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함’으로 차별화한다, 비타500 온국민온에어 캠페인
‘착함’으로 차별화한다, 비타500 온국민온에어 캠페인
  • 박재항 (parkjaehang@gmail.com)
  • 승인 2022.09.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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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캠페인 인사이트] 착한 브랜드의 완성(1)

가성비·가게 거쳐 손해·싸구려 등 부정적 각인된 ‘착함’
카페인·부작용 가능성 등 박카스 대비되는 차별성 집중

[더피알타임스=박재항] “안녕하세요”라고 발음도 명료하게 깍듯이 인사하는 후배의 유치원 다니는 자녀에게 “인사도 잘하고, 너 참 착하구나”라고 칭찬을 해줬다. 그랬더니 어린아이가 정색을 하고, 아니 울상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아니에요, 저 안 착해요”라고 한다.

귀여운 겸손으로 여기며 주위 어른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의 부모가 말한다. “요즘 애들은 착하다고 하면 싫어해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착하다’의 뜻과 쓰임새가 과연 바뀐 것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착함’을 정의하고 구현하다

먼저 ‘착한’이라고 검색창에 쳤을 때 자동검색어로 무엇이 뜨는지 알아봤다. 놀랍게도 ‘낙지, 구두, 족발, 햄버거’ 같은 품목명이 나왔다. 이렇듯 상품이나 서비스명과 관련된 것들과, 내가 사는 집 주위의 ‘착한’이 들어간 병원이나 가게들이 자동검색어로 떴다.

나의 알고리즘에 맞추어져서 그런 것 같아, 다른 몇몇 이들에게 ‘착한’을 검색하게 했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자동검색어 완성 기능으로 특정 단어나 개념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연상이나 이미지를 빠르게 알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자동검색어 완성도 검색광고의 한 조건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검색엔진에 의존하지 않고 아날로그식으로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착한’이란 단어 뒤에 붙는 것들, 생각나는 것들을 물었다. 대답을 들으며 후배 자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착한’은 ‘사람’, ‘어린이’ 등이 뒤에 붙는 과정을 겪지만 결국 ‘바보’로 수렴되고 있었다. ‘가격’이 붙기도 했는데, 이 역시 ‘가성비’, ‘가게’ 등의 경로를 거쳐서 ‘손해’, ‘싸구려’ 등의 부정적 의미로 모이고 있었다.

세상이 얼마나 독해졌는지 실감하며 씁쓰레했다. 숱한 원인이 있겠고, 변곡점처럼 그 추세에 가속도를 붙인 사건들이 있었다. 착한 게 그저 좋기만 하지 않은 단계를 넘어 어두운 기운이 이미 짙어진 상황에서 ‘착하다’를 앞세우고 나온 제품이 있다.

수지가 출연한 2014년 광고.
수지가 출연한 2014년 광고.

광동제약이 2001년에 출시한 비타500을 물성적으로 정의하면 ‘비타민C 음료’다.

당시 비타민C는 과립, 정제, 빨아먹는 트로치 형태의 제품만 있었기에, 비타500은 비타민C 시장에서 기존 제품들과 확실히 다른 형태인 음료로 마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비타500은 비타민C 시장을 넘어서 더욱 큰 영역의 절대 강자와 경쟁했다. 바로 동아제약의 박카스였다.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아 카페인 중독 우려가 없으니 청소년들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고, 의약외품 음료라 약국 외의 편의점 등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며, 박카스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파고들었다.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음료수를 피곤하거나 정신 차리려고 할 때 주로 마신다. 각성 혹은 피로해소가 주목적이다. 박카스는 이런 용도의 음료 시장을 만들었고, 절대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이에 비타500은 주 기능에서 밀리기 때문에 측면을 파고들었는데, 이는 아스피린에 대항한 타이레놀의 전략을 연상시킨다.

타이레놀이란 이름을 단 약품은 1955년 미국의 맨닐연구소에서 탄생했다. 1959년 연구소를 존슨앤드존슨에서 합병했고,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았다.

전 세계 진통제 시장을 오랫동안 석권해온 약품이 있었다. 이름 자체로 진통제를 의미할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아스피린이었다.

1899년부터 시판된 아스피린은 탁월한 효능을 자랑하며 세계인의 필수 약품으로 사랑을 받았는데, 약점이 하나 있었다. 드물긴 하지만 노인들에게 심장 질환, 어린이에게는 라이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확률적으로는 낮아도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타이레놀이 물고 늘어졌다. 부작용 없는 해열진통제로 타이레놀을 정의했다. 진통 효과가 아스피린에 비해 떨어지고, 소염 기능이 없다는 점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타이레놀의 모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의 아기를 돌보는 어머니의 손길이나 마음 같은 부드러움과 사랑이라는 기업 브랜드의 후광이 타이레놀에서 강조하는 ‘안심’이라는 훈장을 더욱 빛나게 했다.

누군가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해 불특정 다수 살인을 초래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기업의 피해보다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존슨앤드존슨이 취한 조치들은 ‘안심’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2001년 비타500이 나오기 전까지 박카스는 피로회복제의 대명사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었다.
2001년 비타500이 나오기 전까지 박카스는 피로회복제의 대명사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었다.

박카스와 같은 절대 강자에 맞서는 경쟁자 지위에 오르려면 다른 점만을 부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는 서쪽의 익주에 들어갔을 때, 그를 환영하는 먼 친척뻘인 익주의 지도자 유장을 꾀어 제거하자는 참모 방통의 제안에 이렇게 답한다.

“지금 나에게 물과 불의 관계 같은 것이 조조이기에, 조조가 급박하게 하면 나는 관대하게 하고, 조조가 난폭하게 하면 나는 인자하게 했으며, 조조가 속임수를 쓰면 나는 충성을 했소. 매번 조조와 반대로 행동해 가히 일을 이룰 수 있었소. 지금 작은 이유 때문에 천하의 신의를 잃는 일은 나는 하지 않겠소.”

긴 세월을 두고 일관되게 다른 점을 부각했고,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실천에 옮겼으며, 마지막 문장에서 보듯 그걸 ‘신의’라는 의미로 수렴시켰다. 이를 통해 유비는 ‘덕’(德)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했고, 조조에 맞서는 나라를 일으켰다.

비타500도 이런 브랜드 초점이 필요했다. 서두에서 꺼낸, 이제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기울었다는 ‘착하다’가 바로 그 역할을 했다.

9월 14일 ‘외치는 것’으론 부족…비타500의 캠페인에 따라온 ‘실체’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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