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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전성기 옥외광고가 발사한 ‘메시지 탄환’
제2전성기 옥외광고가 발사한 ‘메시지 탄환’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09.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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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포커스] 2호선 삼성역의 남과 북, 자유와 무법 그 사이

회사 앞 비방 선전물 접하는 직장인들 위축감 호소
보기 흉한 비방 현수막, 차라리 유료화하면 어떨까?

더피알타임스=김경탁 기자

커뮤니케이션학 성립 초기인 1920~1930년대에 매스 미디어 효과를 설명한 ‘탄환이론’은 18세기 철학자 엠마누엘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정신이 대상을 구성한다”고 말한 인식혁명론이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춘수의 시 ‘꽃’과 같은 맥락에 서있다.

사지 않은 로또의 당첨 확률이 0%이듯이, 일단 소비자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은 광고 메시지는 인식과 평가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고,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무조건 대중에게 메시지를 노출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옥외광고협회는 옥외광고를 OOH(out of home advertising)로 명명, 실내외 공간을 포함하는 주택 외의 공간에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광고 또는 모든 형태의 매체를 그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거리를 지나는 타인의 옷과 모바일 기기, 자동차 네비게이션의 안내 멘트까지 넓은 의미의 옥외광고로 본다는 건데, 패션과 유행을 선도하는 연예인에게 쓰는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라는 말이 말 자체를 넘어 현실로 수용된 셈이다.

2018년에 옥외광고업계는 산업 규모가 앞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2018 옥외광고통계
2018년에 옥외광고업계는 산업 규모가 앞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한국옥외광고센터 2018 옥외광고통계
2019년 이후 옥외광고업계는 산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료=한국옥외광고센터 ‘2021 옥외광고통계’
2019년 이후 옥외광고업계는 산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료=한국옥외광고센터 ‘2021 옥외광고통계’

‘자유’와 함께 찾아온 제2전성기

세상 사람 모두가 고개 숙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대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옥외광고의 위상이 올라가고 그 효과에 대한 재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잠깐 고개를 든 그 순간 눈에 비치는 시내버스 옆면 광고나 건너편 건물 대형 전광판의 디지털 광고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실제 한국옥외광고센터 통계자료를 보면, 2017년과 2018년에는 전체 옥외광고 산업규모가 앞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9년부터는 상당한 폭의 안정적 성장을 전망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기도 하다. 뭐가 바뀐 것일까.

옥외광고물 중에서도 고층빌딩을 장식한 화려한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는 미래형 도심 풍경의 랜드마크로, 여러 영화에서 그 시대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레토릭으로 자주 애용되는 소재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타임스퀘어’를 롤모델로 삼아 2018년 코엑스 일대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은 옥외광고물에 대해 촘촘하게 규정돼있는 규제를 전면해제해 자유롭게 광고물을 제작·노출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삼성동 SM타운 외벽에 설치된 국내 최대 규모의 고화질 LED 스크린 ‘케이팝 스퀘어’는 외벽 두 면을 곡면 형태로 연결한 독특한 모양 때문에 코엑스 일대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삼성동 SM타운 외벽에 설치된 국내 최대 규모의 고화질 LED 스크린 ‘케이팝 스퀘어’는 외벽 두 면을 곡면 형태로 연결한 독특한 모양 때문에 코엑스 일대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초대형 사이니지 기술력을 견주고 뽐내는 전시장이 된 이곳은 이제 일부러 광고판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 명소로 계속 발돋움하고 있다.

이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가려면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리는 것이 제일 빠른데, 출구를 잘못 찾아서 반대방향으로 나갈 경우 의도치 않게 20세기 느낌의 옥외광고물들을 만나게 된다.

한 블록만 넘어가면…

삼성역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블록에 있는 오토웨이타워 앞 길에 현대자동차와 정의선 회장을 비방하는 플래카드들이 즐비하게 걸려있기 때문이다. 오토웨이타워에는 현대차 국내사업본부가 입주해 있다.

8월 8일자 조선일보 보도(이런 노조 현수막…경찰은 “치울 방법 없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이곳에서 고용보장 요구 집회를 하던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가 지난 5월 건물 앞에 천막을 치면서 10여개 정도였던 현수막이 70개 가까이로 늘어났다고 한다.

같은 달 16일, 삼성역에서 세 정거장 옆인 강남역 앞의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에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응원하는 여러 장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부회장을 비방·음해하는 현수막이 수십장 걸려있던 자리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입주해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8월 16일 강남역사거리에 내걸린 삼성전자 응원 현수막.
8월 16일 강남역사거리에 내걸린 삼성전자 응원 현수막.

강남역 관할 지자체인 서초구는 7월 중순경 이 일대를 비롯해 수년째 장기 점유하고 있던 집회 시위용 현수막 정비를 실시하면서 50여개를 철거했는데, 그렇게 생겨난 빈 공간이 정반대의 내용으로 다시 채워진 것이다.

만듦새가 단정하지 못하고 문구와 이미지들이 살벌한 경우가 많아서 게재한 기관 스스로의 이미지 추락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 노조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내거는 이런 현수막 중에는 한국말을 아는 외국 관광객에겐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옥외광고물이 된다.

삼성이나 현대차 뿐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핵심 계열사 건물이 들어서있는 곳과 그룹 총수의 자택 주변에는 그 회사와 관련된 여러 사회·노동 관련 이슈에 대한 현수막과 플래카드들이 걸려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도권 대기업 본사에 근무하는 복수의 직장인들에게 회사나 그룹 오너 비방 선전물을 보는 감상을 물었더니 “하도 봐서 이제는 무감각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에 회사 비방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려있는 모습을 보면서 위축되는 기분을 느낀다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을 오가는 관광객들에 대한 회사 이미지 실추가 걱정된다거나, 고객사 관련자들에게 플래카드 내용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곤란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불법 현수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할구청에 신고를 했지만 별로 신통치 않은 답변만 들었다는 이도 있었다.

실제 현수막 일제정비를 실시한 서초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청에 접수된 광고물 관련 온라인 민원중 10%에 달하는 200여건이 시위용 현수막 정비 요청이었다고 한다. 구청 측은 그 이전까지 현수막 정비를 하지 못했던(안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옥외광고물법을 들어 설명했다.

규제사각지대라고?

옥외광고물법 제8조는 허가·신고에 관한 제3조 및 금지·제한 등에 관한 제4조의 적용배제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관혼상제·학교행사·시설물 보호 관리·적법한 정치활동 및 노동운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안전사고 예방·미아찾기·교통사고 목격자 찾기·공직선거 관련 등이 들어가며 올해 12월 11일부터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현안 관련 현수막도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이 조항의 맨 앞에 “표시·설치 기간이 30일 이내인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이라는 문구가 있다. 게시된지 30일이 넘은 광고선전물은 옥외광고물법에 의한 규제 적용 배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 서초구가 실시한 현수막 정비를 다른 구가 하지 못할 이유가 뚜렷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몇 년에 걸쳐서 같은 자리에 현수막이 내걸려있었던 상황이 계속된 것에 관할지자체의 행정소홀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어 보인다.

한국옥외광고센터가 작년 말 발표한 ‘2021 옥외광고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불법광고물 정비는 4억6500만여 건에 달했다. 이중 현수막은 818만1160건이었는데 벽보(6460만4359건)와 전단(3억2292만1801건)에 비하면 적다고 볼 수는 있겠다.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은 지정현수막게시대를 설치·운영해 무분별하게 내걸려 도시미관을 해치는 현수막을 양성화하고 있는데, 강남구와 서초구는 2007년까지 모든 현수막게시대를 철거하고 이후 전자현수막 만을 운영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지정현수막게시대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도시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없앴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세상 일이란 원래 정책의도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라는 이치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현수막 지정게시대를 전면 철거한 서초구에서 운영중인 LED 전자게시대 신청 사이트 캡쳐.
현수막 지정게시대를 전면 철거한 서초구에서 운영중인 LED 전자게시대 신청 사이트 캡쳐.
송파구청 홈페이지의 지정현수막게시대 이용 안내
송파구청 홈페이지의 지정현수막게시대 이용 안내

한편 강남·서초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송파구의 경우 여전히 지정현수막게시대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현수막 1장을 내거는데 드는 비용은 광고대행료와 신고 수수료, 도로점용료, 부가세를 포함해 15일에 13만9800원이다. 송파구 단가를 기준으로 현수막 50개를 1년간 거는데 드는 비용은 1억6776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규정상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걸 수 없고, 문제가 되는 비방 선전물들의 설치 지역이 지정게시대보다 훨씬 노출도가 높은 위치라는 점 등은 뺀 단순합산이긴 하지만, 차라리 비방 현수막에 게재 비용을 청구한다면 무분별한 광고선전물 게재행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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