一合’을 파자하면 ‘一人一口’라면 ‘한 사람마다 한 입씩’이라고 해석하여 다들 맛을 보았다. 나중에 온 조조는 자신의 뜻을 제대로 간파했다며 양수를 칭찬했다고 한다.
이 기사의 전문은 유료회원에게만 제공됩니다. 매거진 정기구독자의 경우 회원가입 후 로그인 하시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