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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없는 기술과 존재의 우위
이 세상에 없는 기술과 존재의 우위
  • 안홍진 (bushishi3@naver.com)
  • 승인 2022.11.25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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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안보가 곧 경제안보이고 국가안보인 시대

기업의 생존에 직결되는 존재의 우위(Supiriority of Existence)

세계 무역시장에서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주요 작동원리는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였다. 비교우위를 넘어,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특허 등을 내세운 경쟁우위(Competitve Advantage)가 무역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여기서 더나아가 문명사적 전환기라 일컬어지는 디지털혁명의 2010 년대 들어서는 초격차 기술을 앞세운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라는 개념이 통용된다. 디지털로 통합된 세계시장에서 초격차 기술을 가진 기업은 세계시장을 강력히 휘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의미가 없어질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간 신냉전시대의 기술패권경쟁은 존재의 우위(Supiriority of Existence)를 가진 기업들만이 생존할 수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정기술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만이 신냉전시대에 존재 자체를 보장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TSMC 없는 대만을 과연 미국이 피를 흘려가며 지키고자 하겠냐는 의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도시 경쟁력에 '존재의 우위' 전략을 도입하는 나라가 나왔다. 이 세상에 없는 첨단 '네옴(NEOM)'시티 건설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말이다. 네옴시티는  100% 친환경에너지를 자급자족하기 위해 설계된 미래도시이다. 서울면적의 44배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은 이렇다. 전적으로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에서 벗어나 50년, 100년 뒤에도 다른 나라가 무시할 수 없는 곳을 만듦으로써 국가존재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의 이사회 의장은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다. 그가 현대차 그룹, 효성 그룹의 그린수소 등 초격차 기술들을 융합시키게 된다면 네옴시티는 K-테크의 복합체가 될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근자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그는 '이 세상에 없는 기술'( A Technology out of world)이라는 표현을 최근 반복적으로 쓰고 있다. 그는 부회장으로 삼성을 이끈지 10년만에 지난 8월, 회장 취임 일성으로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투자와 이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단 하나뿐인(Only One) 독보적인 기술로, 존재의 우위(Supiriority of Existence)를 통해 삼성전자의 위상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해 보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10년 지배기술이 1년 만에 무력화되는 시대를 맞아 초격차 만으로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생존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경영이 잘 되면 창 밖을 보고, 잘 안되면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의 성공 여부는 조직내 보유기술과 인재에 있음을 말한 것이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5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허리에 식은 땀이 나고 오싹해 진다”고 했다. 세계시장에서 기술리더쉽으로 지속적 우위를 지켜야 하는 고심을 담은 발언이다. 고등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할아버지 이 병철 회장 지시로 여러 계열사 공장을 돌며 제조 기술력의 중요성을 몸 뼛속까지 배워 온 이재용 회장은,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삼성 향후 5개년 투자플랜에 대해 "목숨 걸고(To risk my life)하는 겁니다. 숫자는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속 마음을 터놓은 거칠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인 발언이다.  

                                                                                     사진=픽사베이

우리가 이 회장의 기술관련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발언 속에 그 기업의 비전(Vision)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발언에는 자원의 집중과 선택을 통한 중장기 기술개발의 방향이 담겨 있기 마련이고 , 이는 곧 국내외 임직원들과 협력사 및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의 성찰은 단기 경영실적에 집착해서, 분기별로 투자자와 주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전문 경영인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글로벌 업계의 관심사는 결국 삼성이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현금 150조원을 통해 어떤 회사의 기술을 M&A 할지에 쏠려 있을 것이다. 최근 기류를 감안해 볼 때 양전자 컴퓨터, 로봇과 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사업 등이 일차적으로 떠오른다. 이들 분야는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이 첨예한 경쟁을 하는 분야이다. 특히 양전자 컴퓨터 기술은 차기 전자제품 시장을 대체할 '게임체인저'로 여겨지면서 삼성전자, LG전자, SK 텔레콤은 물론 구글, IBM 등 미국기업과 후지쯔, 소니 등 일본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양전자 컴퓨터는 군사·방위산업 측면에서도 핵심전략자원이 된다"고 말한다.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서 고위임원을 역임하고 현재 중소기업에서 반도체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전 서울대 출신 반도체 전공 교수는 “반도체에 바이오를 융합한 다양한 기능의 바이오칩을 인간의 여러 곳에 부작용없이 접합하는 스킬이, ‘이 세상에 없는 기술’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래 백신 개발기술, 자율 모빌리티 기술, 핵융합 에너지 개발기술, 바이오 반도체 융합기술, 양자 컴퓨팅 응용기술, 메타버스 융합 기술분야에서 이 세상에 없는 기술이 앞으로 쏟아질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와는 다르게, 차별화해서 종합 연계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회사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패권국가의 행태를 감추지 않고 있는 미국, 중국 등 초강대국은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자원 분야를 포함한 신냉전시대를 불러 왔다. 이런 때에 세계 강대국들이 한국과 대만을 무시하지 않고 협력관계를 맺게 하는 힘은, 한국과 대만 회사들이 가진 <존재의 우위> 밖에 없는 게 현실적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존재의 우위'(?)를 과시하는 곳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한민국 국회말이다. 양향자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 지원 ‘K칩스법’은 4개월째 헛돌고 있다. 이미 4개월 전에 반도체산업육성법을 통과시킨 미국 의회, 150조 원 투자를 진행 중인 중국, 70조원 규모 반도체 제조기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유럽연합,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 등 8개 대기업을 협력시켜 만든 차세대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의 일본 정부 등을 좀 생각해 보라고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외치고 싶을 정도다.

우리는 지금 세기적 전환기에 살고 있다. 기술안보가 경제안보이고 곧 국가안보인 시대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부도, 국회도 우리 기업들에게 '홀로 서라'며 외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세상에 없는 기술개발로, ‘존재의 우위’(Predominance of Existence)를 확보하지 않으면 나라경제도 안보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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