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갈등 상황의 4가지 커뮤니케이션 전략=P·R·P·A
법적 갈등 상황의 4가지 커뮤니케이션 전략=P·R·P·A
  • 김세환 (sehwan525@gmail.com)
  • 승인 2023.05.1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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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의 여론법정]
미디어와 대화 어렵게 하는 금지 전략…중소기업엔 최선의 PR수단일 수도
공격적 커뮤니케이션 신중해야하는게 기본이지만 쇼맨십 필요할 때 있어

더피알=김세환 | 법적 갈등과 관련된 PR은 법적 전략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변호사의 우선순위에 따라 PR수단을 결정하는데, 이것이 소송 PR을 특별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달리, 법적 갈등이 발생하면 어떠한 정보가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될지는 적용하는 전략에 따라 다르다.

가령 법정에서 화려한 쇼맨십은 적절하지 않으며 상당히 자제하는 게 좋다. 소송 상대방이나 검사에게 쇼맨십과 같은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도 있다.

소송 PR은 평판을 보호하는 1차적 목적뿐 아니라 실제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기에, 전술적으로 다양한 접근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이 등장하기도 하다.

이렇듯 법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유연하게 채택해야 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서 살펴보자.

금지 전략은 소송 PR의 수단이 아니다

첫째는 금지(Prohibitive) 전략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금지 전략은 소송 PR의 수단이 아닌, 미디어법 전문 변호사의 활동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에 불리한 사안이 발생하면 변호사는 법적 조치를 거론하며, 특정 범위 내에서 익명으로 처리된 보도가 유통되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이미 보도된 경우에는 기업과 관련한 특정 이름을 인터넷에서 완전히 삭제하여 검색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없게 해야 한다.

한편 소송 PR의 전략적 맥락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잠재적 이익과 손실을 항상 비교해야 한다.

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이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만약 보도를 막을 수 없다면, 미디어와의 소송으로 인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왜냐하면 소송으로 인해 향후 보도의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송이 훌륭한 PR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그렇다. 아무리 PR을 효과적으로 전개한다 해도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비판적 보도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보도는 인터넷 포털의 첫 화면에 등장하여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마케팅 역량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대중이 네이버와 구글에서 이러한 비판적 보도를 접하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어서 향후 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져도 평판은 결코 회복할 수 없는 훼손을 입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해당 보도가 검색되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게 합리적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특정한 관점을 은근하게 전달

둘째는 사후대응(Reactive) 전략이다. 사후대응 전략은 사건의 진행 과정, 소송의 세부 사항, 변호사의 법적 전략이 불확실할 때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종종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비교적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법적 갈등이 언제,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고 PR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 발생 초기에 여론이 형성된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이 단계에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기업 입장을 발표하면 향후 과정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판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위기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일관성 있는 진술이나 중립적 표현을 반복적으로 번복할 수 있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미디어에도 불만으로 자리한다. 이 경우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미디어와 ‘백브리핑’을 하면서 특정한 관점을 은근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논쟁의 여지가 있는 복잡한 이슈에 대해 기업에 동조하는 다양한 이해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반드시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은 소송 PR에도 적용된다.

대중과의 소통에서 일정 부분 운신의 폭 가져야

셋째는 사전예방(Proactive) 전략이다. 사전예방 전략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타깃에 접근하여 배경 설명, 맥락에 대한 이해,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그들과 신뢰를 쌓아 장기적으로 정보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위기 이슈에 대한 정보에 반응하는 대신 직접 정보를 설정할 수 있어 자신감 있고 신뢰성 높은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가능하다.

게다가 공개적 정보를 추구하면, 위기 발생 시 사실 여부가 단편적으로만 확인되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의 인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자신의 주장과 정보가 미디어 보도로 충분히 노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전예방 전략을 채택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커뮤니케이션 자제를 선호하는 변호사나 법무팀원과 충돌할 수도 있다. 법조인은 기밀유지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동시에 반소, 고객에 대한 보장 상실, 세부 사항의 조기 공개에 따른 법적 함정 등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법적 갈등 초기 단계에서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할수록 대중에게 자신의 주장과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대중과의 소통에서 일정 부분 운신의 폭을 가져야 한다.

법적 갈등 초기 단계에서는 많은 것이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형사소송의 경우 검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무엇을 밝혀낼지, 실제로 기소로 이어질지, 기소가 이루어지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 단계에서 변호사가 무엇을 방어하고 대변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진술은 이후의 방어 전략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민사소송도 마찬가지다. 소장이 송달되기 전에는 소송이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 정확히 어떤 혐의로 기소되었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전에 정보를 공개하고, 주요 이해 당사자와 충분히 소통하여 법적 갈등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범퍼(Bumper)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사법부와 대중을 존중한다는 느낌 전달

마지막은 공격(Aggressive) 전략이다. 일부 경영진이나 고객은 상대방이나 검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싶어 하며, 이에 상응하는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법 시스템에 대한 공격적이거나 대결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효과가 거의 없다.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하고, 이전에 열려 있던 공감이라는 문을 닫을 수 있다. 또한 오만하고 상황에 무지한 태도로 재판에 임하면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없다.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오히려 사법부와 대중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이는 유죄를 인정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부분이다.

또한 판사나 검사의 여유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수사와 재판 진행에 대한 모든 방향성을 사전에 신중히 분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너무 공격적이면 검찰과 재판부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디어가 어떻게 결정하도록 검사와 판사에게 지시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서는 안 되며, 그들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리거나 출구 전략을 채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지를 남겨줘야 한다.

따라서 미디어를 동원해 검찰과 재판부를 공격하려는 시도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게다가 기업의 목적을 위해 미디어가 스스로를 도구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그들은 오랫동안 검찰이나 재판부와 잘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을 적대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을 자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에어버스와 보잉은 1990년대부터 세계 항공기제조업계의 양강으로서 뜨거운 경쟁을 벌여왔다. 사진은 2015년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국제공항에서 루프트한자항공의 에어버스 A380과 보잉747-8 여객기가 한 프레임에 포착된 모습. 사진=Flickr

예를 들어 에어버스(Airbus)는 자사와 관련된 소송에서 미디어를 활용해 효과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에서는 에어버스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었다는 의심이 제기되었지만, 에어버스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에서는 경쟁사인 미국 보잉의 음모를 제기하는 보도가 지속되어 여론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러한 여론의 향방은 검찰과 재판부에 심리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공격 전략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지만, 항상 상대방의 분위기를 예상하고 이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공개적 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소송을 제기한 측도 잃을 것이 있기 마련이어서 미디어를 통한 경고는 타협과 중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즉 ‘나만이 옳다’는 태도로 비치면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의 역할이다.

소송을 포함한 법적 갈등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채택할 수 있는 전략은 하나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것은 결코 법조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법무와 PR이 원 팀으로 자리하도록, 발상의 전환이 기업에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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