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의 미래, 리테일 테크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 리테일 테크
  • 이주희 (joohee@kpr.co.kr)
  • 승인 2023.04.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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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보는 트렌드 ⑪]
쇠퇴하는 오프라인 매장에 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비용 절감까지
투자 비용 큰 ‘스마트 매장’은 아직 실용성보다 쇼룸 가까운 역할

[더피알타임스=이주희]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정보통신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미래형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이나 마트 등 소매점에 AR(증강현실), RFID(무선인식 기술), AI(인공지능) 등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것을 리테일 테크(Retail+Technology)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키오스크, 드론 배달, 무인 편의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 리테일 테크가 물류 입고 및 출하와 같이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적용되었다면, 최근에는 고객 안내, 결제 등 소비자와 상호작용이 필요한 부분까지 유통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무인 편의점 진열대에 부착된 전자가격 표시기는 행사로 가격이 변동될 때마다 매달 가격표를 교환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고, 식자재 관리 플랫폼은 식자재 구매 명세서를 촬영해 업로드하는 것만으로도 거래 현황을 분석하고 식자재비 관리를 대신한다.

온라인 유통 시장의 발달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은 코로나19 전부터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미국 온라인 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2018년 세계 최초의 완전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선보여 오프라인 매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소비자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컴퓨터비전 등 첨단 기술이 활용된 매장에서 쇼핑하고 상품을 고른 뒤 별도의 결제 없이 출구로 나가기만하면 연결된 신용카드로 비용이 자동 청구된다.

이후 중국의 ‘X무인슈퍼’, 일본 ‘Touch To Go’ 등 각국에서 제2의 아마존 고가 속속 등장했다. 2020년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19는 리테일 테크의 고도화를 가속화했고, 국내에서도 키오스크라는 단순 주문·결제 시스템을 넘어서기 위한 연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업계는 쇠퇴하는 오프라인 매장에 리테일 테크를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까지 노리며 코로나19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삼았다.

2022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동묘역점에서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주문법을 배우고 있다. 이번 교육은 서울시와 대한어머니회가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했다. 뉴시스
2022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동묘역점에서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주문법을 배우고 있다. 이번 교육은 서울시와 대한어머니회가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했다. 뉴시스

무인 매장과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

키오스크, 무인 계산대 등을 도입하던 초기의 무인 매장은 코로나19와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로 불과 3년 만에 크게 성장했다. 무인 매장과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코로나19 이후 언급량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세 배 이상 증가했으며, 언급 업종도 훨씬 다양하게 나타났다.

2019년의 언급량은 2만 건이 채 되지 않는 반면 2022년 언급량은 5만7000건이 넘으며, 서비스나 의료 등 새로운 업종도 등장함으로써 무인 시스템이 적용되는 분야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테일 테크를 접목한 무인 매장의 유형을 세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기존 매장에서 계산, 서빙, 배달 등 서비스 일부분만 돕는 ‘부분 무인화 매장’, 두 번째는 매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 매장’, 세 번째는 직원의 근무 여부와 상관없이 인공지능 같은 첨단 ICT 기술로 무장해 입장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미래형 점포 ‘스마트 매장’이다.

무인 매장의 첫 번째 유형은 부분 무인화 매장이다. 부분 무인화 매장은 직원이 해야 할 노동의 영역을 기계가 일부 대신한다.

가장 보편적 예시로 키오스크를 들 수 있다. 키오스크는 이미 많은 산업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고, 외식산업에서는 고객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과 결제를 진행하면 종업원이 이를 확인하여 상품을 준비한다. 이외에도 유통산업의 셀프 계산대, 셀프 매표대 등이 있다.

배민은 2018년부터 ‘딜리’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배민은 2018년부터 ‘딜리’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배달 로봇 서비스

키오스크가 비교적 이전부터 적용된 리테일 테크라면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다양한 부분에서 무인화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로봇 기술의 발달은 서빙, 배달 등의 영역을 대체하기도 한다.

대형 식당, 카페 등에서는 종업원 대신 음식을 배달하는 서빙 로봇이 일손을 보태고 있다. 초기에는 매장 내부에서만 운용되었지만 최근에는 배터리와 기능 등이 발전하여 규모가 큰 사업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은 코엑스, 인천국제공항 등에서 음료나 간단한 식사 등을 서빙하는 로봇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해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도 기술 검증에 나섰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 로봇 서비스의 전면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술 적용이 필요하겠지만, 시범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달 로봇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술한 무인 서비스 사례들이 직원을 보조하는 무인 서비스였다면, 계산과 서비스 전반의 과정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도 있다.

무인 매장은 대부분 24시간 운영되어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언제나 구할 수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무인 카페, 무인 밀키트 매장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무인 매장의 직원은 물류 보충 및 비치 등의 역할만 수행한다.

무인 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속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인건비 없이 키오스크와 CCTV 등 최소한의 투자 비용만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무인 매장의 특성이 투자자 및 예비 창업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무인 매장에 대한 주요 연관어를 확인한 결과, ‘창업’, ‘비용’, ‘매출’, ‘인건비’ 등의 언급량이 코로나19 초반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무인 스마트 매장도 확대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투자 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무인 매장의 상품성을 감지하고 기존 매장을 무인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무인 매장 ‘배스킨라빈스 플로우’를 2호점까지 확대했다.

기존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직원이 직접 아이스크림을 담아줬던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이미 포장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소비 트렌드에 맞춘 결과인 셈이다.

달콤커피는 로봇 바리스타 ‘비트’(b:eat)를 만들어 무인 카페 ‘비트박스’를 운영한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이나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면,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어주는 형태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비트는 기업 카페테리아를 중심으로 공항, 대학교, 영화관, 리조트, 아파트 등 특수상권에 도입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히트맵을 통한 객수 파악, 이물질 및 노숙자 감지 등 매장 관리 및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매장을 시범 운영 중에 있다.

리테일 테크의 발전과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서비스 영역에서의 무인화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최근 확대 중인 드론 배달, 로봇 서빙, 키오스크 등은 인간이 제공해오던 서비스를 로봇이나 기계가 대신한다.

앞서 언급한 서비스들이 인간의 도움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매장에 적용되었다면, 최근에는 모든 과정에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무인 스마트 매장도 확대되고 있다.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영업 직원이 퇴근한 야간 시간대에 무인 매장으로 운영된다. QR코드를 인식해 매장에 입장하면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달이’(DAL-e)가 고객을 응대한다.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

‘달이’는 ‘그랜저’를 찾는 고객을 그랜저 전시차로 안내하고, 차량 가격이나 특징 등을 상세히 설명해준 다음 판매 직원과 상담 예약을 잡아주기도 한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좌석을 접어 누워보거나, 트렁크에 유모차를 넣어보는 등 구매하기 전에 자유롭게 자동차를 체험해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고객은 선택 옵션들을 조합해 제품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3D 컨피규레이터’를 통해 차량의 내·외장뿐 아니라 도어 및 트렁크 개폐, 방향지시등 작동 모습 등을 실내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3D 이미지로 경험할 수 있다.

국내에서 무인 매장을 가장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2022년 6월 말 기준 국내 주요 편의점 4사(세븐일레븐·CU·이마트24·GS25)의 무인 매장 점포는 2783개로 집계됐다. 2019년만 해도 200곳 정도였던 무인 편의점이 3년도 되지 않아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최첨단 ICT를 접목한 ‘스마트 매장’은 국내 7곳에 불과하다. 스마트 매장은 직원의 손길이 필요 없는 완전 무인 매장과 직원이 부분적으로 상주하여 유·무인 시스템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나뉜다.

아직은 무인 매장에 대한 인식이나 기술 상용화의 문제로 완전 무인 매장보다는 대부분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직원이 매장을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라고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결제 및 안내 등 고객 서비스에 관여하지는 않으며, 셀프 결제 시스템이나 키오스크만 갖춘 일반적인 무인 매장과는 기술력의 차원이 다르다.

무인 매장의 확대는 분명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안겨줄 것이다. 다만 한국의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무인 매장의 미래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기업에서는 노령 인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나 주문 방식의 간편화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키오스크는 '유리장벽' 2022년 7월 11일,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가 서울 중구의 한 햄버거점에서 '키오스크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들은 키오스크 등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뉴시스
키오스크는 '유리장벽' 2022년 7월 11일,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가 서울 중구의 한 햄버거점에서 '키오스크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들은 키오스크 등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뉴시스

한편 리테일 테크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데 드는 높은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이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다.

CCTV, 키오스크 등 비교적 초보 단계의 리테일 테크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무인 아이스크림, 무인 세탁소 등의 무인 매장은 투자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는 점에서 많은 사업자들에게 선택받고 있지만, 투자 비용이 큰 스마트 매장은 아직 실용성보다는 쇼룸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향후에는 스마트 매장이 기업의 기술 활용도를 보여주는 쇼룸에서 소비자가 리테일 테크의 발전을 직접 체감하고 수익성도 증가할 수 있는 실용적인 매장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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