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시대 매거진 미디어가 살아남는 법
디지털 전환 시대 매거진 미디어가 살아남는 법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1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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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커스]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매거진 미디어의 미래는 (2)
종이잡지 노하우, DX에 활용…종이 편집자, 콘텐츠 프로듀서로 변신해야

더피알타임스=김경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미디어 이용행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나스미디어
코로나19로 변화된 미디어 이용행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자료=나스미디어

“잡지, 본질은 콘텐츠 서비스와 독자 커뮤니티”에서 이어집니다.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미디어를 잡아먹으면서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상에서 가장 필수적인 매체를 묻는 설문에 62.7%가 스마트폰을 선택했고, 과거 우리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한 미디어였던 잡지(0.0%)에 대한 주목은 더 떨어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주목의 하락 자체보다 어려운 것은 수익모델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미디어의 핵심 수익모델인 광고시장에서 인터넷미디어로 이동이 가파르게 나타나는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강요했는데, 우리 정부는 이렇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정책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를 보면 한국 잡지업계 총매출은 2014년 1조3753억9300만원에서 2017년 1조353억5100만원, 2019년 7775억3900만원으로 급락중이다, 일본의 경우 2021년 전체 잡지 매출은 만화를 포함해 5276억엔(한화 6조원 상당)에 달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8배 정도의 금액이다.

호리우치 마루에
호리우치 마루에 회장

지난 20년간 일본의 서점 수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잡지와 도서를 아우르는 일본 출판시장도 1996년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추세가 이어져 2021년 1조6742억엔을 기록했다.

일본 출판시장에서 이미 전자출판물 매출이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90% 이상은 웹툰과 전자코믹 같은 만화 부문애서 나온다고 한다.

2021년 일본의 총 광고비는 6조7998억엔이었고, 그해 처음으로 전체 인터넷 광고비가 2조7052억엔을 기록하면서 TV, 신문, 잡지, 라디오 등 4대 대중매체 광고비(2조4538억엔)를 넘어섰다. 이중 잡지는 1224억엔이었다.

“DX에도 종이잡지 노하우 활용 가능”

호리우치 마루에 일본잡지협회장(슈에이샤 회장)은 2021년 일본에서 잡지의 디지털 광고비가 580억엔으로 전년대비 130% 상승했지만, 여전히 잡지 광고 노하우가 디지털 광고에 충분히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호리우치 회장은 일본 출판업계가 종이잡지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디지털 대전환(이하 DX)을 추진중이라며 △온라인 컨텐츠의 내실화 △이커머스 사업 추진 △온라인 이벤트 내실화 등 3가지 방향에서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컨텐츠 내실화’와 관련해 유료콘텐츠와 무료 콘텐츠가 공존하는 독자적 사이트를 구축한 사례로, 슈에이샤와 함께 일본 3대 출판사로 꼽히는 고단샤(講談社)의 여성잡지 VoCE와 쇼가쿠칸(小学館)의 아웃도어잡지 BE-PAL이 소개됐다.

두 번째 ‘이커머스 사업 추진’ 사례로는 슈에이샤의 여성잡지 HAPPY PLUS(해피프라)가 15년째 운영중인 온라인 쇼핑몰 ‘해피플러스 스토어’가 있다. 해피플러스 스토어의 연 매출은 60억엔(한화 576억원)에 달한다.

해피플러스는 슈에이샤에서 나오는 13개 잡지(비 만화)의 디지털 미디어 포탈 역할도 하고 있으며, 발간 잡지나 서적의 인기콘텐츠와 연동한 온라인 유료강좌를 제공하는 해피플러스 아카데미(하피아카)도 운영중이다.

세카이분카샤(世界文化社)에서 발간하는 50년 전통의 리빙 전문지 가정화보(家庭画報)는 잡지 제호를 전면에 내세운 ‘가정화보 쇼핑살롱’이라는 쇼핑몰 사이트를 2020년에 개설해 운영중인데, 오랜 역사에서 축적된 역량과 그에 대한 독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만화박람회인 점프페스타는 비대면 개최가 시작되면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만화박람회인 점프페스타는 비대면 개최가 시작되면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 번째 ‘온라인 이벤트 내실화’ 사례에서는 슈에이샤의 만화 잡지 브랜드 ‘점프’에서 매년 12월 셋째주 개최해온 ‘점프 페스타’가 언급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첫 비대면 행사가 시작된 점프 페스타는 2020년 전면적 온라인 행사에 14만명이 참여했고, 2021년에는 오프라인 참가인원을 5만명으로 제한하는 제한적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렇게 비대면 온라인 행사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낮아지고 그 편리함과 확장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커지면서 출판업계에서는 신간 서적 발행에 맞춘 온라인 저자 특강도 많이 기획돼 열리고 있다고 한다.

DX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례 중에 50대 이상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매거진 ‘하루메쿠(halmek)’가 있다. 2012년 창간돼 서점 배본 없이 정기구독 판매만으로 2019년 이후 여성잡지 1위를 달리고 있는 하루메쿠는 출판, 통신판매, 헬스케어, 보험 등의 고객서비스는 물론 마케팅 솔루션 컨설팅과 콜센터·물류·정보시스템·재고관리·DX를 포괄한 풀필먼트 서비스로 창업지원도 하고 있다.

비대면시대는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장을 넓혔지만 동시에 작가와 편집자의 만남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비대면시대는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장을 넓혔지만 동시에 작가와 편집자의 만남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온라인의 한계·부작용 극복 위한 고민들

팬데믹은 근무방식에서도 빠른 DX를 강요했다. 슈에이샤의 경우 2020년에 경리·회계·인사·본부를 제외한 70%에 달하는 직원이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2년이 흐른 현재 온라인 회의와 제작과정의 디지털화, 육아 편리성 등 원격근무의 강점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팬데믹으로 강요된 DX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편의성과 강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특히 오프라인 만남 전후의 스몰토크(잡담)는 아이디어 확장의 계기라는 측면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이것을 못한다는 점은 비대면 근무의 큰 단점으로 꼽힌다.

일본 출판업계는 DX의 일환으로 전자만화 어플을 직접 개발하거나 개발에 참여하는가 하면 개별 잡지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종이잡지를 디지털화하거나 독자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전개중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출판업계는 사회 전반의 DX라는 흐름 안에서 오프라인 서점의 감소와 해적판 사이트와의 전쟁 같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일본 만화에 대한 해적판 사이트는 파악된 것만 500개에 달하고 이중 상위 10개 사이트의 월간 방문자 수는 4억명에 달할 정도여서 2021년 기준 연간 피해액은 최소 1조엔(한화 9조56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본 출판업계는 해적판 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사법기관과 연계한 소송, 유저 캠페인 및 계몽운동, 대응센터 구축, 정식판 사이트 인증마크 부여 등의 노력을 전개해왔다. 상위 10개 해적판 사이트 중 절반 정도가 베트남에 기반한 업체였는데, 베트남정부의 협조로 1,2위 사이트를 폐쇄하는 성과도 얻었다.

(위)일본의 전자만화 앱. 네이버에서 만든 '라인망가'의 경우 3000만 다운로드, 슈에이샤의소년점프플러스가 2100만 다운로드를 기록중이다. (아래)일본잡지협회의 정식판 사이트 인증 ABJ마크
(위)일본의 전자만화 앱. 네이버에서 만든 '라인망가'의 경우 3000만 다운로드, 슈에이샤의 소년점프+가 2100만 다운로드를 기록중이다. (아래)일본잡지협회의 정식판 사이트 인증 ABJ마크

종이 편집자, 콘텐츠 프로듀서로 변신해야

호리우치 회장은 일본의 경우 아직까지는 종이가 디지털에 비해 미세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종이와 디지털을 동반적 경쟁관계로 설명했다. 종이가 “어떻게 현 상황을 타개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디지털은 “어떻게 종이를 이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잡지 제작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DX 추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한 그는 일본 출판계가 종이 출판물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핵심 비결이 기존 노하우의 활용에 있다며 종이잡지 편집자들에게 ‘콘텐츠 프로듀서’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호리우치 회장은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종이로 축적된 독자의 신뢰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면서 늘 견지해야할 불변의 자세로 △다양한 관점 제공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독자의 눈높이 기억 △늘 최고의 컨텐츠 제공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 행사가 끝난 후 잡지주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탁 기자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 행사가 끝난 후 잡지주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탁 기자

“최선으론 불충분…요구되는 걸 할 때”

백종운 회장
백종운 회장

11월 1일부터 열흘간 열린 ‘잡지주간 2022’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콘퍼런스에는 국내외 잡지발행인 및 잡지업계 종사자, 언론·출판계 종사자, 한국잡지교육원 취재기자 연수생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주최측인 한국잡지협회 백종운 회장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때로는 요구되는 것을 해야한다’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을 인용하며 “디지털 혁신 등 변화하는 시대에도 잡지의 미래를 밝힐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심상기 위원장
심상기 위원장

잡지주간 2022 조직위원장을 맡은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은 “영상미디어가 문화적 사회적으로 거대한 영향을 주고 있지만 우리의 잡지는 오랜 기간 문화콘텐츠 발달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대중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며 “잡지산업의 현시대와 미래에 대해 잘 논의해 알찬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는 이광호 문학과 지성사 대표(잡지협회 부회장)가 모더레이터를 맡아 진행했고, 각 세션 발표 후에는 패널로 참여한 김진각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 윤태석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이 토론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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