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보훈 정책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특별 기고] 보훈 정책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 김병희 서원대 교수 (thepr@the-pr.co.kr)
  • 승인 2023.06.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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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 정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소통 프로그램 가동해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는 12만1879명에 달한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더피알=김병희 서원대 교수|6월 5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공식 출범한다. 1961년 군사원호청설치법이 공포된 지 62년 만의 경사다. 보훈 정책을 향상할 도약대가 마련돼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보훈부(U.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가 애국심의 중추 기능을 맡아왔듯 우리나라의 보훈부도 그런 역할을 해야겠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보훈부 공무원들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보훈부 승격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창의적인 보훈 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현실 인식에서 찾아야 한다.

그동안 국가보훈처의 보훈 정책은 국방부나 통일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 부처의 입김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관련 부처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남풍이나 북서풍을 무조건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국가보훈부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의 가치를 계승해 여기저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류보훈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면 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보훈의 가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창의적인 보훈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도하면 된다. 보훈부 승격에 즈음하여 시급한 당면 과제 3가지를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정리해보기로 한다.

소통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 모색해야

첫째, 보훈부의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하고 관리할 정책 브랜딩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브랜드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이름과 로고, 패키지 같은 상징물을 결합한 총체적인 도구다.

브랜딩이란 어떤 브랜드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며, 브랜드 자산이란 어떤 브랜드가 가지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합한 개념이다. 정책 브랜딩이란 정부 정책을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도록 정책을 상품 브랜드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그 정책의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공공 소통 활동을 의미한다. 보훈부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이라는 현재의 비전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발전하도록 브랜드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보훈부의 슬로건과 로고타이프를 비롯한 상징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전쟁기념관 전사자명비.  6·25전쟁 및 베트남전쟁 등 전사한 국군, 경찰관, 유엔군 전사자의 이름을 새겨 추모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전쟁기념관 전사자명비. 6·25전쟁 및 베트남전쟁 등 전사한 국군, 경찰관, 유엔군 전사자의 이름을 새겨 추모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보훈부에서는 보훈 문화 확산을 통한 국가 정체성 확립, 제복의 영웅이 존중받는 사회 실현, 보훈 가족의 고령화에 대응한 보훈 의료 및 복지 서비스 혁신, 보훈 가족에 대한 보상 및 예우 확대, 자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유엔 참전국 등과의 보훈 외교 강화 같은 보훈 정책의 5가지 영역을 실현할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정책을 브랜딩하는 과정은 끝없는 여정이다. 그 끝없는 여정에 보훈부 관계자들이 구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브랜딩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브랜딩하려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고위급 관리자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훈부의 브랜드 정체성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립하고 관리할 브랜딩 프로그램 마련 과정에 고위급 관리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

둘째, 보훈 정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소통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보훈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물과 거름을 주며 보훈 브랜드를 가꿔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통 프로그램은 보훈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물과 거름이다. 그런데도 두 가지 사실을 외면하고 소통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들으려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부든 개인이든 들으려는 마음이 없다면 소통에 실패한다. 다음으로,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할 말만 전한다는 사실이다. 보훈부에서는 보훈 정책의 이해관계자들이 지난 62년 동안 해온 말씀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의견도 다시 경청해 상대방 입장에서 소통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진정한 소통을 하면 이해관계자 혹은 소통 당사자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산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훈 정책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보훈 정책의 가치를 국민 스스로 이해하게 하고, 열정을 담은 정책을 친근하게 제시하고, 보훈 정책의 가치에 공감하게 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든 개인이든 소통 의욕만 있다고 해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에 대해 소통할 것인지 결정하고, 소통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비롯한 국가 유공자 중에서 여태껏 음지에 계신 분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보훈 정책의 소통 관계자들은 국민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통 메시지에서 무엇을 듣고 싶은지를 좀 더 섬세하게 분석한 다음 국민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를 위해 희생·헌신하신 분들이 범국민적으로 예우와 존중받는 보훈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사진 =전재현 포토그래퍼

보훈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기대감으로 장기 캠페인 전개해야

셋째, 보훈부의 위상 승격에 알맞게 보훈 정책을 전달할 광고홍보 캠페인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 광고나 정책 홍보 활동에서 장기 캠페인은 중요하다. 외국에는 짧게 5년, 길게는 50년 이상 계속되는 장기 캠페인도 많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문제, 복지사회 구현, 북방 영토 반환, 고용 안정, 식량 문제 같은 보편적인 주제 10가지를 선정해 장기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이런 주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주제다.

미국 정부도 산불 예방, 모병 및 자원입대 유도, 애국심 호소 같은 주제를 선정해 우선순위에 따라 장기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미국 정부의 공보실(OPA, Office of Public Affairs)은 해당 부처의 공보 담당관과 협조해 캠페인을 담당할 광고회사를 선정하고 캠페인을 장기적으로 관리한다.

보훈부도 국민에게 중요한 보편적인 주제를 선정해 장기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 보편적 주제는 장기 캠페인으로 끌고 가고, 시의성 있는 주제는 정책별로 1년 단위로 집행하는 운용의 이원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지난 3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보훈부 승격 및 재외동포청 신설과 관련된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대한 공개 서명식 자리에서,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대한민국의 부름에 응답한 분들을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훈부는 이런 가치에 주목해 ‘나라의 부름에 응답한 분들을 기억합시다’ 같은 주제로 장기 캠페인을 전개할 수도 있다. 이런 주제는 정권에 관계없이 항구적으로 쓸 수 있지 않겠는가.

국방부가 관할하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이 설립 70년 만에 다음 달 출범을 앞둔 국가보훈부 소속으로 변경된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국방부가 관할하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이 설립 70년 만에 다음 달 출범을 앞둔 국가보훈부 소속으로 변경된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이상으로 보훈부에 필요한 당면 과제 3가지를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보훈부는 이제 갓 출범했다. 처음에는 생소해도 점차 친근한 브랜드가 될 것이다. 브랜드는 와인처럼 숙성시켜야 가치가 증가한다.(Brand, like wine, improves by keeping) 언젠가 보훈 브랜드가 숙성되면 보훈의 가치를 드높이며 와인처럼 깊고 향기로운 맛을 낼 것이다. 그 맛을 다음 세대에게도 길이길이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보훈부의 핵심 책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이 존중받고 예우받는 보훈 문화를 확산하는 데 있다. 보훈부는 사회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보훈 정책이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함으로써 정책 소통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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