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그림 그리는 시대, 인간의 디자인이 가야 할 방향
AI로 그림 그리는 시대, 인간의 디자인이 가야 할 방향
  • 윤형건 (hkyoon60@naver.com)
  • 승인 2023.01.0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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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건의 사꼬디①]
인공지능(AI) 디자인은 빠른 속도와 정교함이 무기
미래 디자인은 ’인공지능 이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

'윤형건의 사꼬디'는 "사장님이 꼭 알아야 할 디자인"에 대해 한·중·일 디자인 전문가 윤형건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가 쓰는 체험적 스토리텔링 기사로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이번 주에는 AI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체험기와 함께 디자인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더피알타임스=윤형건]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한 그림이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다.

심사위원은 당연히 사람이 그린 것으로 생각하고 선정했는데, 후에 본 작품의 수상자인 제이슨 앨런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도구 '미드저니(Midjourney)‘를 사용해 만든 작품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었기에 상을 수여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극장‘. 출처=트위터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극장‘. 출처=트위터

콜로라도 박람회 미술대회 주최 측은 결국 수상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보수적인 공모전에서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은 수상하지 않는 곳도 있다. 앞으로 이런 논의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얼마 전 국내 S금융사 신문광고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전면에 실렸다. '스페이스 오페라극장'을 그린 AI 프로그램에 20여 개 키워드를 넣어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평생 디자인을 해 온 필자는 신기했다. 그림을 그리는 데 걸린 시간이 2분 이내라 한다. 그림을 그리려고 붓과 물감을 꺼내 준비하는 사이에 그림이 완성되니 할 말이 없다.

 

미드저니, 직접 이용해 보다

(왼)필자가 미드저널 AI 프로그램에 6개 키워드를 넣어 받은 4개의 그림. (오)왼쪽 이미지 중 하나를 골라 변화를 달라고 명령해 받은 4개 이미지.
(왼)필자가 미드저널 AI 프로그램에 6개 키워드를 넣어 받은 4개의 그림. (오)왼쪽 이미지 중 하나를 골라, 변화를 주라고 명령해 받은 4개 이미지. 출처=본인

S금융사가 이용했다는 미드저니 사이트에서 회원등록을 한 후 ’청년들이‘, ’꿈을 위한 질주‘, ’고민하는 세상‘, ’잠재력‘, ’빛나는 아이디어‘, ’전 세계‘, 6개 키워드를 영어로 넣어 보았다. 30여 초쯤 지나 왼쪽과 같은 그림 4개가 나왔다.

한참을 들여다봤다. 내가 생각하는 콘셉트에 부합되지 않았지만, 속도에 놀랐다. 4개 그림 중 첫 번째 그림으로 좀 달리 표현해보라고 명령 내리니, 30초 안에 오른쪽과 같은 4개 그림이 나왔다.

다른 사용자의 작품을 볼 땐 정교하며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화가나 디자이너가 그리려면 며칠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작품을 불과 몇 초에서 1, 2분 만에 만든다. 그림의 완성도는 얼마나 구체적인 키워드를 넣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드저니 사이트 ’작품‘ 코너에 업로드된 다른 사용자의 작품 일부. 출처=미드저니
미드저니로 그린 다른 사용자의 작품. 출처=미드저니 작품 코너

필자의 아들이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보더니 “아, 앞으로 내가 광고할 때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되겠네. 연회비가 30달러니 한국 돈으로 4만 원도 안 되네”라고 말했다. 연회비 4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일 년 내내 이런 그림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다면 디자이너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디자인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갈까?

 

미래 디자인과 인공지능(AI)

세상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디자인의 툴(Tool)도 바뀌고 있다.

디자인학과 학생은 거의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한다. 수년 전, 종이 위에 마커(디자인전용 사인펜)나 물감으로 표현했던 디자인 작업을 컴퓨터가 대체하고 있다. 그 당시 컴퓨터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컴퓨터가 디자인 작업에 도입됐을 때 ’유용한 활용 기기냐, 아니면 디자이너의 일자리를 빼앗는 위험한 기기이냐‘를 논했다. 이제부터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디자이너를 위협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사용하기 나름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디자인은 인공지능이 훨씬 유리하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속도 면에서 절대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가성비(價性比), 가심비(價心比)에서 인간보다 앞선다.

이런 상태에서 디자인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다.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을 잘 관리해 성과를 내듯, 인공지능을 활용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맥락적 이해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를 디자인해야 한다.

2020년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의 수상 발표 장면. 공양된 먹거리를 지역주민에게 나눠 주는 프로젝트가 대상을 받았다. 출처=유튜브 캡처.
2020년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의 시상 발표 장면. 공양된 먹거리를 지역주민에게 나눠 주는 프로젝트가 대상을 받았다. 출처=유튜브 캡처.

예를 들어, 2020년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물성적, 시각적 디자인이 아니다. 절에 공양으로 들어온 과자, 과일, 쌀을 지역주민의 협조를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하나의 프로젝트였다. 이 절의 주지 스님은 종교단체에서 주기적으로 하는 자선 운동을 발전시켜, 지역주민과 전국 사찰을 연결했다. 주변 사람을 구제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실행하고 선한 가치를 만들었다.

이렇게 눈에 안 보이는 시스템, 서비스, 체험을 디자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의 의식과 감정을 유쾌하게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용자의 만족이다.

디자인은 향후 다양하게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도 상상 이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기는 방법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의 할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 인간의 존재는 더욱 의미있어지며 그런 조직의 발전은 무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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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 디자인 전문가 
윤형건 (Yoon Hyungkun, 尹亨建)
메일주소: hkyoon60@naver.com

경력
l   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강의교수

l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융복합대학 초빙석좌교수 역임

l   외국인 전문학자로 상하이교통(上海交通)대학 디자인학원 교수 역임

l   한국연세대(신촌캠퍼스) 디자인학과 교수 역임 

l   도쿄(東京)의 일본 디자인 전문회사 랜드마크(R&DMAK)에서 근무

l   ADI(Asia Design Institute, 아시아디자인연구소) 대표


l   삼성, LG, 현대, 기아, 소니, 도요타, 혼다, 하이얼(海尔), 글로벌 기업에게 디자인 컨설팅

l   60여 편의 논문 한·중·일 주요 학회지에 게재, 디자인 관련 특허 30여개 획득

l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 창업과 디자인(创业与设计), 디자인경영전략 저술

l   네이버 블로그에 디자인칼럼  “윤형건의 사장님이 꼭 알아야 할 디자인” 200여편 게재

l   한국 디자인학회 이사 및 논문 심사위원 (현)

l   한국 디자인 진흥원 디자인(Kidp) 자문 역임 (전)

l   일본 감성공학회 평의원(한국의 이사에 해당) 역임 (전)         

 학력

l   일본국립 지바(千葉)대학교 대학원에서 디자인 박사학위 취득, 동 대학교 디자인학과에서 학부, 석사졸업

수상

l   상하이교통대학 미디어 및 디자인학원 우수 교수상 수상(2010년)

l   연세대학교 사이버강의 우수 교수상 수상 (2001년))

l   한국 굿디자인(Good Design) ‘한국디자인원장상’ 수상(한국산업자원부)(2000년)

l   일본 문부성(文部省) 국비 유학생

l   KBS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출연 (디자인 부문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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