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탈 바이오가 ‘하이브리드 반도체’ 산업이 가야 할 길
2023년은 세계 반도체 시장이 더욱 소용돌이 칠 태세다. 미국,일본, 대만의 투자 규모와 속도전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지원한다며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만든 ‘K칩스법’의 헛점을 제기하고, 삼성전자, 포스코케미컬, SK하이닉스, LX세미콘 등 대기업 채용팀장, 대학 입학처장, 교육부 정책 관계자들이 들어야 할 현장의 소리를 전문가로부터 들었다. 편집자 주

작년 2022년은 반도체 인력양성이라는 단어가 화두에 오른 해이다. 반도체동맹(칩4), 반도체학과 증설 및 반도체 인력양성, 반도체 불경기 등 반도체 관련 단어가 전세계 시장과 신문,방송 등 언론계를 뜨겁게 달군 한 해였다.
특히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이슈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중국 디커플링에 맞물려 반도체의 중요도가 부각되었으며 반도체가 미·중의 패권 경쟁에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긴급히 업계의 큰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미국, 중국에겐 국가 기반산업으로서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세계의 반도체 생산 관련 국가에 대한 투자 경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이 67조원, 중국 185조원, 일본 100조원, 대만 53조원, EU에 각각 58조원의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기술은 크게 나누어 반도체 설계, 반도체 제조, 반도체 소재, 반도체 장비로 크게 대별할 수 있는데, 미국은 설계능력이, 우리나라 및 대만은 반도체 제조,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장비 및 소재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반도체 기술을 습득한 지 많은 시일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뛰어난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의 시작은 약 60년 전 1965년부터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가 1983년 세계 3번째로 64KDRAM 개발 성공하면서 메모리 산업 강자로의 서막을 올리게 된다. 1984년에는 현대전자(현 SK 하이닉스), LG반도체의 64KDRAM 개발 성공의 신화가 세상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다. 한국의 메모리 산업은 한 세대 만에 세계 최고의 양산기술 보유 국가로 떠올랐으며, 이제는 한국의 수출 물량의 25%를 차지하는 중추 산업이 되었다.
수능만점자 3명 모두 의대에 진학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된 반도체 분야는, 시스템 및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이끌어 갈 인력이 10년간 15만명이 필요하다. 국가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작년 수능 시험 결과에 따라 대학에 진학한 상황을 살펴보면 이미 설립된 반도체 관련 학과 합격자 10명중 7명이 등록을 포기하고 다른 학과로 진학한데다가, 수능 만점자 3인 모두 의과대학에 진학하였다는 슬프고 우울한 소식이다.
반도체관련 학과의 증원 및 채용의 특혜 소식에도 관심과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반도체물리 분야를 전공하고, 반도체 메모리의 태동기에 반도체 기업에 입사하여 현장에서 반도체 제조에 종사하다가 대학 교단에서 반도체를 가르치며 38년동안 이 산업영역에서 느꼈던 여러 문제점 및 인력 양성과 관련된 몇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전공자 나는 내 후손들이 반도체에 종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반도체 산업은 체력적으로도 매우 힘든 직종에 속해서, 설계 분야를 빼고는 3D 산업이라는 뜻일 수 있다.
의사인 아버지는 아들이 의사가 되기를 원하고, 법조계는 자손들이 판검사가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반도체에 종사하여 나름 혜택을 받은 필자이지만 나는 내 후손들이 반도체에 종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교직에 종사하다보니 지인 자녀들의 대학입시 상담을 해주곤 했다.
그들 중 한 학생으로부터 “반도체 제조 대기업에 들어가면 볼트,너트 같은 ‘인간부품’이 되었다가 버려지지만, 지방의 의대를 가게 된다면 오랜 시일이 지난 후 건물을 소유하는 원장의 꿈이라도 가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련해졌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보다는 지방대 의과대학이 훨씬 나은 선택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바로 외국 이민자를 받아들여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민청 신설에 한가닥 희망을
해외에서 유치한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에 의하면 잘 선별하여 영입한 외국인들은 매우 우수한 결과를 도출한다. 이미 설립된 반도체 계약학과의 충원율이 30%를 밑도는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외국인들을 선별 유입하여 필요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긴급하다.
외국에서 공부했던 반도체 인력들이 초창기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면서 크게 기여했던 것을 상기하자. 다행스러운 것은 올 해 들어 법무부에서 이민청 신설 등 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반도체 투자의 세액공제를 중소기업은 25%, 대기업은 15%를 적용한다는 좋은 뉴스다.
요업과에서 시작한 시멘트 산업, 화학공학과의 석유 정제 사업, 기계공학과의 선박제조 및 자동차 산업, 전자과 및 물리학과의 반도체 산업등이 순차적으로 우리나라의 산업의 계보를 이어 온 것은 역사적 경험에 의한 자산이다.
그러면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은 무엇인가? 의과대학 중심의 바이오 기술은 미래 신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받쳐 주면서 우수인력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반도체 분야와 컨버전스 되어야 가능하다. 이렇게 될 때 디지털 바이오 산업은 물론 하이브리드(Hybrid) 반도체 분야의 한차원 높은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올 한 해가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이라는 두마리의 토끼가 서로 협업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계묘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충훈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 KAIST 반도체 물리전공 석사, 박사
- 현대전자(현 SK 하이닉스 전신) 반도체 연구소 1실장
- 현대전자 디스플레이 연구소장
- 현대전자 디스플레이 선행연구소장
- 원광대학교 반도체 디스플레이 학과교수
- 원광대학교 탄소융합과 교수(겸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