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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팬덤, 놀이로 세상을 바꾼 K팝 팬덤에 배워라”
“정치팬덤, 놀이로 세상을 바꾼 K팝 팬덤에 배워라”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09.15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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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R학회, ‘정치 PR커뮤니케이션의 현재 그리고 미래’ 기획 세미나
장현석 KBS PD의 'PR 대상으로서 정치 팬덤의 가능성' 발제문 요약

한국PR학회(학회장 조수영 경희대 교수)가 8월 25일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포스코관에서 ‘정치 PR커뮤니케이션의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2022년 기획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장현석 KBS PD가 ‘PR 대상으로서 정치 팬덤의 가능성’, 김상연 광운대 교수가 ‘20대 대선에 나타난 점화효과와 이슈 소유권’, 조재수 중부대 교수가 ‘지자체 유튜브 PR활동 평가 및 제언’, 고승혁 옥소폴리틱스 부사장이 ‘데이터를 통해 바라본 MZ세대의 정치 여론’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주제발표했습니다.
주제발표 후에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김학영 정책협력국장과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 이종혁 경희대 교수, 장정현 차의과학대 교수 그리고 발표자 4명이 함께 전문가 패널 종합토론을 벌였습니다. 더피알타임스는 첫 번째 주제발표였던 장현석 PD 발표문의 핵심 내용을 요약·발췌합니다. 발표문에 삽입된 각각의 인용표시는 가독성을 위해 일괄 삭제했습니다.
[편집자 주]

글 장현석 KBS PD·성균관대 교수

요약 김경탁 기자

6월 18일 서울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드림콘서트’에서 K팝 팬들이 마스크를 쓴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AP/뉴시스
6월 18일 서울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드림콘서트’에서 K팝 팬들이 마스크를 쓴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AP/뉴시스

우리는 누군가의 혹은 무엇인가의 팬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일상은 자신이 선택한 취향을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생활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팬덤 자체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중문화 영역에서 발휘하는 권능과 사회적 영향력, 시장에서 파급력을 감안한다면, 팬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회적 현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치 팬덤도 예외는 아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대○○ 혹은 개○ 같은 팬덤의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그들을 맹목적, 이기적인 집단으로 폄하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치 팬덤의 행위 자체를 일부 극성스러운 사람들의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려는 불순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정치 팬덤의 레토릭이 감성적, 윤리적 호소로 가득 차 있다고 돌을 던질 수는 없다.

장현석 KBS PD가 한국PR학회 기획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장현석 KBS PD가 한국PR학회 기획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정치 팬덤의 조직력과 행동력은 공중 관계를 관리하는 PR 전문가들에게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중이 참여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야 하는 PR 실무자에게 정치 팬덤은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을 요구한다.

특히 PR 실무자들은 소극적인 공중이나 비공중에 대한 메시지 캠페인이 큰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수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특징을 가지는 팬덤 공중을 상대로 하는 전략에도 더 큰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그동안 PR 연구에서 팬 개념은 대체로 배제되어왔는데, 본 연구는 20년 이상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어 온 팬 연구로부터 직접 배울 것을 제안하며, 팬덤 활동을 놀이 관점에서 해명하고자 한다.

팬덤, 시작은 놀이였다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 행위의 동기를 설명하기 위하여 놀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는 인간이 놀이에 몰입하는 이유를 ‘재미있어서’라고 설명한다.

팬 활동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팬 활동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은 팬 활동을 멈출 수 없다. 팬덤이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행복의 조건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바로 팬 활동이 주는 재미와 즐거움 때문이다.

특별히 즐거운 것도 나를 인정해주는 것도 없는 각박한 세상에서 팬덤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가사 뜻도 모르는 푸른 눈의 10대 소녀들을 거리로 나와 춤추게 하는 놀이가 되었다.

고등학생 딸의 노트북에서 예기치 않게 읽은 BTS의 노랫말은 50대의 주부에게 운명처럼 BTS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면서 팬덤 놀이를 시작하게 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싸이의 말춤을 흉내 내는 팬들에게 그리고 비의 깡 뮤비를 재창조하는 팬들에게 정해진 규칙 같은 건 없었다.

팬덤 놀이의 결과는 세상을 흔들었다. 싸이는 K팝의 역사가 되었고, 과거 왕년의 스타 비는 다시 현재로 재소환되었으며, BTS는 K팝의 미래가 되었다.

‘왕년의 스타’였던 비는 2020년 ‘깡’ 신드롬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로 결성된 혼성그룹 싹쓰리가 그해 7월 30일 Mnet 엠카운트다운 출근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스토리라임 제공
‘왕년의 스타’였던 비는 2020년 ‘깡’ 신드롬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로 결성된 혼성그룹 싹쓰리가 그해 7월 30일 Mnet 엠카운트다운 출근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스토리라임 제공

태생적으로 배타적, 폐쇄적인 공동체로 출발했지만 팬덤이 자신들에게 낙인찍힌 ‘그들만의 놀이’라는 벽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팬덤은 사적 공동체의 한계를 벗어난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유민주주의 같은 이데올로기보다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재미있는 K팝 뮤비 영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팬덤의 놀이는 팬덤 공동체를 넘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트럼프는 졸지에 K팝과 싸워야 했고, 미얀마와 콜롬비아, 알제리 등 세계 각지의 인권 탄압 정권들은 아미의 다국적 팬덤 연합군과 맞서야 했다.

‘우연성’이라는 놀이의 특징은 팬덤의 미디어 경험에서부터 시작한다. 팬은 팬 놀이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만든 ‘자율적 규범’을 통해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한다.

팬 공동체의 대안을 상상하는 능력은 팬덤의 ‘개방성’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그들의 세계관에 관심을 갖게 하는 여건을 만든다.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10월 10일 오후 펼친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에서 리더 RM이 영상을 통해 팬덤 아미를 만나고 있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10월 10일 오후 펼친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에서 리더 RM이 영상을 통해 팬덤 아미를 만나고 있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치 팬덤의 길을 묻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감정과 지지를 바탕으로 형성된 이기적인 정치 팬덤 공동체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본 연구는 팬덤의 구체적인 행동 양상보다 팬과 팬 공동체의 작동원인에 주목했다.

첫째, PR 대상으로 공적 영역에서의 팬덤은 우연히 형성된 공동체이기에 개인의 공동체 참가 맥락과 동기를 우선 고려해야 하고, 우연히 경험하는 수동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주목해야 한다.

우연한 미디어 경험이야말로 팬덤 놀이 공원의 입장권을 의미한다. 개인이 우연히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적 이슈에 노출돼 팬덤 경험으로 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경로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둘째, 팬 개인에게 공동체 경험은 바로 소속 욕구와 인정 욕구 두 가지에서 출발한다. 공동체를 스스로 확인하는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는데, 여기서 인정은 공동체 내부뿐만 아니라 공동체 외부에서 타 팬덤과의 경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팬덤이 팬덤 놀이를 수행하면서 만드는 자율적인 규범은 생각보다 엄격하다. 사회 통념과 윤리라는 잣대로 만드는 집단적 도덕주의는 팬 공동체를 지키면서 팬 개인의 소속감을 만족시키고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2018 인천공항 스카이 페스티벌 K-POP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인천공항공사 제공
2018 인천공항 스카이 페스티벌 K-POP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인천공항공사 제공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팬 공동체의 규범을 만드는 것은 한 명의 히어로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이다. 정치 팬덤의 규범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에 고정된 룰을 가진 수직적 공동체라기보다는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수평적 공동체로 정치 팬덤을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엔터테인먼트 팬덤의 놀이 메커니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팬덤 공동체가 가진 열린 공동체라는 특징이다.

사회적으로 하위문화 그룹, 뒷골목 10대들, 빠순이, 사생팬, 맹목적 집단행동 같은 수많은 비난과 공격을 곱씹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오랜 세월 고군분투하면서 구축된 팬덤의 생존 전략은 바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자신들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팬덤 공동체가 전략적으로 자신들만의 내부 유대감 강화를 위해 ‘쇄국정책’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공동체 외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세계를 개방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탁월한 판단이었다.

가상 세계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공유하는 팬덤의 세계는 이제는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팬덤의 독특한 세계관과 가치는 세상에 당당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팬덤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려는 PR 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 팬덤의 공동체 생존 전략에서 그 방법을 배워야한다. 외부에 대해 문을 닫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 정치 팬덤의 미래는 분명 암울할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팬덤이 자신들의 벽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세상 밖으로 나갈 때 자신들의 세계관을 무기로 활용했듯이, 정치 팬덤도 아군과 적군에게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일관되고 보편적인 세계관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인을 수호하고 정치적 가치를 지키면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팬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가상 세계에 담는 전략이야말로 정치 팬덤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결정하는 중요한 PR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덤 공동체가 개방적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세계관을 팬덤 밖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대안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 팬덤과 PR의 미래

정치 팬덤은 팬덤 본래의 정체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 팬덤은 좋아하는 대상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자, 스스로 공동체의 존재를 확인하고 유지하는 동시에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사람들이다.

팬덤에게 팬 대상이 사라져도 팬 공동체는 사라지지 않듯이, 정치 팬덤 역시 자신들이 존경하는 정치인이 사라져도 그들의 팬 공동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라져도 노무현을 추모하는 공동체는 아직도 남아 그들의 팬 정신(fan soul),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최초의 대중 미디어인 라디오가 등장하기 직전인 1915년에 미국의 사회학자인 존 듀이는 “인간은 공통 관심사로 인해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생활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단을 통해 공통 관심사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공통된 관심사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온 인간은 온라인과 SNS로 연결된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공통된 관심사에 대하여 자발적, 열정적, 조직적으로 소통하면서 팬덤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한국PR학회가 8월 25일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포스코관에서 ‘정치 PR커뮤니케이션의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2년 기획세미나에서 전문가 패널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PR학회가 8월 25일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포스코관에서 ‘정치 PR커뮤니케이션의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2년 기획세미나에서 전문가 패널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팬덤 공동체는 이제 학연이나 지연 같은 물리적인 지역 공동체보다 더 강한 소속감을 갖는다. 만약 존 듀이가 살아 있다면, 팬덤 공동체에서 민주주의의 미래 모습을 찾았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팬덤의 공적 역할을 무시해 온 것은 어찌보면 수세기 동안 민주주의를 설명할 때 감정적인 측면을 무시해 온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의 영역은 사람들의 실제 삶과 일상의 경험을 기반으로 할 때 생명력을 갖고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팬덤은 태생적으로 정치적이다. 팬덤 자체가 구성원들 사이의 말하는 것, 표현하는 행위, 소통하는 관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조수영 한국PR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조수영 한국PR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치적 영역에서 팬덤의 가치와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굉장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에 누군가가 팬덤의 역량을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악용한다면, 정치 팬덤은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PR 연구에서 이제는 정치 팬덤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온라인 브랜드 공동체를 만들고 관리해온 PR 실무자들에게 ‘정치 팬덤’은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팬덤 공중의 정보력과 조직력, 그리고 행동력을 염두에 두고 공중과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해야 하는 복잡한 책임이 PR 현장에서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 가지는 자본주의적인 논리 이외의 다양한 동기들에 의해 공중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PR 실무자들에게 기존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중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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