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청년을 연결하는 소셜 브랜드, 신이어마켙
노인과 청년을 연결하는 소셜 브랜드, 신이어마켙
  • 최소원 기자 (wish@the-pr.co.kr)
  • 승인 2023.05.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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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CATCH]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 드릴 수는 없을까?”

더피알 5월호 매거진 브랜드캐치에서는 노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를 연결하는 소셜 브랜드 신이어마켙을 소개했습니니다.

한국은 2017년 9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22년 노인인구 900만명을 돌파했다. 2026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의 인력난과 노인 세대의 구직 욕구로 시니어 세대를 고용하는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에 비해 45만2000명 증가한 585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나 노인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경비, 청소, 조리·주방 보조 등을 중심으로 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70% 이상이 공공형 일자리이고, 그 외 일자리는 초단시간 노동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최저시급을 적용받고, 근무시간에 비해 실제 노동시간이 길지만 근로기준법상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퇴직금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대신 폐지를 주우러 나가는 경우도 숱하다. 2022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폐지 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통계는 폐지 등 재활용품 수집으로 생계를 잇는 노인인구가 약 1만5000명으로 추정되며 하루 11시간 20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 ‘최저 임금보다 적은 노동의 대가’, ‘폐지 수거 노인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아립앤위립은 폐지 수거 노인에 얽힌 사회적 문제에 집중해 ‘자원 재활용에 앞장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당신에게 전합니다’라는 미션을 품고 2017년 세상에 나왔다.

지난해 9월 진행된 신이어마켙 팝업스토어
지난해 9월 진행된 신이어마켙 팝업스토어

‘신이어마켙’은 아립앤위립의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소셜 브랜드다. ‘새로운 세대와 가까워지는 마켙’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지었다. ‘시니어’라는 표현을 모르는 어르신의 발음을 그대로 이어받아 ‘신이어’라고 표현했으며, 기억 속 만물상인 ‘슈퍼마켙’의 표기를 가져왔다.

옛날이야기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굿즈로 만들어 크라우드펀딩 및 기업 패키지로 판매한다. 제품을 제작하고 포장하는 데에도 노인 인력을 투입해 새로운 일자리를 지속해 창출하고자 한다.

세월의 지혜가 담긴 스토리와 시니어의 손길이 닿은 노년의 창작물을 활용해 디자인 문구, 생활소품, 생활용품 등을 제작하고 이를 청년 세대가 소비하고 노인 문제에 관여하며 두 세대가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3년 24절기 손그림 달력을 만드는 할머니와 그의 글귀
2023년 24절기 손그림 달력을 만드는 할머니와 그의 글귀

할매가 그리고 할배가 맨든 노트와 지갑

신이어마켙의 ‘신’에는 3가지 뜻이 담겨 있다. 새로운 신(新)으로 새로운 세대와의 만남, 매울 신(辛)으로 인생 선배의 매운 한 마디, 나아갈 신(進)으로 함께해 한 발자국 나아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신이어마켙이 만드는 굿즈 등에도 이러한 의미가 녹아있다.

‘웃으면서 살아’ 굿즈는 새로운 일자리로 만들어진 새로운 시간이 덧대어진 노년의 삶을 담았다. ‘가장 소중한 것’을 그려보자는 제안으로 탄생한 손자, 손녀, 고향 풍경 등을 마스킹테이프, 메모지, 그림엽서 등에 담았다.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들. 할매가 그린 손그림 화투패 굿즈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들. 할매가 그린 손그림 화투패 굿즈

굿즈 제작과 펀딩을 통해 청년과 노년의 새로운 만남을 주선했다.

‘세월의 지혜가 젊은 날에게’ 굿즈엔 인생의 우여곡절, 매운맛을 경험한 인생선배의 한마디가 담겼다.

카세트 테이프, 빗, 돼지저금통, 부채 등 그들 기억 속 추억의 물건과 이야기, “밥 잘 먹는 게 최고야”, “그냥 하니까 하는 거지”, “80 넘은 나도 하는데! 다 할 수 있어” 등의 인생조언이 마스킹테이프와 그림엽서, 띵언(명언)스티커, 응원의 책갈피 등으로 만들어졌다.

‘오늘을 담다’ 굿즈엔 불확실성과 막연한 지금을 타개하고 앞으로 나아갈 2030에게 어른으로서 전하는 격언과 격려를 담았다.

사탕수수 껍질로 만든 질긴 종이 커버와 재생지 속지로 만든 수제노트 세트를 통해 오늘의 생각, 기분, 중요한 일 등을 기록할 수 있게 했으며 “진실된 삶을 살아라”, “자신감을 갖고 살아라”, “너무 걱정하지 마” 등의 손글씨를 담은 마스킹테이프 등을 판매했다.

재봉 기술을 바탕으로 노트를 만들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재봉 기술을 바탕으로 노트를 만들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외에도 ‘할매가 그리고 할배가 맨든 노트와 지갑’, ‘손그림 화투’ 등의 굿즈가 제작돼 펀딩을 진행했다. 펀딩이 진행될수록 손그림에 손글씨로 쓰인 조언이 추가되고, 미술 활동과 포장 일자리 외에 재봉 등의 기술 일자리가 생겨났다. 작업에 참여하는 시니어와 청년의 수도 점차 증가했다.

굿즈 소재도 종이에서 사탕수수를 가공한 하드커버 및 재생지를 거쳐 파나플렉스(지하철 광고판, 간판 등에 쓰이는 천 소재), TPU(고무 탄성을 가진 플라스틱. 약품을 첨가하지 않은 무독성 친환경 소재)까지 확대됐다.

폐지 수거가 도시 재활용자원 생태계에 이바지하는 점과 시니어들이 신이어마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점 등에 주목한 행보다.

주 소비자가 되는 청년들의 가치관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신이어마켙은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2030에게 전달해 청년과 노인이 소통할 수 있는 제품과 콘텐츠들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신이어상담소에 도착한 질문을 모은 시니어우체통과 신이어 상담소 답변을 작성 중인 어르신들
신이어상담소에 도착한 질문을 모은 시니어우체통과 신이어 상담소 답변을 작성 중인 어르신들

신이어마켙의 커뮤니케이션

심현보 대표는 신이어마켙 창업을 준비할 당시, 자본 및 마케팅 채널이 없어 크라우드 펀딩을 택했다고 말했다. 제품을 제작할 비용을 마련할 수 있고, 또 시니어마켙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보다 자세히 전할 수 있었다.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펀딩을 진행하며 ‘인생꿀팁’이라는 브랜드명을 브랜드 가치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신이어마켙’으로 수정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감성을 날것으로 표현한 재밌고 귀여운 상품들을 판매하며 노인 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오해를 해소하고자 했다.

청년 세대에 대한 어르신들의 생각을 묻기도 한다. 2022년 중순까지 굿즈를 창작하기 전 시니어들과 대화를 나누며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나 가치 등을 녹인 콘텐츠를 기획해 왔다.

‘오늘을 담다’ 굿즈 패키지 중 ‘우리의 오늘’ 마스킹테이프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가장 잘 적용된 문구 상품이다. 청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인생의 흐름을 해, 비, 무지개, 노을 등 날씨로 비유한 어르신들의 답을 바탕으로 굿즈를 기획하고 직접 그린 그림과 글씨로 표현했다.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SNS를 통해 ‘신이어 상담소’도 열었다. 2021년 6월 오픈한 신이어 상담소는 청년들의 고민에 시니어들이 손글씨로 답장하는 언택트 상담소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받은 청년들의 질문을 프린트해 어르신들이 직접 답변을 쓰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해 답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노션 앱에서 이전 답변을 인간관계, 가족, 건강, 결혼, 꿈/공부, 돈 등의 카테고리로 구분해 확인할 수도 있다.

신이어마켙 최초의 시니어 정규직 사원 강옥자 할머니(크리에이터). 인스타그램 댓글을 달고 있는 강옥자 할머니
신이어마켙 최초의 시니어 정규직 사원 강옥자 할머니(크리에이터). 인스타그램 댓글을 달고 있는 강옥자 할머니

SNS에 업로드된 답변들은 삐뚤빼뚤한 글씨체와 잘못된 문법에도 인생의 지혜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함이 녹아 있는 답변으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손글씨 중 일부는 신이어마켙의 엽서 등 굿즈 문구 또는 도서 《일단 살아 봐, 인생은 내 것이니까》로 다시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신이어 상담소가 진행되는 신이어마켙의 인스타그램에서는 강옥자 할머니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21년 9월 신이어마켓 최초의 정규직 시니어 사원으로 위촉된 강옥자 할머니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매일 출근해 신이어마켙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댓글을 달며 매달 신이어마켙의 소식을 담은 손글씨 레터 ‘신이어 늬우스’를 발행한다.

이외에도 신이어마켙 인스타그램엔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신제품, 펀딩, 팝업스토어 등을 꾸리는 모습을 콘텐츠로 만날 수 있다.

TMI 같지만 귀여운 어르신들의 소소한 일상이나 시니어들이 그린 그림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 신이어마켙 멤버들 소개 등이 담겨 구성원에 대한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형성한다.

지난해 9월 진행된 신이어마켙 팝업스토어의 초대장
지난해 9월 진행된 신이어마켙 팝업스토어의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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