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으로 쓴 기사는 다 광고잖아요?”
“우호적으로 쓴 기사는 다 광고잖아요?”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3.03.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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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슈]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 ‘기사형 광고 인식 조사’ 충격적 결과 (1)

독자들, 기사 속 제품명·사진까지 광고 증거로 인식…언론 신뢰 바닥까지
실제 AD 등 표식으로 ‘기사형 광고’라 최종 판단한 경우 26.8% 불과해
좋은 제품 정직한 호평·PR대행사 참신한 기획보도자료까지 도매금 처리

더피알타임스 김경탁 기자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네이티브 광고, 기사체 광고, 협찬기사, 유가기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기사형 광고’는 언론사가 취재·편집 과정을 통해 내보내는 ‘기사’의 형식을 띄지만 실제로는 특정 기업이나 집단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게재하는 ‘광고’를 뜻한다.

인터넷 중심의 정보 소비 행태가 정착된 후 ‘기사형 광고’라는 용어는 ‘채식주의자’나 ‘친일파’처럼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단어가 됐다. 언론사가 건 단위로 수주·집행하는 개별적 협찬기사나 별도의 광고 섹션부터 기자 개인과 대행사가 연결돼 회사 몰래 만들어지는 것까지 형태와 방식이 다양하고, 광고주에 대해 우호적으로 쓴 기사를 포함할지 기준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이 2023년도 첫 번째 ‘미디어 이슈’(9권 1호)로 발간한 ‘기사형 광고에 대한 인식 조사’(이하 보고서)를 보면 그 애매함이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 보고서는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22년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는데, 설문 응답자의 70.6%는 기사를 읽으면서 자신이 본 내용이 기사인지 광고인지 헷갈린 적이 있다고, 86.9%는 기사(기사형 광고)를 읽으면서 또는 읽고 난 뒤 광고로 최종판단한 경험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기사를 읽은 후 광고로 최종판단’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들 중에 광고, AD, 협찬 등의 광고표식을 나중에 발견했다는 것을 이유로 선택한 비중은 26.8%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판단 이유는 ‘내용이 특정 제품이나 회사를 홍보하는 것 같아서’(77.2%)였고, ‘그림이나 사진이 회사/제품을 홍보하는 것 같아서’라는 이유가 과반(54.2%)을 넘겼으며 ‘내용에 회사 이름, 로고나 제품명이 표시되어있어서’도 44.5%나 됐다.

응답자 89%는 기사형 광고를 접한 경험이 있고, 이들 가운데 34%는 거의 매일, 40%는 2~3일에 한 번 접한다고 답했는데, 이 판단 근거에 따르면 이들이 접했다는 ‘기사형 광고’ 중에 실제 업계 용어에 부합하는 기사형 광고는 조사결과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정 제품이나 회사를 긍정적으로 서술하거나 회사 이름과 로고, 제품명과 제품 사진이 들어갔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기사가 돈을 받고 집행한 ‘광고’는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홍보대행사가 피칭하는 보도자료 중에는 클라이언트 회사 제품 뿐 아니라 경쟁업체 제품과 사진까지 함께 첨부해 업계 동향을 전하는 방식이 많고, 이런 자료를 참조·보강해 기사를 쓰는 기자와 매체들도 적지 않다. 설령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실었다고 해도 이들이 모두 광고비를 받는 것은 아니다.

또한 광고 수주와 무관하게 기사의 소재가 되는 대상 제품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리뷰를 진행한 결과로 긍정적 표현을 많이 사용한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고, 홍보대행사가 보도자료 기획을 잘 해서 업계 출입기자들의 기사 아이템으로 간택되는 숫자가 많을 수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언론재단 최진호 박사는 설문에서 용어 정의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기사형 광고에 대한 개념, 범주, 유형이 다르므로 예시를 보여주는 경우 응답이 편향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기사형식으로 작성된 광고’라고만 설문문항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해당 보고서 서문에서도 ‘기사형 광고에 대한 개념과 범주가 다소 모호해 응답자들이 질문과 사안에 따라 기사형 광고를 달리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여 결과의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강조했다.

연예인·유튜버 뒷광고로 문제의식 확산

언론계 현업에 종사중인 기자들 그리고 좋은 보도자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홍보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설문 응답자들의 이러한 인식이 상당히 억울하고 힘이 빠지게 하는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따지면 이러한 인식은 언론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언론사 입장에서 손쉽게 수익을 확대하는 도구로, 광고주 및 광고대행사들에게는 전통적 광고 형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용자의 거부감을 회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한 ‘기사형 광고’ 집행에 있어 경계선을 제대로 긋지 않는 바람에 독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서 ‘기사형 광고’로 검색할 때 나오는 가장 오래된 뉴스는 연합뉴스의 1995년 2월 보도 ‘상품정보형·기사형 광고, 소비자 현혹’이다. 공교롭게도 연합뉴스는 2021년 기사형 광고 포탈 송출 때문에 ‘32일 노출 중단’이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기사형 광고’라는 키워드를 대중에 널리 각인시킨 매체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의 네이티브 광고(기사형 광고) 사례. NYT는 기사형 광고를 기사로 오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작성 혹은 게시 일시를 전혀 기재하지 않고 작성자 이름(바이라인)도 표기하지 않으며, 해당 기사형 광고의 상단에 ‘PAID POST’라는 표기가 항상 떠있게 한다.
뉴욕타임스(NYT)의 네이티브 광고(기사형 광고) 사례. NYT는 기사형 광고를 기사로 오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작성 혹은 게시 일시를 전혀 기재하지 않고 작성자 이름(바이라인)도 표기하지 않으며, 해당 기사형 광고의 상단에 ‘PAID POST’라는 표기가 항상 떠있게 한다.

언론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자 관행이 되어가고 있던 광고성 기사 송출에 대한 포탈의 제재와 감시가 강화된 배경에서 뉴스 소비자들 사이에 ‘뒷광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공감대를 이루게 됐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화장품 판매사 4개(LOK, LVMH코스메틱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소형가전제품 판매사 1개(다이슨코리아), 다이어트보조제 판매사 2개(티지알앤, 에이플네이처) 등 7개 사업자의 인플루언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부당광고를 적발하고 총 2억69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대가 지급 사실이 표시되지 않은 게시물은 4177건, 지급된 대가는 11얼 50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듬해 7월, 모 연예인이 개인 유튜브에서 광고 표기를 하지 않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광고 아님”(내돈내산)이라고 거짓말하는 행태가 ‘뒷광고’라는 키워드와 함께 디스패치에 의해 보도된다.

이후 유사한 수용자(독자·시청자) 기만 사례 폭로가 여러 유튜버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이어졌는데, 이러한 폭로의 물결은 위장 광고 실태에 있어 방송국과 일간지를 포함한 대형 언론사들도 다를 바 없다는 지적으로까지 확산됐다.

구분편집 위반 과태료, 2009년에 폐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은 제6조(독자의 권리보호) 3항에서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 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을 위반했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를 규정하는 법조항은 2009년 종합편성채널(종편) 허용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 등 여러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이 무더기 날치기 통과되고 1주일 뒤인 그해 7월 31일 신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폐지됐다.

3월 21일 노출되는 기사형 광고 ‘무제한 자유’가 만든 수렁…언론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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