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매료 시킨 메타버스 '본디', 인기 원인은?
MZ 매료 시킨 메타버스 '본디', 인기 원인은?
  • 최소원 기자 (wish@the-pr.co.kr)
  • 승인 2023.02.14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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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미니미''미니룸' 향수 자극하는 꾸미기 놀이
카카오톡 대신 본디에서 "우리끼리만"…폐쇄적 돈독함
초기 인스타그램 '감성' 담되 現 화제성·피로도는 없어
출처=구글플레이스토어 '본디' 캡처
출처=구글플레이스토어 '본디' 캡처

더피알타임스=최소원 기자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카카오톡 채팅방을 타고 2030 사이에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어플이 있다. 작년 10월 싱가포르의 IT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선보인 메타버스 기반 SNS 어플, 본디(bondee)다. 

타 SNS를 통해 알음알음 번지다가 최근 들어 유저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3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앱 1위,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앱 1위를 기록하는 등 그 인기가 뜨겁다. 인기 원인은 익숙함과 폐쇄성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용자의 개성이 담긴 캐릭터와 방, 다양한 상태와 기분을 표현하는 동작, 실제 친구들과의 광고 없는 클린한 놀이터는 기존에 사용하던 싸이월드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을 합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서비스를 자신이 선택한 친구들하고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포인트다.

본디, 제2의 싸이월드?

2D로 구현됐던 싸이월드 미니미와 달리 본디는 피부색부터 이목구비, 헤어 및 패션 아이템을 커스텀할 수 있는 3차원 캐릭터를 제공한다. 성별을 고르는 단계 없이 머리와 패션아이템만으로 원하는 스타일을 구현한다.

사용자들은 본인의 외관과 똑닮은 캐릭터부터 개성을 표현한 캐릭터, 좋아하는 연예인을 따라한 캐릭터 등으로 옷입히기 놀이를 한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그러했듯, 곧 캐릭터를 활용한 역할놀이가 성행할 조짐도 보인다.

유저들이 싸이월드를 떠올리는 이유는 원룸 형태의 방꾸미기에 있다. 싸이월드 미니룸과 유사한 한 칸짜리 방('스페이스')은 바닥과 벽 색, 가구 등으로 커스텀할 수 있다.

포스터와 사진액자를 벽에 붙일 수 있는데 여기에 사용자의 휴대폰 앨범에 있는 이미지를 넣을 수 있어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기로는 싸이월드보다 한 수 위다. 일부 유저는 '개인전'이라 이름 붙이며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형태로 방을 꾸미기도 했다.

본디의 스페이스에서 포스트잇 형태의 메모로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다. 일부 유저 사이에서 '압류'라는 메모를 남기는 장난이 유행하기도 했다. 출처=최소원 기자

이 방은 개인 공간이지만 방문자도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메모' 기능을 활용해서다. 친구의 방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입력하면 포스트잇 형태의 오브제가 생긴다. 이 포스트잇은 가구 위에도 붙기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 '압류'라는 메모를 남기는 장난이 유행하기도 했다.

방에 흐르는 BGM도 설정할 수 있는데 국내·외 가수들의 음원을 서비스했던 싸이월드와 달리 세네 가지의 백색소음만 지원한다. 개성이나 취향을 표현하기에는 한정적이지만 '힐링' 어플 느낌을 주기엔 손색 없다.

싸이월드는 '파도타기'로도 유명했다. 친구 관계인 '일촌'의 일촌(혹은 그 이상)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행위를 말한다. 내 일촌과 일촌 관계를 맺은 사람을 볼 수 있고, 공개된 게시물을 읽고 댓글을 쓸 수 있었던 싸이월드와 달리 본디는 폐쇄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대 50명의 친구만 추가할 수 있고, 친구가 아닌 사람에겐 내 캐릭터나 방이 노출되지 않는다.

본디, 카카오톡 라이벌 될 수 있을까?

본디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메신저'로도 볼 수 있다. 가까운 친구들과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본디가 카카오톡을 대체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가 일어나면서 대체 메신저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디가 폐쇄형 SNS라는 점, 카카오톡에 카카오뷰, 선물하기 등 많은 부가 기능이 삽입되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카카오톡을 대신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사용용도에 따라 두 앱을 함께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톡은 핸드폰 주소록보다 많은 사람이 추가돼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친구 수 제한이 널널하다. 사내 메신저가 없을 경우 카카오톡으로 업무 협의를 하기도 하며, 오픈채팅을 통해 관심 분야가 같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채팅할 수도 있다. 또 각종 브랜드가 소식을 전하는 매개로 사용하기도 한다.

반면 본디는 앞서 말했듯 최대 50명의 친구만 추가할 수 있고, (플로팅의 우연한 만남을 제외하면) 그 외의 누군가와 대화할 수 없다.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를 표방하며 눈치보지 않고 솔직하게 소통하길 권유한다.

본디의 '스퀘어'에서는 친구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캐릭터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출처=최소원 기자 

친구의 상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본디는 광장형 메인 홈인 스퀘어에서 친구들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모르겠어요', '기뻐요', '파이팅해요' 등 기분을 표현하거나 '식사', '그림', '멍', '공부 중' 같이 행위를 표현할 수 있다. 각 행위에도 다양한 포즈를 설정할 수 있고(일부만 지원), 말풍선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을 수도 있다. 카카오톡의 상태메시지를 시각화한 캐릭터를 텍스트와 함께 볼 수 있는 형태다.

기분과 상태를 시각화한 표현은 카카오톡에도 있다. 채팅방의 '이모티콘'이다. 카카오톡이 다양한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모양의 이모티콘을 유료 서비스한다면, 본디는 그 갯수는 적지만 풍부한 표현을 무료로 제공한다.

본디의 채팅방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채팅창 옆의 이모티콘 표시를 눌러 '오케이', '와우', '반함', '엄지척' 등의 일회적 행동이나 '서기', '앉기', '사무실 의자', '돈더미' 등을 클릭해 '서기/앉기' 행동을 지정해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의 캐릭터가 행동을 바꾸는 형태다.

2명이 있는 채팅방에서는 '집콕', '캠핑', '댄스' 등의 상황 설정도 가능하다. 또, 채팅창 바로 위의 '뭐해?(What's Up?)' 아이콘을 누르거나 친구 캐릭터를 눌러 '콕 찌르기'로 친구를 호출할 수 있다는 점이 카카오톡과의 차이점이다.

본디, 인스타그램과도 닮았다고?

인스타그램은 SNS의 대표주자다. 따라서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하는 메신저 어플인 본디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다만, 닮았다고 하기엔 공통점이 적다.

본디와 인스타그램의 공통점이라면 피드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근 게시물들과 '좋아요' 기능이다.

광장형 메인 홈의 좌측 상단에 떠있는 포스팅 아이콘을 누르면 최근에 업로드된 친구들의 상태가 주르륵 뜬다. 친구의 캐릭터 이미지와 닉네임, 상태 표시 아래에 하트와 말풍선 아이콘이 있다. 하트를 눌러 쉽게 '좋아요'를 표시할 수 있고, 말풍선을 누르면 댓글창이 활성화된다.

인스타그램에선 다른 사람이 쓴 댓글을 볼 수 있지만, 본디에선 서로 친구인 경우가 아니면 댓글이 나타나지 않는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의 수도 표시되지 않는다. 친구가 아니면 노출되지 않고 최대 50명밖에 친구맺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수가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인플루언서 산업을 키운 수익형 SNS인 인스타그램과는 그 성질 자체가 다르게 느껴진다. 플랫폼에 업로드 되는 '사진'의 성격도 다르다.

인스타그램은 흔히 '인생의 하이라이트'로 비유되곤 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밝은 부분을 포착해 남기기 때문이다. 반면 본디의 사진은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자신의 현 상태를 구구절절 말로 풀어내는 대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좌)플로팅 화면 (우)'오토플로팅'으로 획득한 이벤트 이미지. 출처=최소원 기자

초기 인스타그램은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 자신의 감성을 담은 사진을 올리며 개성을 뽐내고 소통했지만, 현재는 유명인의 게시물이나 광고성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 본디는 인스타그램 초기의 '감성'은 담되 화제성이나 피로도, 과시욕은 버렸다.

본디에서 감성이 극대화되는 서비스는 '플로팅'이라고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바다를 떠다니는 콘셉트의 플로팅으로 바다 소리를 담은 음악과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짧은 메시지를 담은 '해류병'을 던져 무작위의 타인과 소통할 수 있고, 아주 가끔 다른 유저와 마주치기도 한다. 

플로팅을 종료할 때 바로 종료하거나 자동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데 오토플로팅을 실행하면 '플로팅 앨범'에 배멀미나 화산 폭발 등의 이벤트 상황이 기록된다. 또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이번 주 럭키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다.

본디 열풍, 계속될까?

본디의 인기가 계속될지, 아니면 반짝하고 사라질지 진단하는 사람도 많다. 대부분 금방 사그라들 인기라고 보고 있다.

본디 서비스는 아직 불안정하다. 구글플레이스토어 후기창을 보면 버그를 알리는 글이 대부분이다. 빠르게 버그를 잡아내야 유저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을 테다.

유저들은 버그 신고와 함께 개선사항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퀘어 배경 다양화, 가구와 패션 아이템의 색상 변경 기능 추가, 플로팅의 게임화 등 유저의 목소리를 듣고 서비스를 개선해 나간다면 유저의 호감도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본디의 '수익성'을 걱정하기도 한다. 전면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인기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남긴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나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유료로 패션 아이템이나 스퀘어 배경, BGM 등을 사용할 의사가 충분해 보인다. 이미 20년 전 싸이월드의 도토리를 구매해 사용했던 유저가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서비스되고 있지는 않지만 본디는 NFT(Non-Fungible Token)를 발행해 수익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NFT와 블록체인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출처=본디
출처=본디

본디의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이는 '폐쇄성'은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본디는 귀여운 캐릭터와 미니룸으로 타 SNS에 공유하기 좋았고, 친구 50명이라는 제한은 유행과 인지도에 민감한 유저들이 스스로 타 유저를 끌어들이도록 견인했다. 하지만 다수의 유저가 유입된 지금 50명 친구 제한을 해제해 달라거나 찐친(진짜 친구)이 아닌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생기고 있다.

폐쇄성이 지금까지의 성장을 견인했다면 앞으로는 오히려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친구들과의 특별한 메신저로, 유저가 유저를 끌어오며 성장한 본디는 무리 중 한 명이 이탈하면 붕괴되기 십상이다.

유입된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본디의 폭발적인 인기는 포모증후군(FOMO Syndrome/Fear Of Missing Out Syndrome)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으로 본디를 찍먹(찍어 먹다, 맛보기라는 의미)한 유저는 쉽게 발길을 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본디를 탈퇴하고 있는 유저들도 많다. 인터넷에 퍼진 개인정보 유출문제 등의 이슈 때문이다. 본디는 중국의 '젤리' IP를 기반으로 싱가포르 IT기업이 만들었다고 알려졌는데, 이 젤리가 개인정보 문제로 중국 시장에서 사장됐으며 중국 기업이 이미지 세탁과 규제 회피 목적으로 싱가포르 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유저들 사이에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이 조성됐다.

14일 본디는 인스타그램 피드 게시물을 통해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본디는 메타드림이 'True.ly'의 지적 재산권을 인수해 기본적인 요소만 유지한 채 재탄생한 어플로 한국, 미국, 일본 및 중국 직원의 글로벌 팀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True.ly의 개인 정보 유출 등은 허위 사실로 법적 대응을 준비했으나 유저의 사과 등을 이유로 중단했으며 데이터 센터 분산 배치, 글로벌 보안 서비스와 제휴맺는 등 유저의 개인 정보 보호에 힘쓰고 있다는 내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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