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빵의 몰락…‘1위 플랫폼’은 철 지난 소리
팟빵의 몰락…‘1위 플랫폼’은 철 지난 소리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05.2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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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포커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현재 그리고 미래

[더피알=김경탁 기자] 세계적으로 팟캐스트와 오디오북 등 ‘디지털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팟캐스트에 붙는 오디오 광고시장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이 제기된다. AI스피커와 무선 이어폰 등 전자기기의 대중화로 오디오 콘텐츠 청취가 더 편리해지면서 관련 투자도 봇물처럼 쏟아져서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 관련 업체를 M&A했다는 뉴스는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나올 정도다.

캐나다에서는 2021년에 디지털 오디오 사용시간이 라디오 청취 시간을 이미 앞질렀다는 조사가 나왔고, 지난해 11월에는 한 전문통계업체가 2023년부터 한국의 디지털 오디오 광고 시장이 전통적 라디오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세계적 추세와 조금 달라 보인다. 사용자 수나 콘텐츠 양에서의 성장세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시장의 성격과 판도에 큰 변화가 진행됐고, 특히 내실을 따져보면 오히려 하향세로 해석되는 지표도 눈에 띄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도 유튜브 통해 듣는다…66%로 압도적 1위
네이버·아프리카TV·구글 순…팟빵·판도라TV 5위권
이용자 이용률 하락세지만 광고시장 전망은 장밋빛

팟캐스트 이용자 중 팟빵 플랫폼 10% 불과

한국에서 ‘팟캐스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팟빵’이다. 지난 2019년부터 코스닥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는 팟빵 측은 ‘국내 최대 팟캐스트 포탈’ 혹은 ‘국내 최대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등의 수식어를 자사 관련 소식을 전할 때마다 사용하고 있고, 언론들도 이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준다.

2020년까지는 이런 수식어가 실제 상황을 담았던 것처럼 보인다.

언론보도와 닐슨코리아클릭 조사 등을 종합했다는 DMC미디어의 ‘2020년 국내 팟캐스트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5월 기준 팟빵의 월간 순 이용자 수는 79만여명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41만여명과 아프리카TV 팟티의 11만여명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한국’ 보고서(2021년 1월 13~2월 9일, 2009명 조사)는 실제 시장 판도가 그동안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팟캐스트 플랫폼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팟캐스트 검색과 재생을 위해 사용하는 앱이나 웹사이트를 중복 선택하도록 했더니, 팟캐스트 청취 목적으로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율이 6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서 이어지는 후순위를 봐도 팟빵의 이름은 한참 뒤에 등장한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과 아프리카TV가 각 17%로 2위권, 구글 팟캐스트가 14%로 4위였고, 각 언론사 웹사이트 및 앱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다 합쳐서 14%, 팟빵은 판도라TV와 함께 10%로 공동 5위에 그쳤다. 그 뒤에는 8%를 기록한 V Live와 애플 팟캐스트가 자리했다.

두 보고서의 조사 시점 사이에 불과 8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한쪽 혹은 두 조사 모두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표=언론진흥재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한국’ 보고서
표=언론진흥재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한국’ 보고서

이와 관련해, 팟빵의 최근 발표에서 생기는 의문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팟빵은 지난 3월 29일자 보도자료에서 “대선 관련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현대차그룹과의 협업 등으로 컨텐츠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3월 27일 기준 유료 에피소드는 3만8000여개로 전년 동기대비 31% 증가했고, 총 방송 수는 2만6000여개, 에피소드는 220만개를 넘었으며 시사 팟캐스트 누적 구독자 수는 330만명을 넘었고 올해 등록된 시사 팟캐스트는 6794건으로 전년 대비 850건 증가했다고 팟빵은 밝혔다.

그런데 팟빵 측 발표를 보면, 구독자 수의 전년대비 증가율이나 실제 이용자 수 혹은 이용률에 대한 언급은 없이 누적 구독자 숫자 만을 강조하고 있고, 공급되는 컨텐츠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데에만 방점을 두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 이용자 현황 같이 현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해서는 뒷말을 흐리고 있는 셈이다.

 

팟캐스트 이용률 하향세… 광고시장 전망은 밝아

언론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한국’ 보고서를 보면 “지난 한 달 동안 오디오 파일로 구성된 팟캐스트를 청취한 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긍정 응답을 한 비율은 49%였다.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높은 편에 속하지만 과반선이 무너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보고서의 예전 조사들을 확인해보면, 긍정 응답률은 2018년 58%에서 2019년 53%, 2020년 53%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다른 조사를 봐도, 팟캐스트 이용률의 하향세는 분명한 사실로 보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숫자들은 더 처참하게 낮아진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마켓70 2021’ 리포트(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만 13세 이상 5100명 대상 조사)가 그렇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내 미디어 이용자의 팟캐스트 이용률은 ‘최근 한 달 내’ 5%, ‘1년 내’ 11%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의 6%, 13%와 전전년도의 7%, 18%와 비교해 급격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국내 팟캐스트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통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통계전문 사이트인 스태티스타(Statista) 조사(2021년 11월 업데이트)를 보면, 한국의 디지털 오디오 광고 시장은 2017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고, 2023년에는 전통적인 라디오 광고시장 규모를 넘어서 이후 계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팟캐스트 광고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뉴스가 최근에 하나 더 있었다.

‘팟캐스트’라는 단어의 원조로 알려진 영국의 가디언(Guardian)은 팟캐스트 광고가 다른 모든 매체 광고에 비해 압도적으로 소비자 소구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조사 결과를 지난 3월 16일 보도했다.

가디언이 조사업체 태패스트리(Tapestry)에 의뢰해 팟캐스트 광고 효과 연구(2021년 10~11월 영국 18세 이상 성인 3250명 대상)를 실시한 결과, 팟캐스트 청취자의 65%가 광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냈는데, 이는 TV(39%), 라디오(38%)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가디언은 광고에 대한 높은 관심이 광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면서, 팟캐스트 이용자의 51%가 광고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라디오 이용자는 38%였다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국내 팟캐스트 시장은 거품이 빠지면서 오히려 내실은 단단해지는 성숙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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