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브랜드가 되다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브랜드가 되다
  • 윤형건 (hkyoon60@naver.com)
  • 승인 2023.01.18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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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건의 사꼬디③]
‘목표 달성’의 상징된 일본 다루마 인형 스토리
비즈니스는 스토리와 디자인을 입고 난다

'윤형건의 사꼬디'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사장님이 꼭 알아야 할 디자인"에 대해 한·중·일 디자인 전문가 윤형건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가 쓰는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이번 주에는 일본의 다루마 인형에서 얻은 디자인과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더피알타임스=윤형건] 일본 전통 인형 다루마(だるま) 인형의 눈에는 눈동자가 없다. 하얀 눈자위만 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사자성어에는 용을 그린 후 눈동자를 찍었더니 실제 용이 되어 날아갔다는 배경설화가 있다. 피날레를 장식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눈동자가 있어야 비로소 용이 살아 움직인다. 눈동자 없는 용은 앞을 볼 수 없어 무력하다. 다루마 인형 역시 눈동자가 없으니 이상하고 무력하다. 그런데 이 인형은 눈동자가 없는 것에 의미가 있다.

다루마 인형의 눈은 사용자가 직접 그려 넣는다. 목표를 다짐하며 인형의 한 쪽 눈에만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 눈동자를 그려 넣을 때에는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주먹을 불끈 쥔 채 구호도 외친다.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일본인은 목표 달성의 의지를 다지며 눈동자가 없는 다루마 인형을 구입한다. 출처=뉴시스
일본인은 목표 달성 의지를 다지며 눈동자가 없는 다루마 인형을 구입한다. 출처=뉴시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어느새 목표를 잊더라도 외눈박이 다루마 인형의 눈을 보고 아차하며 정신 차리게 된다. 잠시 목표에서 멀어진 마음을 정비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선 상점을 오픈할 때, 개인이 어떤 목표를 다짐할 때, 회사나 조직이 신년을 맞거나 선거를 시작할 때 이 인형을 찾는다.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한 쪽 눈을 그린 다루마 인형을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는 곳에 놓는다.

가게에선 출입구에 놓아 직원은 물론 손님도 볼 수 있게 한다. 회사에선 사장의 사무실 혹은 로비에 세워둬 누구나 오가며 볼 수 있다. 목표를 잊지 않도록 눈에 쉽게 띄는 곳에 놓아두는 것이다. 목표를 이룬 후 나머지 눈동자를 그려 넣을 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을 느끼게 된다.

선거에서 승리한 의원이 다루마 인형에 눈동자를 채워 넣고 있다. 출처=야후 재팬
선거에 당선된 국회의원이 다루마 인형에 눈동자를 채워 넣고 있다. 출처=야후 재팬

불교 일화 중에 달마대사의 동굴 수행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9년 동안의 수행으로 손과 발이 퇴화해 몸만 남았다는 전설이다. 일본 사찰의 한 스님은 이 달마대사 스토리로 작심삼일하는 대중의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었다.

한국과 중국에도 달마대사 스토리가 전해졌는데 일본만이 이를 스토리화, 디자인화했다. 개념을 가시화하고 눈동자를 그려 넣는 의식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이 공유하는 문화가 되고 비즈니스로 발전했다.

역사는 스토리다. 스토리는 흥분과 눈물이다. 스토리는 정형화된 문자로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문자로 유지 보존은 되지만, 흥행에 성공하려면 대중성이 필요하다. 대중성을 획득하려면 대중의 취약한 부분을 터치하면 된다.

인간의 취약점 중 하나는 의지가 박약하다는 것이다. 이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 작심삼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속해서 목표를 세운다.

다루마 인형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시작을 의미화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동기를 주고, 완성하면 훈장과 기념물으로 남는다. 다루마 인형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으로 작용한다.

브랜드는 의미부여, 시간적 공유, 믿는 마음으로 형성된다. 의미를 부여한 채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는 다루마 인형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그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힘을 준다. 이렇게 디자인은 의미를 전달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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