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감(感)”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시작된다
“5감(感)”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시작된다
  • 윤형건 (hkyoon60@naver.com)
  • 승인 2023.01.1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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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건의 사꼬디②]
소리·향·감촉 등 5감이 함께 디자인 경쟁력 결정
익숙한 불편 해소 통해 '대접 받는 느낌' 전달해야

'윤형건의 사꼬디'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사장님이 꼭 알아야 할 디자인"에 대해 한·중·일 디자인 전문가 윤형건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가 쓰는 체험적 스토리텔링 기사로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이번 주에는 일상의 불편함에서 디자인과 상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는 법에 대한 의견을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더피알타임스=윤형건] 아침 일찍 나는 카페로 간다. 오전 7시부터 문을 여는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구운 빵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앉아 책을 보기도 하고 노트북을 켜 글을 작성한다. 더없이 평온하고 자유로운 시간이다.

30~40분이 지나면 한두 명씩 손님이 들어온다. 커피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 소리로 카페 공간이 요란하게 울린다. 불륨은 크고 사운드는 거칠다. 소방훈련 때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 같다.

그 누구도 이 소리에 뭐라고 하는 법이 없다. 나 또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 소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소음과 익숙 모드’로 체인지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출처=이미지투데이

생존에 강한 뇌는 요란한 그라인더 소리를 들어도 ‘이건 어쩔 수 없으니 참으세요’라며 온몸에 신호를 보낸다. 몸도 마음도 저항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을 땐 포기한다.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소리를 줄일 순 없을까? 방음을 하면 되지 않을까?

 

디자인과 상품 개발의 관계성

디자인에 앞서, 상품 개발 시 중요한 것은 시장의 수요다. 사장님과 개발 담당자는 수요가 있냐 없냐에 관심 가진다. 엄청난 비용을 쓰면서 시장 조사도 한다.

그런데 간혹 익숙한 것은 익숙한 탓에 놓치고 만다. 매일 수도 없이 보고, 들으니 불편을 느끼면서도 ‘그냥 그런 모양이다’ 생각해 지나친다.

관점을 달리해보자. 첫 번째, 디자인과 상품 개발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번째, 외관 스타일만 디자인이 아니다. 소리, 향, 감촉 등 오감을 대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출처=이미지투데이

지금의 그라인더가 소음 100이라고 한다면, 방음 장치로 소음을 50으로 줄이면 어떨까? 커피를 내리면서 나는 소리를 누구나 듣는데, 그 소리가 소음이 아닌 적당한 소리가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는가.

현 시장에서 소음을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다면, 사장님은 소음을 잡는 커피 그라인더로 접근하라고 권하고 싶다. 외관상 큰 차이가 없고 가격도 비슷하다면, 이 방음 장치가 있는 그라인더가 매력은 월등히 높을 것이다.

디자인이든 상품 개발이든 ‘인간의 감성’이 중요하다.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전달돼야 한다.

꼭 외형만 디자인하는 건 아니다. 소리도 향도 디자인의 대상이다. 이래야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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