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뉴스룸이라는 장르의 커뮤니케이션
기업 뉴스룸이라는 장르의 커뮤니케이션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3.01.20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룸의 진화는 기업 저널리즘인가?

더피알타임스=김영순 기자 

 기업의 뉴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집약적인 센터 기능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기업 뉴스룸. 홈페이지의 기본 메뉴 중 하나로 들어가는 ‘뉴스’ 카테고리보다 더 강화된 미디어 기능과 기업의 저널리즘까지 논의될 수 있는 것이 기업의 뉴스룸이다.

이런 기업 뉴스룸의 발전사를 살펴볼 때, 국내에서는 2015년 삼성전자가 기업 블로그를 확대 개편하여 기업 뉴스룸을 만든 것을 본격적인 뉴스룸의 시작으로 본다.

일찍이 기업 블로그를 개설, 소비자와의 온라인 소통을 위해 ‘삼성 투모로우’를 2010년에 시작했고, 이후 2015년 글로벌 뉴스룸과 한국 뉴스룸을 각각 오픈해 전 세계 고객 및 미디어와의 소통을 확대했다.

2019년에 뉴스룸 운영과 관련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중과 직접 소통해서 우리가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는 방향성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기업미디어 시대, 삼성 뉴스룸은 어떻게 진화해 왔나’) 이는 뉴스룸의 근저에 자리한 미디어 자체의 변치 않는 성격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기업 미디어 모델 도입 시 구축한 초창기 시스템인 소셜 미디어 뉴스 릴리스 시스템이 10여 년이 지난 그때도 운용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언론과 자사 소셜 미디어 채널에 주요 소식을 동시에 배포하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미디어적 성격이 더욱 강화되는 뉴스룸

뉴스룸과 관련한 삼성전자 기사가 나온 2019년은 마침 다수의 기업 뉴스룸이 출범한 유의미한 흐름을 보인 해였다.(관련 기사 : ‘기업 뉴스룸,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보편화된 기업 뉴스룸, 한계도 보인다’) 이 해에 두산그룹, 대한항공, 동원그룹, 코스콤, 카카오, 쿠팡 등 주요 기업 여러 곳에서 뉴스룸을 처음 선보였다. 3년여가 흐른 지금, 이 기업들 대부분은 그때 만들어진 뉴스룸을 여전히 운영하는 중이며, 몇몇 기업은 활성도가 낮으나 상당수는 적극적인 미디어 활동의 장이 됐다.

일단 출범한 뉴스룸에서는 단순히 기업 소식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게 아닌, 외부 뉴스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정리하고 반박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쿠팡 뉴스룸에서 프레스 코너의 하부 메뉴인 ‘알려드립니다’에 들어가면 “쿠팡이츠 매각설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JTBC 6월 27일자 보도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등의 문구와 함께 다양하고 적극적인 해명 기사들이 게재되어 있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카드 뉴스룸도 마찬가지이며, 이러한 면모는 뉴스룸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언론 매체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례일 것이다.

또한 뉴스룸의 운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부분이 있다. 계속해서 쌓이는 자료와 다양한 홍보 수단의 활용, 그리고 외부 뉴스에 대한 반박 기능까지 담당하면서 뉴스룸은 그 자체로 기업의 역사를 쌓아가는 장이 되고 아카이브 성격 또한 커져간다는 점이다. 데이터베이스 확보가 콘텐츠 생산의 기본인 만큼, 뉴스룸의 성실한 운용은 사실상 미래의 기업 콘텐츠 확보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구조화된 삼성전자와 직관적인 애플

애초에 뉴스룸은 보도자료 배포 이상의 미디어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시도들이 각 기업 뉴스룸의 고유한 성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금 시점에 그 각각의 개성적 면모를 자세히 살펴보자.

삼성전자 뉴스룸은 본격적인 뉴스룸의 시작을 연 만큼 사실상 지금까지 설명한 사례들을 뉴스룸에서 종합적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기업뉴스’, ‘제품뉴스’, ‘기획·연재’, ‘프레스센터’라는 대주제로 나뉜 메뉴들은 그 자체로 아카이브적인 구조적 단호함과 전통성이 엿보이는 구분이다. 제품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나 신기술 소개, 전문가와 임직원 기고 등의 콘텐츠를 제공, 기업 정보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 전달이라는 기본적 요소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각국 소비자들과 맞춤 소통을 하기 위해 운영 중인 ‘뉴스룸’은 전체 누적 방문자 수 2억 명을 돌파했다. 현재 52개 지역 40개 사이트로 확대한 만큼 세계화와 지역 특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애플 뉴스룸은 자사 제품 위주, 그리고 그러한 제품과 연동될 수 있는 일반 주제인 ‘Health’, ‘Music’, ‘TV&Home’ 등의 메뉴를 배치한 구성이 특징이다. 대주제-소주제로 구조화된 양상이 아닌, 즉각성과 직관성이 더 강조되는 이러한 구성은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애플 제품 소비자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는 설정으로 보인다.

LS전선 뉴스룸

LS전선이 전선업계 최초로 만든 온라인 소통 채널인 ‘LS전선 뉴스룸 : 뉴스프레소(NewsPresso)’은 언론,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려는 취지가 전해진다.

기업 PR과 제품 소개 등 일방적인 정보 전달 중심의 홈페이지와 달리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내용을 만들고, 제품 개발 및 수주의 비하인드 스토리, 산업계 동향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임직원 인터뷰와 영상 등으로 더 흥미롭게 전달한다.

특히 해저 케이블, 전기차 부품 등 신성장동력과 ESG 활동 등에 관한 각종 콘텐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국내외 자회사 뉴스와 직원들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사람’이 강조되는 멀티미디어 활용의 화두

쿠팡 뉴스룸은 가장 첫 번째 메뉴로 ‘쿠팡 사람들’을 배치한 게 특징이다. 이는 쿠팡과 관련하여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소식을 담은 뉴스로, 다른 기업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상생’ 메뉴로 들어가면 ‘소상공인과 함께’ 코너가 있고, 다음 대주제로는 ‘고객’이 있는 등 쿠팡 뉴스룸 구성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사람’ 키워드의 강조다. 이는 물류업 특성상 사람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는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신사의 뉴스룸 메뉴는 대외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 다양한 미디어에서 바라본 무신사를 소개하는 ‘언론 기사’와 ‘뉴미디어’ 영역으로 세분화했다. 주요 이슈에 대한 무신사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알려드립니다’와 무신사 로고 및 관련 이미지를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 영역도 마련했다.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디지털 룩북 제작 과정과 고객 서비스(CS) 지원 방식, 인플루언서 홍보·마케팅 지원 현황 등의 콘텐츠가 담겼다.

두산그룹 뉴스룸은 ‘뉴스’, ‘두산픽처스’, ‘인사이드’, ‘미디어 자료실’의 4개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가장 활발한 메뉴는 ‘뉴스’와 ‘두산픽처스’다. ‘뉴스’는 전통적인 보도자료 배포를 주로 담당하는 부분으로, 두산그룹이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에 대한 보도자료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과거에 비해 보도자료 배포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보도자료가 갖는 분명한 목적성 덕분에 뉴스룸의 기본적인 옵션인 경우가 많다. 특징적인 것은 ‘두산픽처스’다. 여기에서는 두산그룹과 관련된 다양한 영상 자료를 제작해 유튜브 채널과 연동하여 올리고 있다. 최근 뉴스룸의 한 경향으로 제기되는 멀티미디어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메이저든 마이너든 기자들은 뉴스룸에서 힌트를 찾고 기사를 출고하는 일들이 늘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자들 사이에서 당연한 ‘루틴’이라고 한다. 뉴스룸에 단순 보도자료만 올라가는 게 아닌 기업의 방향성과 밸류가 다른 콘텐츠 형태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플랫폼과 웹진 성격의 뉴스룸도 나와

SK텔레콤 뉴스룸 캡처

디지털과 멀티미디어 활용의 화두는 SNS 활용 등과 함께 고민되는 부분이다. 풀무원은 뉴스룸을 운영하면서 네이버 포스트, 티스토리 블로그 등도 함께 운용하는 SNS 시대다운 다채널 뉴스룸을 지향한다. 또한 유튜브 중심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도 제작하여 올리고 있다. 식품기업이라는 특징을 살려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는 자사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예능 매체들과 협업해 예능 속에 자사 홍보를 녹이는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카드 뉴스룸은 전통적인 보도자료 배포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프레스 릴리스 코너를 제외하면 ‘Our Story’와 ‘Trend Insight’가 특징이다. ‘Our Story’는 이름 그대로 현대카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Trend Insight’는 게임, 로봇, MZ세대, 레트로, 전시 등 트렌드에 관한 웹진 성격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외부 필진을 들여서 만드는 ‘Trend Insight’는 소비 활성화와 문화 인프라 부흥이 최대 이윤으로 돌아올 수 있는 카드회사라는 기업의 성격상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SK텔레콤 뉴스룸은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관계자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경영 정보와 이미지, 내부 구성원 인터뷰 등을 지원한다. 콘텐츠는 자유롭게 공유나 인용, 배포가 가능하며, 사용할 때는 ‘SK텔레콤 뉴스룸’으로 출처를 표기해야 한다. 언론과 디지털 사보의 중간 역할 정도로 보면 된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기자뿐만 아니라 주주와 고객, 애널리스트, 인플루언서 등이 와서 정보를 받아갈 수 있는 소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뉴스룸의 구성은 Δ뉴스(News), Δ인사이드(Inside), Δ랩(LAB), ΔESG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뉴스룸을 통해 파이낸셜 스토리와 ESG 등 회사 활동 및 비전을 새롭고 차별화된 방법으로 전파해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가 밝힌 바 있다.

오디언스와 진화하는 채널

살펴보면 과거에 기업 뉴스룸으로 소개된 사례 중 지금은 사라졌거나 비활성화된 곳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뉴스룸은 여전히 현역으로 제 역할을 하는 중이다. 이 현역 뉴스룸에선 기업마다 각각의 성격이 반영된 개성을 발견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기업 뉴스룸의 양상은 자사의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구조적인 면에서 점점 더 미디어적 성격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멀티미디어, SNS와의 효과적인 조우는 뉴스룸이 새로운 시대에 맞춰 기능적으로 진화해야 할 필요성과 더불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며, 위의 기업들 사례에서처럼 이미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런 한편 전통적인 보도자료의 존재와 효과적 활용 여부에 대한 문제의식도 뉴스룸과 관련되어 계속적으로 제기되는 논의다.

온갖 곳에서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저널리즘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한 시대에, 기업 뉴스룸이라는 상징적 존재는 기업 뉴스의 중심축으로 시대적 소명을 갖고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생명이 더욱 연장되려면 단순 보도성 정보의 일방적인 전달보다는 오디언스(audience · 커뮤니케이션 대상)타깃에 맞는 메시지를 구축해야 할것이다. 다양한 콘텐츠 장르와의 협업과 통합적 미디어 추구 등 보다 무게감있는 저널리즘의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