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절차에 커뮤니케이션을 접목하는 방식, ‘소송 PR’
법적 절차에 커뮤니케이션을 접목하는 방식, ‘소송 PR’
  • 김세환 (sehwan525@gmail.com)
  • 승인 2022.06.0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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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의 여론 법정]
‘소송 PR’(Litigation PR)
PR을 통해 법적 절차에서 기업과 경영자의 평판을 보호하는 일
법원과 여론을 모두 살피는 ‘하이브리드 전략’
법정에서 V자 포즈를 취한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더피알=김세환]2004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요제프 아커만(Josef Ackermann)회장은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Vodafone)의 독일 마네스만(Mannesmann)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부패 혐의로 법정에 섰다. 판결 전 그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클라우스 에서(Klaus Esser) 마네스만 CEO와 대화하며 승리를 의미하는 V자 모양 손가락 포즈를 취했는데, 이것이 뉴스 통신사 DPA로 송출되며 독일 시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 은행가가 당당하게 승리의 포즈를 취하자 여론은 대자본의 오만함으로 받아들였다. 도이체방크 홍보팀은 자신들의 보스가 성추행 혐의에서 무죄를 받고 법원을 나서며 V자를 취했던 슈퍼스타 마이클 잭슨을 따라 했을 뿐이라고 강변했지만 소용없었다. 혐의에 대해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여론은 유죄를 판결한 셈이다. 결국 요제프 아커만과 도이체방크는 심각한 이미지 손상을 입었으며, 2주 후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오늘날 기업과 경영자의 법적 갈등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기업과 경영자는 특종과 탐사보도에 목말라 있는 기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었다. 미디어와 저널리스트는 사안의 본질 혹은 이면에 놓인 배경보다는 대중이 좋아하고 여론이 요구하는 단순한 흑백논리, 즉 ‘기업이 나쁘다’라는 가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물론 기업의 책임도 부정할 수 없다. 반복되는 경제위기는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흔들었다. 더욱이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일자리는 사라지며, 국가 부채가 증가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화이트칼라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은 이러한 문제에 가장 책임 있는 누군가로 기업을 지목하는 데 머뭇거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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