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생성형 AI 시대, PR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팩트체크 가능한 전문가와 글 쓰는 인플루언서 역할 확대

더피알=유태양 | 이제 바야흐로 인공지능 전성시대다. 2022년 말 오픈AI사가 대화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챗GPT’를 내놓은 이후 모든 산업 분야가 열광하며 해당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림, 작곡, 영화, 시작(詩作) 등 분야에서 수준급 결과물을 내놓긴 했지만, 이는 특정 분야에만 한정된 일이었다. 반면 챗GPT는 그동안 인간의 전유물로 여겼던 분석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에서도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며, 전 산업 분야에서 범용적으로 활용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디어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2010년대부터 종종 인공지능은 스포츠 중계, 일기예보, 시황 보도 등 간단하고 정형적인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는 데 활용됐지만, 챗GPT는 분석 기사와 심층 기사까지 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미디어 분석 매체 ‘미디어오늘’은 여러 차례 기사를 통해 챗GPT가 미디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그 결과를 분석하기도 했으며, ‘경향신문’, ‘한겨레’ 등 기성 매체들도 비슷한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내놓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디어 산업과 맞닿아 있는 PR 산업의 종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중이 인공지능을 신뢰하고, 또한 PR의 핵심 분야인 보도자료 제작과 배포 또한 인공지능이 맡게 되면 별도로 PR 업무 자체가 필요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국내외에 AI 기반 글쓰기 봇과 PR 서비스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이는 단순한 기우는 아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챗GPT 시대에 PR산업과 관련 전문가의 역할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분명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 더 나아가 PR 전략의 간단한 부분은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지만, 이는 산업 전체의 고도화와 효율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PR 산업의 규모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챗GPT는 기존에 존재하는 레퍼런스의 머신러닝을 통한 학습을 진행하고 답변을 내놓는 인공지능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상에 긍정적인 레퍼런스가 많을수록 인공지능이 관련 글을 써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과거에 브랜딩을 통한 PR 효과가 산술급수적으로 빚어졌다면, PR과 미디어 모두에 인공지능이 도입될 경우 브랜딩을 통한 PR의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는 의미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의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25:14~30)는 구절처럼 말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레퍼런스를 잘 인식할 수 있게끔 효율적으로 PR 전략을 구성하고, 전략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쌓는 형태의 PR 전략이 필수적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구글과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이 등장한 이후, 검색엔진 상단에 결과를 노출하는 검색엔진최적화(SEO) 자체가 필수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기사 쓰기와 보도자료 작성 모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순간, 챗GPT 검색 상단에 노출하기 위한 문장 구성이나 웹페이지 아키텍처, 키워드 추출 등이 PR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PR 담당자는 팩트 체커를 겸해야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보도자료 작성이나 간단한 전략 구성을 인공지능에 맡긴다고 해도, 정작 이 기반이 되는 레퍼런스(DB)의 진위 여부는 아직 인공지능이 잘 판별하지 못한다.
챗GPT가 잘 알려진 사실이나 인물에 대한 질문에는 비교적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소설(?)을 써낸다는 문제점을 여러 사람이 지적해왔다. 보도자료나 기사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실로 큰일 날 것이다.
실제로 챗GPT를 활용해 기사 쓰기를 시도한 많은 미디어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아직 제한적으로만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요소는 그동안 보도자료나 기사에 주로 직업적 전문가, 즉 학계 권위자나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관련 전문직의 코멘트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인플루언서, 특히 글을 남기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다.
앞서 말했듯 챗GPT 같은 인공지능은 웹상의 레퍼런스를 수집해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고 글을 작성해나간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수집하는 레퍼런스의 가장 큰 원천은 역시 온라인상의 글이다.
꾸준히 온라인상에 공감이 가는 글을 쏟아내고 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글플루언서’가 그동안은 ‘좋아요’와 공유로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앞으로는 챗GPT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글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을 감지하고, 이들의 우호적인 영향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PR 전문가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성 PR과 미디어 산업이 사멸하거나 위기를 맞으리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라디오가 등장하자 활자 매체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나왔으며, TV 등장 이후에는 라디오와 활자 매체의 사멸을 말하는 이들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개별 미디어 채널의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었어도, 모든 미디어 채널을 합한 PR 산업의 규모와 질은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챗GPT를 위시한 인공지능의 도입도 결국 PR산업 자체의 우상향을 돕는 요소가 될 것이다. 다만 이 와중에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 개인과 기업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고, 반대로 적응에 실패한 개체에는 도태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필자는 로봇이 사람 대신 요리하는 공간, 즉 로봇 키친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에게 언제 로봇이 전적으로 요리를 전담하게 되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엔지니어는 다음과 같은 답을 주었다.
“주문 접수부터 포장해 출고까지를 전체 조리과정이라고 본다면, 70~80%의 자동화와 로봇화는 금방 이루어질 겁니다. 다만 남은 20~30%를 굳이 로봇에게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자동화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은 아주 간단히 해낼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로봇이 기사를 쓰는 세상에서 PR도 이렇게 진화하리라 본다. 20~30%가 PR 산업에서 사람이 경쟁력을 보이는 분야로 남을 것이라고.