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3.0시대 , 도시는 어떻게 브랜딩하는가?
브랜드 3.0시대 , 도시는 어떻게 브랜딩하는가?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3.05.15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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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도시브랜드의 생명력은 시민 참여에 달려 있다”

도시브랜드의 한계는 무엇이고 왜 진화가 아닌 단절과 리브랜드 런칭만 이어지는가. 늘 끊이지 않는 도시브랜드 논란, 해법은 없을지 짚어봤다.

① 도시, 브랜드가 있어도 브랜딩이 없다
② 부산이라서 좋다?
③ 부산이 엑스포 하기 좋다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더피알=김영순 기자  |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장소브랜딩 소통 체계로 홍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애경산업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했으며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 브랜드전략팀장을 역임한 현장 전문가 출신이다.

애경산업은 2009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디자인경영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인천시는 2019년~2020년에는 2년 연속으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드에서 도시브랜드 홍보영상으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그녀는 2022년에는 국립익산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MI(Museum Identity)로 iF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 IDEA 어워드에서 은상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하는 여전한 상복을 자랑했다. 그래서 부산과 서울에서 새로운 도시브랜드를 추진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재, 브랜드와 브랜딩의 함수 관계에 대하여 이미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전문가의 관점을 들어 봤다.

그녀는 우선 브랜드의 발전 양상을 크게 3단계로 나눴다.

“과거에는 탑다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만들었죠. 그것도 사실 지금과 같은 브랜드 개념이라기보다는 브랜드명을 만들었죠. 이걸 1.0시대라고 한다면 2.0시대의 브랜드는 선택받기 위해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쌀 브랜드가 단 하나만 있다면 브랜드가 뭐든 상관없는데, 이제는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있게 됐죠.
친환경 등을 따지는 가치 소비 등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진 삶의 가치와 부합하는 소비를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가치를 소비하게 되면서부터 브랜드가 중요해졌죠. 과거처럼 탑다운으로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홍보하고 뿌리는 관점이 아니라 기업 철학까지 녹여서 만들게 된 것을 2.0시대로 나눌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 만드는 과정을 전문가뿐만 아니라 소속원들과 함께, 시민과 함께, 외부 소비자와 함께 만드는 참여형을 3.0시대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시기적으로 정확하게 끊기는 애매하지만 탑다운·고정형·브랜드명 중심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참여형·과정형·브랜드 가치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도시브랜드의 고질적 문제점

최근 부산과 서울에서 새로운 도시브랜드를 발표하면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도시브랜드가 발표될 때마다 반복된다.

박 교수는 도시브랜드에 대한 비판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시브랜드 슬로건.

브랜드의 형성 과정을 보면, 브랜드 정체성은 내부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외부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일치시키기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

그녀는 이러한 과정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밝혔고 그것이야말로 브랜딩이라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도시브랜드가 완성되려면 도시가 사라지기 전까지 브랜딩 과정을 통해 지향 가치에 근접해지고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도시브랜딩이 제대로 되는 곳이 있다고 보긴 어려워요. 사실 도시는 굉장히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섞여 있으므로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도시민은 삶의 질과 자긍심, 투자자는 투자에 의한 수익, 그리고 관광객에게나 공무원에게는 또 다른 목적들이 있죠. 그런데다 브랜딩 자체가 과정형이고 그런 과정들이 연속해서 가야지 일관된 브랜드가 형성되는데, 4, 5년마다 바뀌면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부산시 슬로건에 대한 의문과 기대

박 교수는 요즘 한창 화제가 된 부산시 슬로건 ‘Busan Is Good’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부산이 ‘다이나믹 부산(Dynamic Busan)’을 20년 정도 썼어요. 그리고 시민들도 긍정적이었던 걸로 보여요. 이번에 슬로건 만들고 디자인 개발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공론화 과정을 다 거쳤다고 얘기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부산이라서 좋다’라는 표현이 도시 경쟁력에 도움이 될까요? 의문이긴 해요.”

부산의 새 슬로건에 대한 그녀의 의문점은 강렬한 차별성 확보라는 기준에서 나오고 있었다. 앞서 그녀는 지금의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시브랜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과거 도시에서는 사람들의 이동이 쉽지 않았어요.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힘들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A 지역에 살면서 B 지역으로 출퇴근하고 C 지역에서 생활 일부를 보내기도 하죠. N잡러가 생기는 것과 동시에 관계를 맺는 지역들이 많아진 거예요.
그래서 우리 도시로 오라는 경쟁이 생기고 지역 소멸 이슈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시브랜드가 정말 중요해진거죠. ‘A라는 도시가 잘하고 있으니 A처럼 한다’는 관점이면 안 되는 거죠.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해요. 부산은 차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 도시만의 핵심적인 가치를 얼마나 잘 보여 주느냐와 가진 것들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약점을 보완하거나 없는 걸 만들어서 다른 사람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기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도시가 가진 강점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느냐’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거죠.”

그녀는 부산의 새로운 슬로건 자체에 대해선 의문이지만, ‘Busan Is Good’ 약자를 딴 ‘BIG’으로 발전될 수 있게 디자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호평했다. 도시가 가진 ‘큰 그림’을 보여 줄 수 있는 정책 브랜딩이 가능한 잠재 가치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부산시에서 하려는 관광, 교육, 예술, 문화 시장의 잠재력이 크니 그런 것들을 ‘BIG’이란 가치에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그녀의 분석이었다.

‘도시브랜드’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아이러브뉴욕(I♥NY), 아이앰스테르담(I amsterdam), 포르투닷(Porto.), 아이서울유(I·SEOUL·U), 올웨이즈인천(all ways Incheon) 등 도시브랜드의 슬로건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

박 교수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큰 차이점으로 마케팅은 많이 팔고 많이 방문하는 것 등 성과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단기적이라는 걸 지적했다. 반면 브랜드는 장기적이고 잘 안 보일 수도 있지만 도시가 가야하는 길을 끈기 있게 해내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그녀의 해석이다.

그러나 간혹 지자체들의 활동을 보면 너무 마케팅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려스럽다고 한다. 그보다는 더 기본적인 가치를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소통할 수 있는 브랜딩 관점에서 PR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NS 계정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B급 감성 콘텐츠를 활용하는 활동도 하는데, 위험하다고 보거든요. 단기적으로는 흥미를 유발시키고 관심을 끌게 하고 재미있어서 들어오게끔 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런 활동들이 도시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상반되는 거라면 나중에 가치를 회복하기 더 어려워지니까요. 디자인을 새로 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보다 망가진 걸 고치는 게 더 힘들거든요.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브랜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죠.”

도시가 가진 장점을 잘 녹여낸 슬로건을 만들었고 그럼 이제부터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브랜딩 활동을 해나가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답이 보일 것이다.

리브랜드는 리포지션 필요에 의해 이뤄져야

박 교수는 도시들이 리브랜드하는 사례들을 보면 도시의 산업 구조가 개편됐을 때 많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해양 도시는 내륙보다는 교역이 더 많고 조선업 등도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산업 구조가 개편되면서 급격한 쇠락을 겪은 해양 도시들이 많다. 도시 리브랜드 성공 사례로 제시되곤 하는 포르투, 암스테르담도 해양 도시들이다.

그들이 리브랜드를 한 것은 원래 강점으로 갖고 있던 게 사라졌기에 다른 가치로 리포지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 ‘저먼엔지니어링(German Engineering)’ 캠페인을 펼쳤다. 그 이전에는 국가 가치가 떨어져 수출에서 제값을 못 받고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캠페인이 독일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가치가 높아지는 데 일조했다.

또한, 2000년대 초반에는 독일에 대한 ‘딱딱하고 융통성 없어서 창의성도 없다’는 기존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국가 브랜드 캠페인 ‘랜드 오브 아이디어(Land of Ideas)’를 진행했고 그로 인해 더욱 소프트하면서도 창의적인 이미지를 교육 등의 영역에 녹이고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인천 도시브랜드가 이뤄낸 것에 대하여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지자체들은 도시 가치가 그렇게까지 급변하지 않았다는 게 박 교수의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자주 바꾸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인천에서 했던 일은 기존의 ‘올웨이즈 인천(All Ways Incheon)’을 지켜내는 것이었다.

“올웨이즈 인천은 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민선 6기에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7기에서 그걸 변경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박남춘 전 시장님이 오픈 마인드셨어요.
저랑 친분이 있던 사이도 아녔는데 저희가 하는 활동이 노출되며 효과를 내니 ‘올웨이즈 인천이 가치적으로 인천에 타당한 거 같아서 바꾸지 않겠다’고 결정하셨죠. 그 슬로건 그대로 사용하며 여러 시민 참여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당시 인천은 원도심이 정비가 잘 안 됐었는데 ‘바라는 대로’ 캠페인을 통해 정비를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시내버스 기사를 응원하는 ‘해피버스데이’ 캠페인 등등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 ‘모든 방법은 인천에 있다’는 뜻이 담긴 슬로건 하에서 여러 시민 캠페인을 펼쳤죠.
이처럼 분명하게 보이는 시각적 관점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서 시민과 함께 도모하는 활동과 정책 들이 다 일관되게 진행되면 더 제대로 된 도시브랜딩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미래의 도시브랜드는 슬로건만 만들고 ‘브랜드는 이런 거야’라며 시민에게 던져주기만 하면 안 된다는 게 박 교수의 일관적인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도시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시민이 참여할 수 있게끔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 어떤 게 좋아지는지 알리려면 자연스럽게 PR이 필요하지 않을까. 도시브랜드의 진화가 요구되면 될수록 PR의 진화와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더욱 필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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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린 2023-10-05 20:39:08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