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AI…미국 테크 투자 흐름, 그랜드 크로스
메타버스→AI…미국 테크 투자 흐름, 그랜드 크로스
  • 한정훈 (existen75@gmail.com)
  • 승인 2023.04.1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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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훈의 어차피 미디어, 그래도 미디어]
메타버스 언급한 미국 실적 발표 어닝콜 기업, 234개→63개
‘메타버스 전도사’였던 메타도 기업의 미래 AI로 전환 선언

[더피알타임스=한정훈] 전 세계 테크 투자자들의 핵심 키워드가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눈은 메타버스(Metaverse)에서 인공지능, 생성형 AI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1년 전인 2022년만 해도 메타버스가 투자 1순위였지만 이제는 AI로 키워드가 바뀌었다.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2023년 3월 16일 기준)는 1년 전에 비해 4분의 1로 줄었다. 대신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메타버스를 넘어 투자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생성형 AI로 투자 이동]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솔루션인 알파센스(Alphasense)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미국 실적 발표 어닝콜 중 63개 기업이 메타버스를 언급했다. 2022년 1분기의 경우 메타버스를 언급한 기업은 총 234개였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메타버스와 관련한 투자 금액도 감소하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2022년 초부터 3월 16일까지 메타버스, 웹 3.0 관련 기업들은 20억 달러 가까이 투자받았다. 반면 올해(2023년) 1월부터 3월 16일까지 메타버스와 웹 3.0 업체는 5억 8670만 달러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생성형 AI 등 AI에 대한 투자는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2022년 초부터 3월 16일까지 AI 기업 투자는 6억 1280만 달러였지만, 2023년 같은 기간에는 23억 달러로 급증했다. AI와 메타버스의 투자 금액이 역전되는 이른바 ‘골든 크로스’ 현상도 나타났다.

2023년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축제 SXSW(South by Southwest)에서도 AI는 그야말로 미래였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콘텐츠가 만나는 지점에 대해 논의하고 콘텐츠의 혁신을 보여주는 이 행사의 경우 2022년만 해도 메타버스와 NFT, 웹3.0이 최고 화두였다. 콘텐츠가 테크놀로지를 만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길이 메타버스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 세미나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행사장 오스틴컨벤션센터는 AI 열기로 뜨거웠다. AI 전시뿐 아니라 AI 뷰티, AI 저널리즘, AI 기후테크, AI 미디어, AI 헬스케어 등 모든 컨퍼런스 세션에서 AI가 빠지지 않았다.

메타버스 컨퍼런스를 주제로 하는 세션은 한 개뿐이었고 AI라는 이름을 단 컨퍼런스는 20개가 넘었다.

[디지털 돈 먹는 하마 메타버스에서 떠나다]

기업의 미래를 메타버스에서 AI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소셜미디어 그룹 메타(Meta)다. 알다시피 메타는 메타버스의 가장 큰 전도사였다. 심지어 2021년에는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까지 변경했다.

하지만 메타는 메타버스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퀘스트 프로 등 VR 헤드셋과 호라이즌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출시하는 메타의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 부문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37억 달러, 102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2023년 메타는 시가총액의 70% 이상을 공중에 헌납해 S&P500기업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회사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23년 메타는 S&P500기업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회사 중 하나로 선정됐다
S&P500기업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회사들. 메타는 7번째 자리에 위치해있다.

글로벌 1위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도 이 정도 손실을 연속으로 본다면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메타는 2023년 3월 14일 1만 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말 1만 명을 줄인 후 연이은 충격타였다.

감원 발표와 함께 저커버그는 AI로의 방향 선회를 지시했다. 메타는 회사 블로그에서 AI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밝히며 메타버스를 회사 전략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메타버스보다 AI에 더 무게를 뒀다. 저커버그는 “단일 사업 기준 가장 많은 투자를 해서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우리의 모든 상품에 AI를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AI에 대해 언급한 포스팅들
저커버그가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AI에 대해 언급한 포스팅들

“우리는 이전에 보지 못한 규모로 AI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며 이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라고 설명한 그는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형성하는 우리의 선도적 연구는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정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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