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홍보PR 분야 관행적 업무 중 상당 부분 존재가치 상실 전망
미첼 스티븐스 “육하원칙의 5W를 분석·해석의 5I로 업그레이드해야”

더피알=김익현 | 19세기 프랑스 화가 장 루이 에르네스트 메소니에는 현실의 생동감을 그대로 담아낸 그림으로 유명했다. 특히 움직이는 말의 근육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당대 최고였다.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외젠 들라크루아는 이런 재능을 부러워하면서 “메소니에는 우리 중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기가 보급되면서 둘의 운명이 바뀐다. 사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메소니에의 능력은 상당부분 사진기가 대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재해석했던 들라크르와는 인상파라는 새로운 미술 사조를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프랑스 혁명을 잘 묘사한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널리 기억되고 있다.

미첼 스티븐스의 『비욘드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챗GPT 열풍을 접하면서 ‘비욘드 뉴스’와 메소니에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 사진기가 메소니에의 장점을 무력화시킨 것처럼, 챗GPT도 기자들에게 비슷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 때문이다.

그렇다고 챗GPT가 지금 당장 기자를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하는 업무 중 상당 부분을 대신할 가능성은 많다.

이를테면 방대한 자료를 읽고 요약하는 능력은 챗GPT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기업 실적이나 각종 경제 지표를 토대로 보도 자료나 기사로 만드는 일도 사람보다 더 빨리 해낼 것이다. 글도 그럴듯하게 잘 쓴다.
챗GPT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단순 사실보도’나 ‘깊이 없는 분석기사’로는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다. 취재원의 이야기를 확인 없이 그대로 옮기는 ‘따옴표 저널리즘’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반면 분석과 해석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본연의 역할 더 충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대해 스티븐스는 ‘지혜의 저널리즘’이라는 답을 내놨다. 언론은 현명하고(Intelligent), 확실하게 이해를 하고(Informed), 해석적이며(Interpretive), 통찰력(Insight) 있는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우쳐주는(Illuminating) 기사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하원칙에 충실한 5W를 분석과 해석에 초점을 맞춘 5I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티븐스가 챗GPT 때문에 ‘지혜의 저널리즘’을 강조한 건 아니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시대 기자의 미래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챗GPT가 이런 상황을 더 강화시킬 가능성이 많은 만큼, 스티븐스의 해답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언론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지만, 홍보나 PR 분야도 다르지 않다. 언론 못지않게 챗GPT 시대에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관행적으로 해 왔던 업무 중 상당 부분은 존재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다. 내가 챗GPT에 메소니에의 몰락을 떠올리게 되는 건 그런 사정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