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기부하고도 세금 뜯기고… 기업의 사회공헌 위축시킬라
LG화학, 기부하고도 세금 뜯기고… 기업의 사회공헌 위축시킬라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2.12.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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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화학, 뉴시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화학, 뉴시스

더피알타임스=한민철 기자

기업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불리는 기부를 둘러싸고 LG화학(대표이사 신학철 부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부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관할 세무서와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LG화학이 어디에, 왜, 어떤 절차를 통해 기부했는지, 또 법원이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 내막을 알게 된다면, 당국의 세금을 부과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LG화학은 기부로 인해 그 어떤 것도 혜택도 얻지 못했지만, 기부금과 세금의 이중 출혈을 감당하게 되면서, 향후 이런 사례가 기업의 기부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LG화학이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감액경정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에서 LG화학은 지난 2015, 2016년 사업연도에 부과된 법인세(각각 12억1250여만원, 3억2150여만원)에 대해 영등포세무서에 감액경정청구를 한 바 있다.  

사실 기업이 관할 세무서가 부과한 법인세에 대해 근거 없는 금액이 포함돼 있어 이를 깎아달라며 감액경정청구를 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LG화학의 감액경정청구 사례의 경우 일정 한도에 있어 공제가 되는 ‘기부금’을 둘러싼 과세와 감세 논쟁인 만큼 주목을 받아왔다. 당연히 LG화학은 정당한 기부였다는 입장이지만, 영등포세무서는 법적으로 그리고 사업적으로 정상적인 기부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세금을 부과한 것이었다. 

과연 문제가 된 기부금은 LG화학이 언제 그리고 어디에 낸 돈이었을까. 바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의 사태의 발단이 됐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이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도해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이 재단 운영에 깊이 관여한 채 국내 기업을 상대로 기부금 형식으로 774억원을 걷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4월 서울지방국세청은 LG화학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 LG화학이 2015년 12월과 2016년 4월경 각각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총 48억9000만원이 손금불산입해 법인세 납부 대상으로 파악했다. 다시 말해 해당 금액이 법인세법상 지정기부금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다는 것이다. 

반면 LG화학은 해당 출연금이 법인세법에서 정한 지정기부금의 요건을 충족하므로 전액 손금산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20년 8월 31일 영등포세무서에 감액경정청구를 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어 LG화학은 지난해 1월 조세심판원에 감액경정에 대한 심판청구를 했지만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번 행정소송에 이른 것이었다. 

“좋은 목적에 정상적으로 기부한 것인데, 정당한 기부가 아니라며 세금까지 내라 하다니” 

앞서 언급했듯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청와대 그리고 대통령을 등에 업은 비선실세가 국내 기업들에 문화·스포츠 분야 성장을 구실로, 전경련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출연금을 받아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두 재단의 출연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이곳에 돈을 낸 기업들은 “청와대와 전경련의 요구로 좋은 일에 쓰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이라고 자금 출연의 목적에 입을 모았다. 

LG화학 역시 두 재단이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법인이었고, 국내 문화·스포츠 분야 성장이라는 공적 목적으로 다른 전경련 회원사와 함께 출연행위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LG화학 측은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재판 과정에서 “기부금의 경우 사업과 관련해 발생하거나 지출되는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인 경우 손금에 해당한다”며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출연금 역시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에 해당하여 손금에 산입돼야 한다”며 해당 출연금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특혜를 바라고 미르·K스포츠 재단 등에 자금을 출연하면서 법적 처벌을 받은 기업과 기업 관계자도 존재한다.  

하지만 LG화학의 경우 재단에 자금을 출연하면서 그 어떤 특혜를 받았다거나 이를 요구했다는 증거가 관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적이 없었다. 

또 이 사건 행정소송 재판부는 대통령이 직접 기업 총수들과 만나 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고,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인허가와 세무조사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요구를 LG화학 역시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LG화학이 두 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의 타당성과 규모를 철저히 검토하지 않은 채, 그저 전경련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대로 돈을 낸 것이라고 봤다. 자금 출연 과정에서 공익성이 고려됐거나 객관적인 검토도 없었기 때문에 이 출연금을 지정기부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내부품위 절차 지켰다더니... 관련 증거는 제시 못한 LG화학 

LG화학의 입장에서 세무당국과 법원의 판단이 당연히 가혹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LG화학이 두 재단에 자금을 출연하며 청와대 등으로부터 특혜를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3월 재단의 법인설립허가가 취소돼 출연금을 돌려받지도 못한 것은 물론이고, 같은 해 6월 기획재정부가 두 재단을 지정기부금단체에서 취소하면서 출연금에 대한 법인세까지 납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반대로 정부 입장에서는 LG화학의 출연금과 법인세 모두 국고로 귀속하거나 귀속시킬 예정인 만큼, 뜻밖의 이중 세수를 확보한 셈이다. 
만약 기업을 상대로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최근 국가·사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기부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LG화학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법원의 판단대로 두 재단에 자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법인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를 거친 뒤 출연 목적과 규모 등도 전경련이나 그룹사의 일방적 통보에 따른 것이 아닌 자체적으로 판단해 진행했다면 “제대로 된 기부가 아니었다”라는 의심을 살 필요도 없었다. 

특히 LG화학은 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 당시 정상적 내부품위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48억9000억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하는 상황임에도 LG화학에서 두 재단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된 시점과 자금 출연금을 결정하게 된 사유, 진행 과정 등에 대해 전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 과정에 관여한 증거도 없었고, 이는 자신들이 거금을 기부한 재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 내부품의 절차도 없이 출연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 재판부는 “LG화학과 같은 영리기업에서 수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느 무상의 출연 행위를 할 때에는 기업 내부적으로 철저한 조사 및 검토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LG화학은 직권을 남용한 권력자 등의 일방적 통보에 따라 두 재단에 사전에 제대로 된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심지어 당시 두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다른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출연금을 손금 불산입하는 것에 대해 다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지난 16일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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