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떻게 브랜딩하는가②] 부산이라서 좋다?
[도시는 어떻게 브랜딩하는가②] 부산이라서 좋다?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3.05.23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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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영 부산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가 말하는 브랜드와 브랜딩의 차이

도시브랜드 3.0시대에 브랜드 만드는 것보다 브랜딩이 어려운 이유

도시브랜드의 한계는 무엇이고 왜 진화가 아닌 단절과 리브랜드 런칭만 이어지는가. 늘 끊이지 않는 도시브랜드 논란, 해법은 없을지 짚어봤다.

도시, 브랜드가 있어도 브랜딩이 없다
부산이라서 좋다?
③ 부산이 엑스포 하기 좋다!

더피알=김영순 기자 |부산시가 20년 만에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 새 슬로건으로 다시 태어났다.

부산의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를 맡아 부산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는 1991년 제일기획에서 마케팅·브랜드 분야 업무를 시작해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컨설팅 팀장, 넷밸류코리아 한국지사장 등을 거쳤다.

이후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한국생산성본부 마케팅 전문교수, 한신대학교 외래교수, 국가미래연구원(IFS) 전문위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기관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힐스테이트, 래미안, 베이직하우스, KT&G, 삼성전자 등의 기업 의뢰를 진행했다.

30여 년에 걸친 그의 경력을 보면 오랜 세월 민과 관 양쪽에서 고루 다양한 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것을 증명하듯 인터뷰에서 그는 단호하고 확실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전문가들조차 혼용하는 브랜드와 브랜딩 문제

“브랜드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브랜딩이 정말 어려운 거죠.”

황 대표는 브랜드와 브랜딩의 근본적 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 혼용해서 쓰이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심지어 그러한 혼용이 전문가 영역에서조차 비일비재하다는 게 문제다.

“브랜드는 정형화된 실체가 아니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 연상 등의 총합입니다. 예를 들어 ‘더피알’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라고 하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많이 팔기 위해서 뭘 할 것인가’의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브랜드 전략이라면 많은 매체 중에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문장이나 그림, 노래 등 무언가 강렬하게 떠오를 만한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즉 브랜드 전략은 ‘어떤 걸 떠올리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원래 브랜딩은 이름을 짓고, 디자인하고, 슬로건을 만드는 작업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를 버벌(Verbal) 브랜딩이라고 한다. 그림, 심벌 로고, 패키지 등을 만드는 작업을 비주얼(Visual) 브랜딩이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범위가 넓어져서 브랜딩을 잘하는 핵심적인 원칙은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브랜드라는 간접 경험을 직접 경험의 브랜딩으로 완성시켜야

“예를 들어 ‘갈아만든 배’라는 가상의 음료가 있다고 칩시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배 음료구나, 시원하겠네’ 하는 생각이 들겠죠. 사서 먹기 전에 떠올리는 그 생각은 간접 경험입니다. 사서 먹으면 직접 경험이 되죠.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시원하지 않고 배 맛도 나지 않는다면 반감이 생깁니다. 도시브랜드를 만든다고 할 때 진전시키기 어려운 점은 슬로건을 만들고 그림 그리는 행위를 브랜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도시브랜드를 평가한다고 하면 ‘슬로건이 어떻다, 그림이 어떻다’로 갈등해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슬로건이나 네이밍, 디자인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직접 경험입니다. 직접 경험이 간접 경험을 배신하면 그 브랜딩은 망합니다.”

황부영 부산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는 현재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우송대학교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phototoday@naver.com
황부영 부산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는 현재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우송대학교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phototoday@naver.com

황 대표는 브랜딩의 핵심이 뭐냐고 물으면 ‘언행일치’라고 답한다. 메시지로서의 언(言)과 행(行)으로서의 제품, 서비스, 도시 경험을 일치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브랜딩이라는 것이다.

“부산의 도시브랜드라고 할 때 슬로건, 그림을 바꾸는 작업은 끝났습니다. 브랜딩은 이제 시작이죠. 부산을 대변하는 디자인에 담고자 하는,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도시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산에 사는 사람과 여행객, 투자자도 ‘언행일치’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직접 경험으로 완성된다

황 대표의 말에서 부산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를 맡으면서 겪은 어려움이 느껴졌다. 부산의 슬로건은 3월 21일 도시브랜드 선포식을 하면서 기존의 ‘다이내믹 부산’에서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로 바뀌었다.

이후 황 대표는 그것을 둘러싼 설왕설래 속에 한 달을 지내야 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슬로건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브랜드에만 치중하는 것이고, 다음 단계인 브랜딩을 놓치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그 근거로 세계 다른 도시들의 브랜드-브랜딩 사례를 들었다.

부산시의 도시 슬로건 선정은 2만5천여 명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부산시 도시 슬로건 선정은 2만5천여 명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도시브랜드의 잘된 사례로 흔히 뉴욕의 ‘I♥NY’,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베를린의 ‘Be Berlin’을 듭니다. 암스테르담을 예로 들면 그 슬로건이 암스테르담이 갖는 가치를 한눈에 보여주진 않아요. 소위 섹시하지도 않죠. 과거 암스테르담은 환락과 섹스, 운하의 도시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 인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암스테르담은 도시브랜딩을 위해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정했어요. 창의성(Creativity), 혁신(Innovation), 상업 정신(Spirit of Commerce). 이걸 다 다루면서 슬로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어렵죠. 이 세 가지를 한곳에 다 넣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암스테르담을 인식할 수 있는 ‘I amsterdam’이 채택된 것입니다.”

암스테르담의 브랜딩은 그다음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됐다.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로 운하를 가로지르는 스테인리스 다리를 설치했다.

그런데 그 다리가 놓인 한쪽은 부정적 인식이 있는 지역, 다른 쪽은 스타트업이 많은 지역이었다. 3D 프린터라는 최신 기술로 창의성을 보여주면서 부정적 인식의 도시에서 혁신적인 도시로 가고 있다는 암스테르담의 실체를 스타트업이라는 상업 정신에 담아 보여준 것이다.

황 대표는 ‘I amsterdam’이 훌륭한 슬로건이라고 말하기 전에, 실체로서의 브랜딩 활동이 뭐가 있는지 얘기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핵심 가치를 담기 위한 고민

“기본적으로 도시는 워낙 이해관계가 다양합니다. 규모가 큰 도시일수록 슬로건만 보면 어느 도시인지 티가 나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요. 어찌 보면 충족해서도 안 됩니다. 작은 도시는 가능해요. 예를 들어 강원도 태백의 슬로건은 ‘산소 도시’예요. 우리나라에서 해발이 제일 높은 곳이니까요. ‘바다의 땅’ 통영, 이것도 좋죠. 도시 슬로건 중에 ‘지구상에서 가장 달콤한 곳’이라는 도시가 있어요. 미국의 허쉬란 곳이죠. 허쉬 초콜릿 글로벌 본사가 있는 도시입니다. 도시는 작고 관광 수입은 관람차 타고 초콜릿 공장을 보는 게 다예요. 그러니 허쉬 같은 도시는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런데 큰 도시일수록 모든 니즈를 다 담기는 어렵죠. 그래서 최근 대도시의 슬로건은 에지 없게, 뭉툭하게,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도 힘들면 아예 슬로건에 도시 이름을 넣는 게 추세입니다.”

황부영 총괄 디렉터는 부산 이즈 굿의 줄임말인 ‘BIG’을 통해서 부산의 다양함이 담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황부영 총괄 디렉터는 부산 이즈 굿의 줄임말인 ‘BIG’을 통해서 부산의 다양함이 담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부산 또한 수많은 시안을 검토했다. ‘마, 부산!’이면 슬로건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부산 시민의 자긍심은 엄청나게 높았다.

사실 부산은 과거에는 서울에 대해 알게 모르게 경쟁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부산 시민에게 서울보다 작은 도시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서울과 다르게 성장한 유니크한 도시이고 살기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도시가 되었다.

“슬로건을 만들 때 부산 시민의 높아진 자부심을 담아야 했습니다. 부산이 워낙 커졌기에 기존의 ‘다이내믹’이란 단어에 부산을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부산 시민들은 부산이 좀 더 좋은 도시가 되려면 더 글로벌해져야 한다, 더 기회가 많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한다, 문화 콘텐츠가 많은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 다이내믹해야 한다고 답하더군요.”

그래서 글로벌(Global), 개방성(Open), 고유성(Original), 역동성(Dynamic)의 네 가지 핵심 가치를 잡아낸 후, 그 모두를 담을 수 있는 단어로 각 단어의 머리말을 따서 ‘good’이 도출됐다. 여기에 부산에 대한 시민의 자부심이 들어간 슬로건으로 단순히 ‘부산이 좋다’가 아닌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가 선정되었다. 

이 ‘Busan is good’ 슬로건 또한 한 단계 더 들어가는 의미가 있다. 향후 ‘Busan Is Good’의 앞글자를 따서 ‘BIG’ Busan 캠페인으로 발전시키는 것까지 고려했다. 지금보다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고려한, 소위 ‘큰 그림’이 잠재된 결과물이다.

간단하지만 다양한 의미와 장치들이 담긴 결과물

“‘Busan is good’이 뭐냐, 표현이 섹시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죠. 이해해요. 하지만 되묻고 싶습니다. 대도시 슬로건에서 과연 ‘섹시한 사례’가 있나요?”

어떤 이들은 ‘good’이라는 단어의 단순성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단한 영어로 표현한 것에도 이유가 있다. 영어에 익숙지 않은 국가의 사람들도 부산에 올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단순하고 뭉툭하다고 비판받은 간단한 문구에 들어간 다양한 의미와 복합적인 대안으로의 기능을 들어보니, 현장 전문가로서 여러 가지를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예를 들어 매출, 세일즈가 안 되어 직원 월급이 밀린 공장에 가이드를 주기 위해 컨설팅을 하는데, 컨설턴트가 ‘역시 21세기 제조업의 가장 큰 키워드는 혁신입니다’라고 한다면, 당장 직원 월급을 줘야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혁신은 언제 해도 맞는 말이죠. 하지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전문가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제 직접 경험을 완성해야 할 시간

‘Busan is good’이라는 슬로건으로 부산시의 간접 경험이 만들어졌다. 거기에 담긴 글로벌, 개방성, 고유성, 역동성의 네 가지 핵심 가치를 충족시켜서 직접 경험의 실체를 만드는 역할을 이제 지자체가 해야 한다. 황 대표는 슬로건 ‘I♥NY’의 탄생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1970년대 말 뉴욕은 경기 침체와 파산 위기 속에 높은 범죄율 때문에 중산층 80만 명이 떠나는 도시였습니다. 그때 광고대행사에서 조사를 해보니 뉴욕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그래도 뉴욕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나온 슬로건이 ‘아이 러브 뉴욕’(I♥NY)입니다. 그러고 나서 뉴욕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치안 강화였습니다. 슬로건으로 선언하고 실천이 따랐기에 브랜딩의 성공 사례가 된 것입니다.”

그가 재차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래서 그는 실체적인 변화를 외부에서 평가받고자 한다.

“부산은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면모가 있기도 하기에, 전 세계 도시의 삶의 질을 조사하는 외부 기관의 평가를 받고자 합니다. 직접 경험을 주는 부산이라는 실체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국내에서 부산이 처음일 것입니다.”

그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도시의 실체가 바뀌지 않으면 시민의 삶의 질이 좋아지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브랜드 슬로건은 멋있게 만들었는데 시민의 삶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의 말은 당연히 해야 할 일, 이뤄져야 할 일에 대한 당연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당연한 게 지켜지지 않는 순간 브랜드는 거짓이 된다. 부산시의 미래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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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31 16:12:27
서울시에서 아이서울유 버리고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 개판쳐서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데, 그래도 부산은 잘 만들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