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Check] 성문법 보호에 들어서는 ‘퍼블리시티권’
[여론 Check] 성문법 보호에 들어서는 ‘퍼블리시티권’
  • 양승국 (thepr@the-pr.co.kr)
  • 승인 2023.0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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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표지영리권’ 용어 더 적절…어떤 사람 인격표지에 재산적 가치 있다면
성명·초상·음성 뿐만 아니라 그 밖의 어떤 것도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성대모사'로 검색하면 상위에 뜨는 콘텐츠들 캡쳐. 대형 방송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이후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코미디 전문 채널들이 많이 생겼는데, 유명인이나 드라마 캐릭터 성대모사는 인기를 끌기 좋은 소재로 각광받고있다.
유튜브에서 '성대모사'로 검색하면 상위에 뜨는 콘텐츠들 캡쳐. 대형 방송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이후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코미디 전문 채널들이 많이 생겼는데, 유명인이나 드라마 캐릭터 성대모사는 인기를 끌기 좋은 소재로 크리에이터들에게 각광받고있다.

[더피알타임스=양승국]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 신설을 위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 입법예고를 했다.

인격표지영리권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퍼블리시티권이라고 하면 알 것 같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법무부는 개정 민법에 ‘인격표지영리권’이라는 용어를 쓸 것이면서도, 보도자료를 내면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괄호 안에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를 썼다.

사실 퍼블리시티권이란 용어가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같은 유명인들의 재판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거나 계약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 등에 대해 이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언론이 주목했다. 그리고 언론이 소송 과정에 나오는 퍼블리시티권을 보도하면서 일반에게도 퍼블리시티권이란 용어가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법률가인 필자도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라는 용어가 귀에 쏙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법무부가 이번에 사용한 ‘인격표지영리권’이란 용어가 더 잘 들어온다. 이름이나 사진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표지(人格標識)인데, 그 인격표지는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산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격표지영리권’이란 용어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인격표지’와 ‘영리권’을 결합시키다

‘인격표지’라고 하면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를 영리권과 결합시키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유명인의 이름이나 사진을 허락 없이 자신의 영업에 이용하는 사람도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도용하는 것이고, 도용당한 유명인도 소송에서 이를 금전적 손해배상으로 청구하기에 인격표지에 대한 영리권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모호한 ‘퍼블리시티권’ 보다는 ‘인격표지영리권’이 더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그동안 이를 인용하는 판결도 있었지만 기각하는 판결도 있는 등 판례는 확립되지 않았다.

인용하는 판결의 논거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광고 계약 등을 통해 금전적 대가를 받고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을 사용하게 할 수 있는데, 이를 도용했다면 금전적 손해를 입은 것이니 배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기각하는 판결의 논거는 이것도 하나의 재산권인데, 우리나라 성문법이나 관습법에 이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 예고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그동안의 판례 혼선도 정리될 것이다. 법무부는 2023년 2월 6일까지 입법 예고를 한 후 2023년 상반기에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여나 야나 인격표지영리권 도입 그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가 없을 듯하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조항을 정하느라 문구 작성에 다툼이 있을지라도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는 지장이 없지 않을까?

얼굴, 이름, 목소리에 재산권 생긴다

인격표지영리권이 법에 도입되는 것은 민법 개정안이 처음은 아니다. 먼저 2021년 12월 7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일부개정이 있었다. 국회는 동 법률에 제2조 제1호 타목으로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신설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4조에 의해 그 행위의 금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고, 제5조에 의해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제6조에 의해 손해배상과 함께 영업상의 신용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부정경쟁행위 측면에서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기본법인 민법에 정식으로 인격표지영리권을 규정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번 민법 개정안 제3조의 3 제1항으로 ‘사람은 자신의 성명, 초상, 음성 그밖의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인격표지가 재산적 가치가 있다면 성명, 초상, 음성뿐만 아니라 그밖의 어떤 것도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 개그맨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유행어도 이 조항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독특한 제스처도 이 조항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으며, 그밖에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격표지라면 이번 민법 개정안에 의해 모두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배철수 성대모사로 이름을 알린 배칠수의 광고 출연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있어왔다.
배철수 성대모사로 이름을 알린 배칠수의 광고 출연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있어왔다.

요즘은 방송, 언론, 출판물 등 전통적인 매체 이외에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으로 일반인도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니 셀럽이니 하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많이 알려진 일반인도 당연히 자신의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침해받으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SNS, 비디오 플랫폼 등으로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유명해진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인격표지영리권을 기본법인 민법에 명문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인격표지영리권은 유명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그의 인격표지를 유료로 이용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므로 이러한 사람들의 인격표지영리권은 별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람들도 자신의 이름을 도용당했다면 성명권 침해로, 사진을 도용당했다면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나, 이는 재산적 측면보다는 정신적 손해 측면의 문제다.

상속은 되지만 30년 동안만 존속

법무부도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인격표지영리권을 기본법인 민법에 명문화했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앞으로 민법이 개정되면 이에 관한 소송이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이나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인격표지영리권 침해만을 찾아다니는 기획소송 등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법무부는 제3조의 3 제4항으로 ‘다른 사람의 인격표지 이용에 정당한 이익이 있는 사람은 인격표지영리권자의 허락 없이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당한 이익’이니 ‘합리적인 범위’니 하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실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이는 앞으로 판례가 축적되고 학자들의 연구로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는 등 방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인격표지영리권은 양도나 상속이 될 수 있을까?

법무부는 인격표지영리권이 인격권에서 파생된 특수성을 따져 제3자와의 관계에서는 제3조의 3 제2항에서 양도할 수 없다고 하고 있으나, 상속인과의 관계에서는 제5항으로 상속은 되지만 다만 30년 동안만 존속한다고 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에도 존속기간을 두고 있으니, 인격표지영리권에도 존속기간을 두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법무부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내놓은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통과되면, 우리나라도 누구나 본격적으로 자신의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인격표지영리권에 대한 우리나라의 학술 연구는 아직 초보적 연구 단계라 할 수 있었는데, 이번 민법 개정안이 계기가 되어 학계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판례도 계속 축적되어 아직은 추상적인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을 실제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정립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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