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과잉·폐기법안 양산…졸속 국회 이미지는 계속된다
부실·과잉·폐기법안 양산…졸속 국회 이미지는 계속된다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06.27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대 대비 20대 의원입법 3.6배 급증…양적 개선 속 부작용 지적돼
'대한민국 국회' 부정적 이미지 혁신할 질적 개선 대책 제안 나왔다
19일 서강대교에서 본 국회의사당. 뉴시스
19일 서강대교에서 본 국회의사당. 뉴시스

자기 연봉을 자기들이 직접 정하는 유일한 공무원집단이자, 다양한 특권으로 보호받으면서 정작 제대로 일을 하는지 의문인데도 정작 견제는 4년에 한 번 밖에 받지 않는 ‘철밥통’이라는 평가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현재 브랜드이다.

그 4년에 한번 있는 견제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개개인의 발의 법안 건수가 각 의원의 의정 활동을 평가하는 성적표로 활용되면서 17대 국회에 비해 20대 국회의 의원입법 건수가 3.6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입법 활동을 양적으로 평가한다는 한계 때문에 과잉·졸속·부실·묻지마 법안 등 저품질 법안도 속출하고 있어서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경련 씽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7일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완식 교수에게 의뢰한 『과잉·졸속입법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토대로 “급증하는 의원발의 법률안을 검토하고 심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의 숫자는 제17대 국회 6387건에서 제18대 국회 1만2220건, 제19대 국회 1만6729건, 제20대 국회 2만3047건, 제21대 국회 1만5106건(2022. 6.20 기준)으로 그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렇게 의원발의 법률안이 증가하게 된 원인은 제17대 국회 이후부터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 및 처리실적을 분석·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의정활동 성과를 부풀릴 수밖에 없는 유인이 있다는 말이다.

홍완식 교수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활성화되고 의원발의 법률안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하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법률안이 발의되면 부실하게 심의·의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내용이 유사하거나 부실·졸속 법률안이 발의되고, 특히 규제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검토 없이 규제 법안이 발의되는 경우, 매몰비용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대안 통과 기준 가결률에 비해 원안·수정안 통과 기준 가결률은 매우 낮다”고 지적한 홍 교수는 “이전에 발의된 법률안과 유사한 법률안을 함께 대안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가결된 것으로 보는 것은 의원발의 법안의 불필요한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 상 급증하는 법안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중한 검토와 심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잉·부실입법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면세점 특허기간 단축으로 발생한 해고와 혼란 △윤창호법 위헌 △게임셧다운제 도입과 폐지 등을 사례로 들었다.

앞서 면세점 특허기간을 5년으로 단축한 관세법 개정 이후, 재심사 탈락 면세점의 강한 민원 제기 등 부작용에 대해 면세점 추가 선정 등 미봉책으로 대응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이는 법안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음주운전에 대한 법정형을 강화하는 국회의 도로교통법 개정(일명 ‘윤창호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회 이상 음주운전에 대한 일정한 시간적 기준 제시와 법정형의 세분화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국민의 법 감정에 기대지 않고, 신중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게임셧다운제의 경우 모바일 게임은 규제하지도 못하면서 글로벌 성장잠재력이 큰 국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킨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 2021년 11월 폐지되었는데, 효과도 거둘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한경연 조경엽 경제연구실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속전속결로 입법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도 산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 없이 법안이 마련된 졸속입법 사례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기업 규제 입법”이라며, “조속히 개선되어야 하는 규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홍완식 교수는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하지 않으면서도 법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제도적 보완장치로서 입법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입법영향분석은 어떠한 법률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집행가능성이나 현실적합성은 따져보았는지, 어떠한 재정적 효과를 초래할지, 수범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나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법률 시행 전에 검토하자는 것으로 입법권을 침해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자율적 규제라는 제도설계 측면에서 홍 교수는 “입법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주체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임을 원칙으로 하고,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 국회 소속의 입법지원조직이 입법영향평가서 작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더피알타임스=김경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