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세계질서 시나리오의 ‘브랜딩’
5년 후 세계질서 시나리오의 ‘브랜딩’
  • 안홍진 (bushishi3@naver.com)
  • 승인 2022.12.06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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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지역별 국가시스템의 경쟁구도
한국의 거대전략의 방향 예측

세기적 대변혁기라는 2022년을 보내고 2023년을 맞아하는 시점입니다. 세계경제 생태계는 탈세계화, 블록경제와 자국의 자원 보호전략 등 소위 'Reglobalization' (재세계화)현상으로 접어 들었습니다. 여기에 디지털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플랫폼 거대 기업들은 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점차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개별 국가들의 경제,산업영역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5년 후의 세계 미래경제를 재전망하고 대비하는 전략은 필수적입니다. 이와 관련 미래 전략연구소의 전문가 인터뷰를 싣습니다-편집자 주-

 -“미래 시나리오란 물리적 법칙, 역사적 경험과 인간의 심리 등으로 있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예측적 서술은 물론, 시나리오 달성 조건, 시나리오의 전개(What If) 및 정책과 전략 점검, 대안 탐색” 에 관한 고견을 최근 언론에서 주창하신 바 있습니다미국, 중국의 정치· 경제분야의 신냉전으로 불확실해져 가는 향후 5, 10년 후 (세계 G2 등 포함) 세계 강대국 질서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미래 세계질서에 대해 수정구를 보듯 명료하게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도 하고, ·중 헤게모니 전쟁을 결정 짓는 요소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으며, 복잡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은 터친 1)(Turchin) 이나 2) 달리오(Dalio)의 주장을 경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선전할 것이라는 주장은 중국의 인구구조와 권위주의 체계가 복잡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다만, 중국이나 인도 등이 새로운 단극적 세계질서를 구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의 가능한(Plausible)한 네 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세 개의 시나리오는 첫째, 미국의 지배 복귀, 둘째, 미국과 중국 중심의 블록경제 체계, 셋째, 혼란스러운 다극적 세계질서입니다. 여기에 더해 와일드 카드 시나리오로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1) Peter Turchin은 수학적 모델링으로 사회변화를 예측하는 역사동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미국의 시민저항의 동향으로 보아 21세기에 미국의 시대가 저물 것으로 예측했다. Turchin, Peter(2003). Historical Dynamics: Why States Rise and Fall. Princeton University Press 

2) Ray Dalio는 미국의 투자자, 헤지펀드 매니저로 '원칙', '변화하는 세계 질서'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변화하는 세계 질서'는 패권의 변화 패턴을 분석하고, 20세기 전반기 영국으로부터 패권을 이양 받은 미국이 화폐 발행, 경제적 성장, 국민의 요구 증가 등으로 보아 중국에게 그 패권을 이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Dailo, Ray(2021). Principles for Dealing with the Changing World Order: Why Nations Succeed and Fail. Avid Reader Press

2030년까지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블록경제이며, 그 이후 인도와 유럽까지 동참한 혼란스러운 다극적 세계질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시진핑의 정치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만 침공 등이 확대되는 경우,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과 같은 국제질서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요2년 후 미국 대선(大選)의 판도와 우리나라 총선(總選)도 한국경제에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심화되고 있는 디커플링 현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여기서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 디커플링을 뜻한다고 전제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미간 디커플링은 세계화의 진행과 우리나라의 북방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진행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우리나라의 정치와 군사 부분에서는 미국 영향도가 컸으나, 경제는 중국 영향도가 컸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중국에 대한 영향도를 줄이기 위해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폈으나, 일부 성공을 거두었다고 판단합니다.

향후 한미간 디커플링 현상은 국가자본주의 동향과 연계해서 봐야합니다. 미국의 IRA 법안, 금리 상승 등은 미국의 경우에도 국가 자본주의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시의 자국우선주의가 예외적이었던 것이 아닙니다한미간의 경제 디커플링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와 삼성 등의 글로벌 기업은 미국으로의 투자를 심화할 것이나, 이는 이들 기업의 미국화를 강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국가자본주의 심화에 대응하여 한국사회는 나름의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미국의 대선(大選) 결과와는 상관 없이 미국의 국가자본주의와 자국우선주의는 강화될 것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총선의 향배에 따라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한국사회가 제대로 적응할 것인가는 영향을 미치겠지요. 군사 및 정치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우나, 경제 분야에서는 거대전략을 수립하고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 총선의 결과가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나, 한국사회는 시계추와 같은 요동을 보일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 요동 속에서도 적절하게 적응하면 한국사회가 전진할 것이나, 그 반대면 상당한 후퇴를 하겠지요

-미국, 중국의 경제분야 패권 경쟁은 지역주의, 자국 우선주의로 확산 중입니다특히 반도체, 양자 통신, 인공지능, 바이오, 인공위성, 원전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이 대립의 미래 구도를 어떻게 보시는 지요.

요즘 Splinternet이란 단어가 새로이 화두가 되더군요3). 인터넷이 여러 개로 쪼개진다는 의미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미국의 인터넷 배제에 대한 대비로 자체적인 인터넷 주소 서버와 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보차원에서 보자면 당연한 일입니다.

반도체, 양자통신, 인공위성(그것도 저궤도 위성 통신망) 등의 첨단 기술은 국가안보와 경제에 상당한 중요성을 지닙니다. 상대국에 대한 의존성을 가급적 최소화해야 합니다. 주로 지적 재산권이 문제가 될 텐데요. 현재 중국의 과학기술력이 상당히 올라섰고, 어떤 경우에는 그런 지적 재산권을 무시하려 하겠지요. 특히 국가 자본주의가 강화된다면 더욱 그렇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이러한 경쟁에 인도(印度)와 유럽이 동참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겁니다. 러시아의 미래도 여기에 영향을 미치겠지요. 인도는 차세대 인구 대국으로, 유럽은 과거의 영광과 미국에 대한 영향도 최소화 등을 이유로 블록경제 체계에서 지역 맹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할 겁니다. 미국의 힘이 약화 되고, 중국도 미국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렇게 될 겁니다. 러시아는 유럽과 인도, 중국에 에너지 안보와 식량 안보를 받쳐주면서 일종의 틈새 전략을 펼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 글로벌 기업(삼성, 현대차,  LG, SK그룹 ) 들은 희토류, 반도체 원료 등 첨단소재 분야에서 약점이 큽니다. 경쟁우위 전략이 아닌 미래 생존전략 차원에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희토류 독립을 위해 미국 등은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망의 다변화로 해결이 되겠지요.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가져와 한편으로는 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가능하게 할 거에요. 중국의 부품 공장은 인도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에도 세워질 겁니다. 다만 하이테크 부품이나 장비의 경우에는 공급망 다변화가 어렵겠지요. 예를 들어 나노(NANO) 반도체 제작을 위한 EUV 노광장비는 ASML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이에 대한 소부장 공급 전략을 장기적으로 세우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불확실성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에요제가 생각하는 한국기업의 문제는, <무어의 법칙>이 멈춤에 따라 반도체 기술 발전이 정체되고 있어 한국사회의 경쟁우위가 사라질 위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리 컴퓨팅의 확대에 따라 반도체 설계 기업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 관련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 디지털 플랫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한 플랫폼 기업으로 이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융합 플랫폼 기업 후보군이 현대자동차 그룹만 보인다는 점, 중견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함에 따라 한국기업 생태계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은 한국사회와 경제를 어둡게 전망하게 합니다.

 

                                                    윤기영= FnS 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 소장, 한국외대 겸임교수

-이 질문 외에 미래 국제정세의 전반에 대해 추가해 주실 사항을 말씀해 주시죠.

21세기는 기후변화, 국가자본주의, 디지털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을 거예요. 한국사회가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미래 예측을 통한 기민한 대응력 확보, 장기적 시각으로 거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지식생태계와 역량확보 등이 필요할 겁니다그런데 안타깝게도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정부와 기업, 사회단체 등 공동의 노력으로 더욱 분발해야겠지요.

윤기영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객원교수

사단법인 AiA (Agendas for Imaginative Age) 이사

에프엔에스(FnS) 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겸 대표

사단법인 미래학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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