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뷰스] ‘따로 또 따로’는 이제 그만!
[신아연의 뷰스] ‘따로 또 따로’는 이제 그만!
  • 신아연 (thepr@the-pr.co.kr)
  • 승인 2023.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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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간판을 보면서 현기증을 느끼다
 

더피알=신아연 | ‘따로 또 같이’, 참 잘 만든 말이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개성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타인과 세상과의 조화를 꾀하는, 함께 아름답고 같이 성장하는 상생의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런데 결코 같이함이 없이 ‘따로 또 따로’만을 외친다면 어떻게 될까? 각자 내지르는 아우성으로 가없는 혼탁과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나는 거리의 간판을 보면서 그런 현기증을 느낀다.

크고, 원색적이며, 간판 옆에 간판, 간판 위에 간판, 간판 밑에 간판 있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대형 풍선 등으로 보행로에까지 돌출시킨 상호와 홍보물이 나만 잘 났고, 나만 중요하다는 ‘따로 또 따로’의 아우성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만, 우리 가게만, 우리 영업장만 작게, 톤을 낮춰서 간판을 달았다가는 아예 존재감이 없게 된다.

그러니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옆 사람, 옆 가게, 옆 업소보다 더 진하게 더 큰 글씨로, 더 크게, 더 울긋불긋하게 간판을 달게 되니 도시 미관의 측면에서는 폭력이자 공해라고 할 밖에.

빛 공해 민원현황 그래프.  사진=서울시 제공
빛 공해 민원현황 그래프. 사진=서울시 제공

아름답고 개성 있게 지어놓은 건물에도 간판이 달리기 시작하면 건축미는 그것으로 끝이다.

세련되게 잘 차려입은 옷에 제멋대로, 어울리지 않는 장신구나 액세서리를 이것저것 들쑥날쑥 달고 있는 꼴과 뭐가 다른가.

게다가 자연미를 훼손하는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서울 근교나 야외 식당들의 대형 간판들은 또 어떤가.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보다 더 흉포해 보인다.

간판만 정비되어도 나라의 인물이 훤해질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그나마 강남에 나가면 세련된 느낌이 드는 것이 그래서이지 않나. 다른 것 별로 없고 정비된 간판 때문인 것이다.

2014년 12월, 서울 강남구에서 불법간판 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사진은 정비 전(위)과 정비 후 모습.  사진=강남구청 제공
2014년 12월, 서울 강남구에서 불법간판 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사진은 정비 전(위)과 정비 후 모습. 사진=강남구청 제공

굳이 외국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살았던 호주의 경우 간판은 ‘최대한 최소화’한다. 그만큼 규제가 엄격하다. 120석 규모의 식당에 A3용지 크기의 널빤지에 가게 이름을 써서 내다 걸게 했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최대한 최대화’하고 있으니 가뜩이나 인구가 조밀한 나라에서 간판 공해가 미세 먼지 공해를 방불케 한다.

눈앞이 어지러워 구토가 날 지경이다. 이쯤 되면 크고 진하다고 눈에 띄는 지경을 넘어선다. 어차피 너도나도 그렇게 하니까.

자발적 의식으로 개선이 안 된다면 우선 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 엄격한 규제를 통해 도시가 아름답게 변한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 비로소 의식이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걸리는 일일 테지만.

‘따로 또 따로’가 아닌 ‘따로 또 같이’의 가치가 부디 우리의 간판 문화에도 적용되기를!

송파구청 직원과 서울시 옥외광고물협회 송파구지부 관계자가 관내 음식점 밀집지역에서 불법광고물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송파구 제공
송파구청 직원과 서울시 옥외광고물협회 송파구지부 관계자가 관내 음식점 밀집지역에서 불법광고물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송파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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