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키즈테크
알파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키즈테크
  • 이주희 (joohee@kpr.co.kr)
  • 승인 2023.05.22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빅데이터로 보는 트렌드 ⑫]

생활·성장발달·돌봄 등으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
아이 관련 모든 서비스 모은 ‘키즈 슈퍼 앱’ 등장도 기대해볼 만

더피알=이주희 | 20대를 결혼 적령기로 여겼던 시대가 지났다.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대 여성 초혼 건수가 20대 여성을 초월하기도 했다. 청년층의 결혼관 변화에 따라 결혼이 선택으로 여겨지고 여성의 초혼 연령이 상승하면서 출생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동 자녀를 둔 가정보다 2인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 형태가 보편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한 아이만 양육하는 가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출산 억제를 독려했던 1960~80년대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는 풍조가 2020년대에 들어 만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출생률은 낮지만 아이를 귀하게 키워 ‘골드 키즈’(Gold Kids)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양육하는 자녀 수는 줄었지만 역설적이게도 키즈 관련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부모, 양가 조부모, 고모, 삼촌, 이모 등 혈연에 부모의 지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에잇(8) 포켓’은 ‘텐(10) 포켓’으로 확대되며 ‘텐 포켓’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새로운 키즈 소비 주체로 떠오른 부모 지인의 영향력이다.

‘텐 포켓 소비 주체’에 관한 빅데이터 조사 결과 유아용품 관련 연관어로 ‘친구’가 16만2368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미혼 인구, 초혼 연령 상승 등 사회적 배경에 따라 지인의 아이에게 소비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삼촌, 이모 등 많은 가족들이 한 아이에게 집중하면서 육아 시장은 2020년 4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 키즈테크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1년 미국 키즈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앞선 4년 동안의 투자 규모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치이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키즈테크 스타트업도 있다.

‘아이’(Kids)와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키즈테크란 밀레니얼 세대 부모와 알파 세대 아이들을 주 타깃층으로 하는 새로운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을 가리킨다.

키즈테크의 주 소비층인 알파 세대는 보통 201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의미한다. 21세기 출생자들로 구성된 이들 세대는 태어나기 전의 초음파 사진과 영상이 존재하고, 수유와 수면 기록이 디지털로 남아 있는 ‘디지털 온리’(Only) 세대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하며 가상현실을 접하는 등 기술의 진보와 활용에 매우 익숙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잡지 ‘어린이 과학동아’의 김정 편집장은 알파 세대가 각 가정에서 한 명 내지 두 명의 귀한 자녀로 자라기 때문에 식사 메뉴부터 여행지 선정, 리모컨 주도권까지 크고 작은 가정일에 실질적 의사 결정권자인 경우가 많고, 권위에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프라인은 물론 SNS, 유튜브, 포털사이트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댓글을 남기는 데도 익숙하다.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이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하이테크 서비스를 살펴보기에 앞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육아 시장의 각 분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를 알아보았다.

2022년 육아 시장 관련 언급량은 총 10만 7788건이었으며, 크게 ‘생활용품’, ‘성장발달’, ‘돌봄케어’ 총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각 카테고리별 언급량은 ‘생활용품’ 카테고리가 58.3%로 가장 높았고, 교육·놀이 등 ‘성장발달’에 대한 관심이 23.1%, 보육·의료 등 ‘돌봄케어’가 18.6%를 차지했다.

먼저 일상과 가장 밀접한 ‘생활용품’ 카테고리는 육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아이의 성장 과정에 필요한 유아용품(기저귀, 카시트, 유아차 등)이 65%로 높은 언급량을 나타냈고, 식품(이유식, 분유 등)이 35%로 나타났다.

유아용품에 대한 연관어 분석을 통해 알아본 유아용품 구매 시 고려 요인은 1위 ‘추천’, 2위 ‘출산’과 같은 특정 시기, 3위 ‘안전’으로 나타났으며, 이외에도 ‘브랜드’, ‘가격’, ‘디자인’ 등이 10위권 내에 등장했다.

특히 ‘안전’, ‘안심’, ‘성분’ 키워드가 모두 10위권 내에 도출됨으로써 유아용품 소비자들은 아이가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성 여부에 민감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29위인 ‘친환경’ 키워드를 통해 제품 구매 시 환경에 대한 요소를 고려하는 MZ세대의 가치소비 성향도 드러났다.

유아의 성장발달을 위해서는 교육과 놀이가 적절히 이루어져야 함을 증명하듯 교육 및 놀이 콘텐츠는 막강한 정보기술력과 접목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약 2만 5000건의 ‘성장발달’ 관련 언급량 중 놀이와 교육의 비중이 각각 67%, 33%로, 키즈테크에서는 교육보다 놀이에 대한 관심도가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키즈 액티비티 플랫폼 ‘애기야가자’는 2020년 애플리케이션으로 본격 서비스에 돌입했다. 2022년 누적회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112%, 거래액은 523% 증가, 장소 확인 수는 1600만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 관련 키즈테크 분야는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 클래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의 ‘클래스101 키즈’에는 요리나 마술과 같은 일상적인 취미부터 부동산, 경제까지 100개 이상의 다양한 키즈 클래스가 등록되어 있고(2022년 4월 기준), 거래액도 직전 해와 비교해 20배 가량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키즈테크 시장 영역 중 ‘돌봄케어’ 카테고리는 18.6%로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코로나19, 맞벌이 가구 증가와 같은 사회 환경 변화로 인해 일상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점차 점유율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발생은 자녀 건강에 대한 부모의 염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이후 영유아의 건강과 관련된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의 경우 더욱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산후조리원 플랫폼 ‘아이앤나’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분석해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술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로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의료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이외에 영유아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 플랫폼도 있다. ‘국내 최초 영유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표방하는 ‘닥터아이’는 영유아의 건강 및 발달과 관련된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닥터아이’는 당장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거나, 병원을 방문할 수 없는 경우를 위해 원격 의료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닥터아이’에서는 아이의 행동발달, 신체발달 등의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기록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기적인 기록을 통해 아이의 성장 정도를 파악하고, 성장 연령에 따른 평균적인 성장 기록을 참고해 부모가 아이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아이의 성장 정도에 맞는 상품 추천 서비스를 확장하는 등 성장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를 부족함 없이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종일 육아에만 집중할 수 없는 만큼, 부모들은 온라인상의 이웃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육아 서비스를 활용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온라인 공동육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써나가고 있다.

한 가지 영역에 집중하여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한 번의 클릭만으로 다양한 욕구를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보육교사 매칭 서비스 ‘자란다’는 ‘국내 최초, 유일의 통합 교육 플랫폼’을 표방하며 아이 돌봄과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한다.

육아 고충을 겪은 워킹맘 장서정 대표가 육아를 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낀 서비스를 직접 기획했다. ‘자란다’는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과한 대학생 선생님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용돈벌이가 필요한 대학생들 사이에서 시·공간적 제약이 덜한 아르바이트로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도 내 아이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육아용품 판매 업체가 커뮤니티 기능을 동반하고 교육 콘텐츠 업체가 아동의 심리발달을 검진하는 헬스케어 영역까지 확장한 것처럼, 향후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 블러 현상이 심화되면서 복합적인 기능을 아우르는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키즈테크는 아이의 생활, 성장발달, 돌봄 등으로 시작되었지만 아이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으며, 이를 고려한다면 아이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한곳에 모은 ‘키즈 슈퍼 앱’의 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

신생아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에도 오히려 한 아이를 향해 소비 여력이 집중되고, IT 기술을 앞세운 키즈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키즈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출생률 감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키즈 시장의 밝은 전망은 결코 장기적일 수 없다.

또 아이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도 출산을 주저하는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경험이 부족해 행동이 미숙한 아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노 키즈존과 예스 키즈존을 따로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생겼다.

아이를 향한 혐오적 시선을 개인의 취향으로 치부하기엔 아이는 엄연히 어른들의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다.

육아에 필요한 서비스들이 고도화·다양화됨에 따라 부모의 양육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는 것은 출생률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지만, 출생률을 걱정하기에 앞서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배려하는 개별적인 노력이 모여 키즈테크의 성장 동력인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지역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